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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世紀少年의 울트라리스크/이학림

BTS 세트, 어쩌면 미래의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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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학림 스트리트캐주얼 ‘FLUX’ 디렉터 (haklim.lee77@gmail.com) | 작성일 2021년 06월 14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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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떠났던 2006년의 한 에피소드이다. 한 학기를 다니는 동안 기숙사에서 여러 국가의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중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는 인도 출신의 ‘라귀니’라는 여학생이었다. 

 

라귀니의 분노 

인도 본토에서 뉴욕으로, 그것도 학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파슨스로 유학을 올 정도라면 그 집안이 어느 정도 일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실제로도 그녀는 파슨스를 1년 다닐 학비라면 자신의 고향에서 건물 두어 채를 지을 수 있다고 했다.

 

“아니, 그러면 졸업할 때까지의 돈이면 건물을 10개는 지을 수 있다는 말인데, 굳이 왜 여기를 다니는 거야? 나 같으면 건물 지어서 잘 먹고 잘 살 텐데?”라는 필자의 말에 깔깔 웃으면서 “건물이라면 이미 몇 천 개는 가지고 있는 걸”이라고 대답했으니 그 스케일이 남다른 셈. 

 

기숙사에서 만난 또 다른 친구 ‘조엘’은 당시 패션 전공이었고 4학년이었다. 조엘은 그 유명한 ‘메디치’ 가문의 자손으로, 듣기로는 센트럴 파크 북쪽의 저택이 그의 부모가 살고 있는 집이며 본인은 기숙사의 펜트하우스에 혼자 살고 있다고 했다. 

 

라귀니의 취미는 성냥갑을 모으는 것이었는데, 같이 맥주를 마시러 갈 때마다 그 바의 성냥갑을 꼭 집어 오곤 했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신의 취미는 기록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진 집 딸의 취미라기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지 아니한가? 

 

어느 날, 라귀니가 씩씩거리면서 싸우고 들어와서는 담배를 피우자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조엘과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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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은 라귀니의 생일 선물로 성냥갑을 주었는데 그 성냥갑은 단순한 성냥갑이 아니라, 존 레논이 오노요코와 데이트를 하던 중에 적어준 글귀가 있는 성냥갑이었다. 조엘은 라귀니의 취미를 알아낸 후 매우 특별한 선물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어찌 보면 꽤 낭만적인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지만, 끝까지 읽어보기 바란다. 

 

그녀가 화가 났던 이유는 생일 이전에 이미 조엘은 특별한 성냥을 선물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냈었고(귀족집 아들도 입 싼 건 막을 수가 없나보다), 라귀니는 마음은 고맙지만 자기에게 성냥갑 모으기는 매우 개인적인 의미가 있는 취미라서 특별한 성냥갑은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생일날 성냥을 주면서 무려 ‘존 레논’의 글씨가 있는 성냥갑이 다른 어떤 성냥보다 값진 것 아니냐고 거들먹거렸고(라귀니는 비틀즈의 엄청난 골수팬), 그 태도가 거슬렸던 라귀니는 이런 거 필요 없다면서 다시 돌려주는 과정에서 말싸움이 있었다. 

 

F로 시작하는 욕을 쉴 새 없이 뱉어냈고 마침 둘 다와 친했던 필자는 중간에 끼어서 여러 번 곤란한 상황에 처했었다. 물론 그 둘은 그 뒤로 원수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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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BTS 세트 제품이 출시된 이후에 보이는 흥미로운 현상 한 가지는 이를 구매하기 위해 형성된 긴 줄이나 메뉴의 맛이나 가성비에 대한 리뷰가 이슈가 된 것이 아니라 BTS 세트의 포장 용기들을 사람들이 모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전 세계의 아미(BTS 팬클럽)들은 이것들을 깨끗하게 씻어서 마치 피규어처럼 케이스에 넣어 보관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마치 명화를 벽에 걸어놓듯이 액자에 고이 모셔놓기도 하는 등 전시한다. >

 

BTS 세트

신곡 ‘BUTTER’로 이번에도 빌보드 핫샷을 기록(발표 첫 주에 빌보드 싱글챠트 1위 기록)하며 이전에 가지고 있던 여러 기록을 또다시 갱신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맥도널드와 협업을 발표하면서 또 다른 이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실 이제는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싱글챠트 1위를 기록하거나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에 새로운 기록을 작성하는 정도는 놀랍지도 않은, 지극히 당연한(?) 우리들의 일상이 됐기 때문에 맥도널드가 아니라 에르메스와의 협업을 통해 버킨백과 같은 시그니쳐 가방을 제작한다 해도 딱히 놀랄 일도, 이상한 일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BTS’라는 브랜드를 가져다 쓰면서 정작 새로운 버거를 개발하지 않고 기존 메뉴를 재활용했다는 이유로 맥도널드가 비난받고 있을 정도다.

 

BTS 세트를 알아보자

제품이 출시된 이후에 보이는 흥미로운 현상 한 가지는 BTS 세트를 구매하기 위해 형성된 긴 줄이나 메뉴의 맛이나 가성비에 대한 리뷰가 이슈가 된 것이 아니라, BTS 세트의 포장 용기들을 사람들이 모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맥도널드의 세트 메뉴는 햄버거와 감자튀김, 그리고 음료수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BTS 세트는 기존 햄버거 메뉴와는 달리, 맥너겟 10조각과 2종류의 디핑 소스, 그리고 음료수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색이다. 

 

그리고 두 가지 소스는 각각 매콤한 케이준소스와 스윗 칠리소스로, 모두 BTS가 한국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 한국 스타일로 새로 개발됐다. 

 

이 메뉴를 구매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우선 BTS 세트에만 사용되는 보라색의 맥너겟 박스와 음료컵, 그리고 한글이 적힌 두 가지 소스와 이것들을 넣어주는 BTS 세트 전용 종이봉투이다. 아쉽게도 감자튀김은 기존의 빨간 맥도널드 감자튀김 포장재가 그대로 사용됐다(그 이유로 맥도널드는 욕을 많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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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팬이 액자에 넣어 전시한 BTS세트>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아니, 그래서 도대체 이것들을 어디에다가 쓰냐고?  놀라지 마시라. 전 세계의 아미(BTS 팬클럽)들은 이것들을 전시한다. 

 

어떤 사람은 깨끗하게 씻어서 마치 피규어처럼 케이스에 넣어 보관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마치 명화를 벽에 걸어놓듯이 액자에 고이 모셔놓기도 하며, 또 어떤 이는 아예 자기만의 방식으로 콜라주 작품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결과물은 고스란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틱톡 등 수많은 소셜 미디어들을 통해 전 세계에 퍼지고 공유되며 전 세계 아미들의 수집 욕구와 도전 욕구를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 

 

필자의 어린 시절, 록밴드 너바나(N irvana)와 건즈 앤 로지즈(Guns N’ Roses)를 너무 좋아해서 그들의 앨범 커버가 프린트된 포스터를 구해서 벽에 자랑스레 걸어놓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방탄소년단을 아이돌이라는 다소 가벼운 뉘앙스의 프레임으로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방탄소년단은 지금 이 시대에 누구와도 비교가 불가능한 세계의 아이콘이자 록스타이다. 

 

방탄소년단을 비틀즈와 비교하는 사람들은 과장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아니라, 1963년 당시 비틀즈의 등장을 경험했고 어떻게 그들이 전설이 됐는지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앞으로 30년이 지난 후, 방탄소년단은 비틀즈나 롤링스톤스처럼 어떤 시기에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사랑했던 슈퍼스타로 기록될 것임은 명확하다. 

 

그런 면에서 지금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50년 후에 역사에 기록될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보이밴드의 이름으로 출시된 이 메뉴를 맛있게 먹고, 언젠가 부동산이 될지도 모를 그 귀한 포장 용기들을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꼼꼼하고 위생적인 방식으로 모셔두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건 단순히 음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일수도 있지만, 50년 후에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는 가치에 대한 투자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에필로그 

조엘과 싸우다가 ‘이딴 거’ 필요 없다면서 성냥갑을 돌려주고 돌아왔다는 라귀니는 잔뜩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취미의 가치를 숫자로 표현했다는 천박한 발상도 짜증나는 데다 마치 대단한 것을 주었으니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달라는 듯한 그 거만한 태도에도 분노가 치민다면서. 그런데 그쯤에서 무척 궁금했던 것 한 가지를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묻고 싶지도 않고 궁금해 하고 싶지도 않으며 대화의 주제와도 아무 관계 없음을 당연히 알고는 있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던 바로 그 질문.  

 

“그런데 그 성냥을 걔는 얼마에 샀대?” 

 

“만 달러.” 이것이 뉴욕의 흔한 러브스토리 스케일.                

                    ​ 

경력사항

  • 現 ) 스트리트캐주얼 ‘FLUX’ director
  • 前 ) 서울패션위크 Generation Next Seoul 참가
  • 前 ) 20th Century Forgotten Boy Band 디자이너
  • 前 ) 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 Men's wear B.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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