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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世紀少年의 울트라리스크/이학림

권위와의 전쟁 부캐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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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학림 스트리트캐주얼 ‘FLUX’ 디렉터 (haklim.lee77@gmail.com) | 작성일 2021년 05월 10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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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준, 쿨제이, 그리고 김해준 

최근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인 최준. 

 

한쪽 눈을 가린 이른바 ‘쉼표 머리’와 외자 이름에서 이제는 아저씨의 표상이 된 90년대 X세대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데다, 시종일관 느끼하고 치가 떨리는 사랑 표현 등으로 ‘로맨티스트’를 표방하는 이 캐릭터는 실제로 1997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 주인공 ‘강민’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가상의 캐릭터이다. 

 

‘준며들었다’라는 표현은, 얼토당토 않은 ‘최준’식 로맨티시즘에 혀를 내두르며 거부반응을 일으키다가도 어느새 빠져든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3일간 안 씻은 자신의 발 냄새를 맡아보고 질색을 하다가 은근슬쩍 다시 맡게 되는 심리와 비슷하달까? 

 

또 다른 인물인 ‘쿨제이’도 최준과 비슷한 선상의 인물로, 90년대 동대문 주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억지로 옷을 사게 만들던 ‘무서운 형’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왔다. 그리고 이들 모두는 코미디언 김해준 씨가 연기하는 김해준의 ‘부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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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이효리, 비가 만든‘싹쓰리’ 프로젝트 그룹은 유재석은‘유두래곤’, 이효리는‘린다 G’, 비는‘비룡’이라는‘부캐’로 활동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자료출처=MBC‘쇼음악중심’방송 캡쳐>

 

2. 여기도 저기도 부캐 

사실 ‘부캐’라는 단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온 온라인 용어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원래 사용하던 계정 혹은 캐릭터 외에 부가적으로 필요에 의해 언제든 버릴 수 있게 추가적으로 캐릭터를 몇 개씩 만들곤 했던 데서 ‘부(가적인) 캐릭터’라는 용어가 사용돼왔고 그것이 요즘은 ‘실제의 나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을 가진 페르소나’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2020년, 왕년의(?) 스타들인 유재석, 이효리, 비는 ‘싹쓰리’라는 프로젝트 밴드를 만들었고, 여기서 유재석은 ‘유두래곤’, 이효리는 ‘린다 G’, 비는 ‘비룡’이라는 가명으로 활동을 했는데 여기서도 부캐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부캐의 개념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정지훈’은 가수이자 영화배우이고, 김태희의 남편이기도 한 실존하는 사람이자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에 해당한다. 그리고 ‘비’는 정지훈의 예명이자 게임 상에서 정지훈이 플레이하는 주된 캐릭터, 즉 ‘본캐(Main Character)’에 해당한다. 

 

즉 ‘태양을 피하는 방법’ 혹은 ‘깡’을 부르는 사람은 비이며, 비는 정지훈이 감정이입을 하고 플레이하는 대상이긴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른 존재인 셈이다. 

 

그리고 프로젝트 밴드 ‘싹쓰리’에서 막내를 맡고 있는, 어리광 부릴 줄도 알고 생글생글 웃기도 하며 가만히 보면 어딘가 살짝 모자라 보이는 백치미도 있는 소년의 모습을 우리는 ‘비룡’이라 부른다(고 약속한다). 

 

게임의 관점에서 정지훈은 플레이어, 비는 플레이어의 첫 번째이자 주로 사용하는 메인 캐릭터, 그리고 비룡은 정지훈이 게임을 다른 방식으로 즐기기 위해 취향에 따라 새로 만든 두 번째 캐릭터가 되는 셈이다. 

 

진지하고 독설 가득한 가사로 유명한 래퍼 매드 클라운은 어느 날 갑자기 핑크색 복면을 쓰고 무대에 나타나 스스로를 ‘마미손’이라 명명하곤 평소의 매드 클라운과는 다른 ‘병맛 가득한’ 음악을 선보인다. 

 

물론 행동과 목소리, 심지어는 복면 너머로 슬쩍슬쩍 보이는 외모는 ‘누가 봐도’ 매드 클라운이지만 본인은 끝까지 자신은 그 사람이 아니라 마미손일 뿐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물론 “어, 들어보니까 그 사람 목소리가 저랑 비슷하긴 하네요”라는 립 서비스와 함께.  

 

‘부캐놀이’는 비단 엔터테인먼트 쪽의 이야기가 아니다. 치킨가게에서 부캐로 돈까스 메뉴를 선보인다거나 카페에서 ‘바리스타의 부캐가 만든 메뉴’라며 피자를 사이드 메뉴로 내놓기도 하는 등 부캐놀이는 가장 최신의 트렌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도 이것들을 애들 장난이라고 생각한다면 요즘 없어서 못 판다는 ‘곰표 맥주’나 ‘천마표 시멘트 팝콘’의 예를 떠올려보시라. 봉준호 감독의 얘기대로 1인치의 장벽을 넘어서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팝콘을 씹으면서 지금 씹고 있는 것이 결코 시멘트가루가 아니라는 자기 확신을 수도 없이 되뇌는 훈련이 필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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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놀면뭐하니’에서‘카놀라유’부캐로 활동한 유재석. 자료출처=MBC‘놀면뭐하니’방송 캡쳐>

 

 

3. 부캐놀이 

사실 부캐놀이가 결국은 얄팍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아니, 이 주제를 진지하고 무거운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하는 사람은 애초에 이 놀이에 끼거나 논할 자격 자체가 없는 셈이다. 

 

카놀라유(주: 유채의 종자에서 추출한 기름의 하나)에서 가져온 ‘카놀라 유’라는 이름을 천연덕스럽게 사용하면서 자칭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쥐락펴락하는 거물 행세를 하면서 전세기까지 타고 한국을 찾아서 기껏 한다는 것이 예능 유망주를 찾고 있는(1인 기업인가보다) 유재석을 보면서 “요즘 유재석 왜 저래? 거만해졌네?”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즉 부캐놀이의 본질은 ‘가벼움’과 ‘유치함’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치 어린 아이들이 병원놀이를 하거나 소꿉장난을 하듯이 서로 암묵적인 몇 가지의 약속을 거쳐 그럴싸한 어른판 병원놀이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 장난이 얼마나 유치한 지, 얼마나 어른스럽지 않은 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과정 자체가 즐겁고 재미있으면 그것으로 그만인, 말 그대로 ‘놀이’인 셈이다. 

 

어린이들의 병원놀이에서 환자는 언제나 고사리 손 몇 번에 완치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던가. 

 

그와 마찬가지로 부캐놀이 역시 참여한 모두가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재미있어졌을 때 언제든 그만두면 그것으로 충분히 가치있는, 딱 그 정도의 놀이 문화인 셈이다. 

 

또 한 가지 부캐놀이의 특징은 본캐와 부캐는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가수로서의 ‘아이유’와 배우로서의 ‘이지은’에는 각각 다른 점수가 매겨진다. 그 이유는 가수 아이유와 배우 이지은은 인간 이지은의 ‘본캐’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순위와 점수가 존재하고 자연스레 계급과 권위가 주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카페사장 ‘최준’과 강매꾼 ‘쿨제이’는 전제 자체가 다른 사람(이라고 전제할 것)이기에 이들 사이에는 아무런 우열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며 상하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계급적 의미를 담고 있는 ‘권위’가 존재할 수도 없다. 

 

4. 부캐타임 

요약하자면 부캐놀이는 아이들의 병원놀이와 구조적으로 하등의 다를 바가 없는 가볍고 유치한 문화이다. 거기에는 아무런 무게감이나 깊이, 철학적 메시지는 존재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 

 

그래서 혹자들은 60~80년대의 묵직했던 대중문화들과 비교하면서 “하다하다 이젠 애들 장난까지 가져와서 잘들 놀고 자빠졌다”고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이쯤에서 다시 한 번 봉준호 감독의 명언을 되새겨보자.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 넘으면 여러분들은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2021년, 지금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디지털 세계에 살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결정적인 차이는 속도와 무게에 있다. 물론 원한다면 여전히 중량감 가득한 아날로그 시대의 방식으로 지금을 살 수도 있고 그 시절의 가치는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살면서 디지털의 장벽을 뛰어 넘으면 여러분은 훨씬 더 많은 문화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한 번쯤 현실 속의 내가 아니라 꿈에서만 보던, 현실의 나와는 많이 다른 또 다른 세상의 나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면, 심각하고 진지하게 이것저것 고민하고 따지지 말고, 이제는 여러분의 ‘부캐’를 만들어볼 시간이다. 

 

뭐 어때? 재미없으면 삭제하고 또 만들면 그만인 걸.    

 

경력사항

  • 現 ) 스트리트캐주얼 ‘FLUX’ director
  • 前 ) 서울패션위크 Generation Next Seoul 참가
  • 前 ) 20th Century Forgotten Boy Band 디자이너
  • 前 ) 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 Men's wear B.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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