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세상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 레이첼의 지속가능한 한량질 / 남윤주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레이첼의 지속가능한 한량질 / 남윤주

어떻게 세상에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남윤주 에딧시티 프로젝트 대표 (rachel@editcityproject.com) | 작성일 2021년 06월 28일 URL 복사
카카오톡 URL 복사

본문

1128e02e55c1d4aa76446ecb1941a6eb_1624772608_6861.jpg

<‘당신의 B면은 무엇인가요?’의 저자 덴츠 B팀은 광고 회사 덴츠에 속해 있는 특수 크리에이티브 팀으로 A면인 광고 분야 외에 개인적인 활동, 취미, 이전 직업 등 개인적인 B면을 가진 직원이 모여 팀을 이루고 있다.>

 

“너는 이제 마름이 된 거야!” 직장에 다니던 시절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고 부장으로 승진했을 때 선배한테 들은 말이다. 회사의 중간 관리자는 마름과 같다는 것이다."

 

"마름은 지주를 대리해 소작농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지주가 바쁘고 귀찮으니 소작농을 대신 관리하는 마름은 지주에게 잘 보이고 성과를 내기 위해 땅 주인보다 더 소작농을 괴롭힌다는 것이다. 

1128e02e55c1d4aa76446ecb1941a6eb_1624772666_8952.jpg

<무블 출판사가 지난 2월에 출간한‘위어드 피플’은 남들이 보기엔 의아하지만 자신만의 합리적인 이유로 확신을 갖고 성공을 찾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프롭테크 스타트업 ‘스테이즈’의 공동창업자인 임성준 이사가 올해 출간한 ‘스타트업’ 첫 페이지에서 밝힌 퇴사를 결심한 계기입니다. 연차가 쌓일수록 임원들의 뒷모습이 점점 쓸쓸해 보이고 측은지심이 들었던 건 마름이 되고 싶지 않은 마름의 모습을 엿봐서였을까요.  

 

“하루가 다르게 소비자도 트렌드도 바뀌는데 거기에 맞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면 다들 장기 브랜딩 말고 매출 전략을 가지고 오래. 그래서 이게 매출도 올리는 전략이라는 걸 어떻게든 시간을 투자해서 설득해오다 보니깐 어느새 성과 욕심내는 워커홀릭이 돼버렸어. 상사도 동료도 팀원들도 나를 버거워하는 거 같고, 나도 이제 임계점이 온 것 같아.” 

 

얼마 전 한 패션 대기업의 브랜드 전략팀 부장으로 있는 친구가 눈물을 글썽이며 한참을 쏟아낸 이야기입니다. 신입 때부터 늘 고민을 공유했던 친구라 주기적으로 있던 일이지만 이번엔 심상치가 않아 보였습니다. 

 

사방의 눈치를 보다 보니 무척이나 위축돼버렸고 이대로 가다간 혼자 뒤쳐지고 말 것 같다는 이야기와 함께 올해 안에 17년을 다닌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몸담았던 업계 특성을 살린 아이템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취향을 더해 직접 교감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구상하고 있다면서요. 

 

명함이 나타내는 자부심 높았던 타이틀을 내려놓고 더 늦기 전에 소박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이죠. 그동안 매순간 최선을 다했던 그의 열정과 휴머니즘으로 맺어진 인적 네트워크, 소셜 영향력을 알기에 결코 무모한 도전으로 보이진 않았습니다. 

 

“단기간 규모보다는 오랜 시간 영향력 있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그래서 직원 개개인 모두가 브랜드 철학을 공감하고 스스로 왜 일하는지 생각하면서 기존의 틀에 갇혀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5년 전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혁신적인 패션 플랫폼 스타트업인 이스트엔드를 창업한 김동진 대표는 요즘 조직운영이 가장 고민입니다. 작년에 아기 유니콘이 되기도 한 이 스타트업의 직원 수가 어느새 100여 명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죠. 

 

혁신과 유연함이 생명인 스타트업 내에 어느새 또 다른 마름이 생기진 않을까, 혹은 자신의 열정이 버거워져 떠나는 직원이 생기진 않을까 남몰래 혼자 술잔을 기울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임원급을 영입하는 대신 내부 조직에 활력을 더해줄 외부 크리에이티브 그룹에 파격적인 협업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로 합니다.  

 

1128e02e55c1d4aa76446ecb1941a6eb_1624772591_8039.jpg

<덴츠 B팀은 서로 다른 B면을 가진 56명의 직원을 섭외해 만든 덴츠 소속의 특수 크리에이티브 팀이다. 각자의 B면 분야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자발적으로 일을 벌인다. 사내 동아리 같은 비영리 조직이 아니라 수백 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엄연히 수익도 낸다.>

 

하고 싶은 일과 먹고 사는 일

사실 돌이켜보면 반골기질이 있던 선배들이 조직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경우를 꾸준히 봐오긴 했습니다. 그중엔 성공한 사업가도 있고 대박난 프랜차이즈 사장님도 계십니다. 

 

물론 모두 다는 아니지만요. 하지만 앞서 언급한 세 명의 공통점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 돈을 번다는 신념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이런 스토리들은 2015년 창간한 독립잡지 베어매거진을 통해 ‘행복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접하면서 체감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그들은 자기 일을 사랑하고 그 일을 통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것으로 행복을 얻고 있었죠. 

 

그리고 그 스토리를 읽는 내내 사진 속 그들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며 참 행복해 보인다고 느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리고 2017년부터 시작된 시리즈인 ‘3년 이하 000’에선 한 뼘 더 들어가 ‘하고 싶은 일과 먹고 사는 일’에 대한 현실적인 고찰을 담고 있습니다. 

 

1128e02e55c1d4aa76446ecb1941a6eb_1624772506_4865.jpg
 

예를 들어 ‘서울 3년 이하 서점들’의 부제는 ‘솔직히 책이 정말 팔릴 거라 생각했나?’이고 ‘서울의 3년 이하 빵집들’의 부제는 ‘왜 굳이 로컬 베이커리인가?’와 같은 식으로 말이죠. 

 

그들은 소상공인이라기보다는 공간을 기반으로 한 독립적인 창작자 혹은 창작 그룹으로 보는 것이 더 맞습니다.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것만이 아닌 지역 사회와 도시풍경에도 활력을 주고 다양한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으니까요.

 

이들은 점차 골목길 깊숙이, 그리고 태어난 고향인 지방 소도시로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대도시인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것이 타인의 욕망을 욕망했던 걸 인정한 후에 결단을 내렸다고 합니다. 

 

이젠 ‘로컬 크리에이터’라고도 불리는 이들 중엔 어반 플레이, 로컬 스티치와 같이 급성장한 스타트업도 포함됩니다. 얼마 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골목길 경제학자 모종린 교수와 연희동 회동 시 방문했던 그 연남장이 바로 어반 플레이가 운영하는 문화공간입니다.

 

이 현장을 보수언론에서 단독으로 대서특필했다는 건 소상공인, 골목상권, 로컬과 같은 키워드가 경제효과로 이어질 거라는 판단이었을까요.

 

워크스타일 3.0 시대, 당신의 B면은 무엇인가요?

 

며칠 전 알바몬이 잡코리아와 함께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20∼30대 10명 중 7명이 인디펜던트 워커를 선호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대다수의 언론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업무방식이 바뀌면서 조직에서 독립해 홀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어느 한 방송작가는 기고를 통해 인디펜던트 워커를 그간 계약서도 없이 불안정하고 불공정하게 일해 온 고용형태와 비교하며 프리랜서 혹은 특수 고용직과 다를 바 없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일침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등장한 인디펜던트 워커를 단순히  고용형태의 변화로만 인식하는 게 맞을까요? 

 

북 저널리즘에서 펴낸 ‘인디펜던트 워커’는 이들을 회사 소속 여부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일하고 원하는 방향대로 주체적으로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로 정의하며 대표적인 밀레니얼들의 인터뷰를 수록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잘하는 것을 일에 접목시켜 성과를 올리거나, 하고 싶은 일을 멈추지 않고 쌓아갔던 가상의 페르소나가 영향력이 커지자 자연스레 주업이 됐다는 점입니다. 

 

전반적으로 자기를 지키면서, 더 나은 일과 삶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여정에 대한 기록에 가까워 보입니다. 아울러 독자들에게 어떤 세상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줍니다. 

 

1128e02e55c1d4aa76446ecb1941a6eb_1624772454_3093.jpg
 

한편, 지난해 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기업인 유니콘 기업이 4년 만에 2개에서 13개로 늘어났고 창업기업 또한 25%가 증가해 150만 개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IMF 이후 2000년대부터 시작된 IT 기반의 제1 벤처 붐에 이어 20년 만에 부는 제2의 벤처 붐으로 올해 그 기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중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트업과 안목 있는 디벨로퍼를 자처하는 엔젤투자자의 이야기를 담은 무블 출판사의 ‘위어드 피플’의 부제는 ‘별난 생각들이 성공하는 시대, 나는 다르게 번다’입니다.

 

여기서 위어드는 기이하게, 혹은 엉뚱하게 라는 의미로 포틀랜드는 ‘KEEP PORTLAND WEIRD(포틀랜드를 독특하게 유지하자)’라는 도시슬로건에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참여했던 나우매거진 포틀랜드 편에서 모든 인터뷰이의 마지막 질문이 ‘당신에게 WEIRD란?”이었을 정도로 포틀랜드를 상징하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답변을 통해 ‘위어드’란 결국 타인이 아닌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이고 내 신념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신념을 존중한다는 다양성에 대한 가치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 일에 상관하지마’ 정도로 인식했던 반골기질이 이젠 더 나은 미래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요.  

 

이 밖에 최근에 출간된 모베러웍스의 ‘프리워커스’와 블루 랍스터의 ‘당신의 B면은 무엇인가요?’도 나오자마자 2030 밀레니얼들에게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적인 일본의 광고 대행사인 덴츠에 속해있는 특수 크리에이티브 팀인 덴츠 B팀이 펴낸 ‘당신의 B면은 무엇인가요?’는 작년에 출간된 ‘도쿄R부동산 이렇게 일합니다(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만든 우리의 전략)’의 광풍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두 책 모두 우리나라보다 10년을 앞서 경험한 일본에서 새롭게 도입한 조직형태로 이미 성과를 낸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정체불명의 정체들은 어디로 향하는가, 나다움을 통한 연결의 시대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알로이스 슘페터는 “혁신은 서로 다른 여러 정보의 새로운 결합으로 가능하다”고 했는데요, R부동산의 프리에이전트 조직 형태와 덴츠 B팀 모두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본업에 버무려 주체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이 되는 계기를 만들어 갑니다. 

 

여기서 B는 삶 혹은 조직에서 그동안 서브, 대안, 혹은 비주류로 치부됐던 개성, 취향, 덕질, 소신, 신념 등을 의미합니다. 마치 진지한 건 좋지만 심각하고 싶지 않은 밀레니얼의 B급 감성을 빗댄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의 성과는 주주에 대한 수익뿐만 아니라 ESG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고 있는가로 측정되어야 한다는 ‘다보스 선언 2020’에서 슈밥 WEF 회장은 아래와 같이 덧붙였습니다.

 

“이제 더 이상 MZ세대는 주주가치 극대화를 뛰어넘는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은 기업을 위해 일하거나 기업에 투자하거나, 그 기업으로부터 물건을 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인디펜던트 워커’에 소개된 어느 브랜드 마케터는 얼마 전 다른 8명의 마케터와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소셜에 공표하며 R부동산의 프리에이전트 방식에 영감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단단한 철학과 소신을 가진 브랜드와 사람을 사랑하며 연결하고 나누기를 즐기는 느슨한 연대라고 말이죠. 

 

대부분의 소속 마케터들은 이미 두터운 팬덤을 보유한 밀레니얼 세대들입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마케팅과 연결되는 의미 있는 일, 새로운 일을 도모한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필자 또한 얼마 전 8년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가구 디자이너, 매거진 편집장 출신, 부동산/로컬 전문가, 건축가, 공간 디자이너 등 각 영역의 인디펜던트 워커로 구성된 프리에이전트 조직입니다. 

 

모두 영역은 다르지만 걸어왔던 길과 앞으로 향하는 방향이 같은 동지들의 느슨한 연대 정도로 소개할 수 있겠네요. 사실 이렇게 소개하면 그래서 도대체 무슨 사업을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곤 합니다. 

 

하지만 그 질문보다 더 중요한 건 누구와 함께 어떤 가치를 만들어가겠냐는 것일 겁니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피니까요.

 

경력사항

  • 現 에딧시티 프로젝트 대표 / 現 UN SDGs 협회 전문위원
  • 前) 나우매거진 포틀랜드, 타이베이, 베를린 편 콘텐츠디렉터
  • 前) ㈜ 블랙야크 마케팅본부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장
  • 홍익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 MBA
  • 2003-2012 광고대행사, PR 회사 AE

FSP 연재

POST
STAND
(주)다음앤큐큐

인터뷰

패션포스트 매거진

64호 64호 구독신청 목차 지난호보기

접속자집계

오늘
2,851
어제
3,722
최대
14,381
전체
1,985,554

㈜패션포스트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로 59-11 엠비즈타워 713호
TEL 02-2135-1881    FAX 02-855-5511    대표 이채연    사업자등록번호 866-87-01036    등록번호 서울 다50547
COPYRIGHT © 2019 FASHION POST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