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의 옷은 어땠습니까? > 서사부의 提言 / 서인각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서사부의 提言 / 서인각

‘승리호’의 옷은 어땠습니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서인각 前 삼성물산패션부문 남성복사업부장 (morgen22@naver.com) | 작성일 2021년 05월 31일 URL 복사
카카오톡 URL 복사

본문

 02de0a37d2be17ba0d698025d434913a_1622342840_7124.jpg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때문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언제 다시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로만 한정 지어 얘길 한다면 현재 가장 큰 혜택을 보고 있는 건 아무래도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서비스가 아닐까 합니다. 영화들이 극장 개봉을 하지 못하자 OTT 서비스로 직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 되어버렸지요. 

 

SF영화 속 복장을 보면서

올해 초 OTT에서 서비스된 영화 중 화제를 모은 한국 영화 한편이 있었습니다. 당시 아카데미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화제가 되고 있던 ‘미나리’가 아닌 바로 ‘승리호’라는 SF영화였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미 관람했거나 적어도 간단한 줄거리 정도는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보신 분들은 그 영화에 대해 말이 많았습니다. ‘서사가 불충분하다’ ‘CG는 한국 영화답지 않게 무척 훌륭하다’ 등. 

 

02de0a37d2be17ba0d698025d434913a_1622342954_2955.jpg
 

내용에 대해서야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이 영화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70년 후인 2092년입니다. 주인공들의 직업은 우주 쓰레기 청소부 정도이려나요? 다시 말하면 우주개발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들을 수거해서 돈이 될 만한 것들을 팔아먹는 하층 노동자들입니다. 

 

전체적인 얼개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조금은 익숙한 것들이 많습니다. 인원 구성이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들도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이 금방 생각날 만큼 새롭지는 않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긴 하지만 조금 아쉽긴 하더군요. 너무나도 많은 해외 작품들과의 유사성을 모두 검토하긴 쉽지 않았겠지요. 우리 모두 잘 아는 것처럼 미래를 다룬 숱한 SF영화와 소설들이 있고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것들은 ‘스타워즈’시리즈나 ‘스타트렉’ 시리즈입니다. 

 

우리나라는 해외처럼 SF 콘텐츠의 수요가 많지는 않습니다만 알게 모르게 조금씩 입지를 넓혀나가는 노력이 계속되어 오긴 했지요. 뭐 SF에 관한 얘기를 쓰려고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 영화나 소설을 볼 때마다 그들이 착용하는 패션에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하지만 뭔가 특별한 것을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냥 ‘지금 우리가 착용하는 패션이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니 좀 낡았다?’ 하는 정도라고나 할까요. 승리호의 승무원 복장도 그렇고 여타 다른 미래를 다룬 영화에 나오는 것들도 그렇고요. 굳이 따지자면 ‘지금 상상할 수 있는 기능적인 것들?’ 정도인 것 같습니다.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라고 거창하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기능적인 걸 제외하면 소위 말하는 멋이라는 걸 고려했을 때 아무런 새로움을 느낄 수는 없겠더군요.

 

 대부분의 영화가 분명 유명한 스타일리스트나 디자이너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고 또 그런 사람들이 영화에 걸맞은 의상들에 대해 숱하게 고민했을 텐데 말이죠.

 

생각해보면 미래를 다룬 영화 중에서 과학기술 측면이 아닌 순수하게 패션으로서의 패션을 다룬 영화는 2013년에 나왔던 스파이크 존스의 ‘HER’라는 영화가 유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많은 영화에서 나온 건축물이나 무기들, 그리고 과학기술들이 미래의 어떤 지향점 같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면 패션이 인문학적인 요소가 많아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래를 알려주거나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하긴 패션을 하는 우리도 잘 모르는데 그런 걸 기대할 수 없겠지요.

 

02de0a37d2be17ba0d698025d434913a_1622342909_0366.jpg

<과학자들이 생각하기에 가장 뛰어난 미래를 그린 영화‘인터스텔라’>

리뷰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팬데믹이 다행히 끝난다면 세계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패션의 미래는 어떻게 되어있을까요? 지금 가장 궁금한 것들은 그런 것들이겠지요.

 

그래서 영화가 됐든 드라마가 됐든 아니면 소설 속에서라도 무언가 힌트를 얻고 싶어서 미래를 다룬 공상과학영화를 보고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이 생각한 것이 무엇인가를 참고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학자들이 생각하기에 가장 뛰어난 미래를 그린 영화라고 평가하는 것이 바로 ‘인터스텔라’입니다. 아마 많이들 봤을 것이고 그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래의 모습이나 우주와 관련된 또는 과학적인 근거에 관련된 책들을 사서 읽어 본 분들도 꽤 많을 것입니다.

 

즉 영화라는 것이 상상력에 기반을 두긴 하지만 과학적인 사실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배경이 되는 시대는 2067년입니다. 불과 지금으로부터 50년 후에 인간들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재배할 수조차 없는 암담한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1900년경에 백년 후의 미래를 상상한 그림들이 있었습니다. 1900년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처음 전시됐던 것들로 총 87장의 상상화였다고 합니다.

 

 공중에서 테니스를 하는 모습, 소방관들이 공중에서 불을 끄는 모습이나 고래가 물속에서 마차를 끄는 모습 등 현재 상황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것들도 있긴 합니다만 그중에는 화상통화를 하거나 건설 현장에서 기계를 이용하는 모습 등 투박하지만 현재와 유사한 상황의 상상도도 있습니다.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결국 현재의 모습이 근거가 되어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됩니다. 현재의 상상력이 기반이 되어 결국 미래를 그리게 되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현재의 기반이 튼튼하지 못하다면 미래도 상상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02de0a37d2be17ba0d698025d434913a_1622342900_4308.jpg

<영화‘백 투 더 퓨처’의 미래는 2015년이었다. 지금의 현실적인 모습을 기초로 미래를 예견한다면 팬데믹 이후의 미래를 제대로 대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음껏 상상하라

모든 업계가 가장 숙제처럼 생각하고 있을 팬데믹 후의 미래의 모습도 결국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현재의 생각들만 가지고는 그다지 새로운 것이라 할 만한 것들을 내어놓고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하기는 쉽지 않겠지요.

 

다음 시즌의 제품을 만드는 것들도 현재의 모습이나 지나간 시즌의 리뷰만 가지고는 성공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렵겠지만 완전히 다른 사고의 방식이 아니라면 그저 지금까지처럼 조금 더 다른 걸 만드는 데 그쳤다는, 커다란 위기 후에도 별로 변하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것만 같습니다. 

 

페스트 이후의 중세가, 그리고 스페인독감 이후의 근대가 완전히 바뀐 것처럼 지금의 코로나도 이후의 세계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려면 지금의 시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미래는 2015년이었고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 발명되어 인류를 멸망으로 인도하는 미래는 1997년이었습니다. ‘승리호’의 미래는 2092년이고 ‘인터스텔라’의 미래는 2067년입니다. 

 

자동차가 없어서 고래가 물속에서 탈것을 끌고 가는 100년 전의 상상화처럼 지금의 현실적인 모습만을 기초로 하여 미래를 예견한다면 팬데믹 이후의 불확실한 미래를 제대로 대비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2025년에도 사람들은 회의할 때나 격식 있는 모임에서 슈트를 입을까요? 캐주얼화는 그때가 돼도 중요한 트렌드일까요? 불과 4년 후의 이야기이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처럼 지난 시즌 팔린 걸 리뷰해서 다음 시즌 제품을 기획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공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코로나 이후의 완전히 다른 세계에 적응할 수 없을 것입니다. 

 

숱한 위기를 거쳐 왔듯이 그래도 잘 해낼 겁니다. 다만 한 번만 더 깊이 생각한다면 불확실한 미래라고 해도 우리가 상상하는 쪽으로 같이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너무 현재의 모습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경력사항

  • 前)삼성물산 남성복 사업부 사업부장
  • (前)삼성물산 갤럭시/란스미어 BM
  • (前)삼성물산 엠비오/빨질레리 BM

FSP 연재

POST
STAND
(주)다음앤큐큐

인터뷰

패션포스트 매거진

64호 64호 구독신청 목차 지난호보기

접속자집계

오늘
2,729
어제
3,722
최대
14,381
전체
1,985,432

㈜패션포스트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로 59-11 엠비즈타워 713호
TEL 02-2135-1881    FAX 02-855-5511    대표 이채연    사업자등록번호 866-87-01036    등록번호 서울 다50547
COPYRIGHT © 2019 FASHION POST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