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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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채수한 기자 (saeva@fpost.co.kr) 작성일 2025년 01월 21일 프린트본문
올해는 육십갑자의 마흔두째, 청사(靑蛇)의 해이다.
천간은 푸른색을 상징하며, 지지는 뱀을 상징한다고 하니, 곧 푸른 뱀의 해이다.
‘쓸쓸하고 스산한 분위기’, ‘매우 가난한 모습’ 같은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을씨년스럽다’라는 표현이 이 을사년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해조가 1908년 쓴 신소설 ‘빈상설’의 ‘을사년시러워’에서 처음 사용됐고 사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을사년에는 안 좋은 일들이 많았다.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1783년과 1784년에 걸쳐 큰 흉년이 들었고, 그에 따른 전국적인 규모의 구휼 사업이 실행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기근으로 민심이 흉흉했던 1785년 을사년의 기억이 을씨년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일제가 우리의 외교권을 빼앗기 위해 강제적으로 조약을 체결했던 을사늑약도 역사적으로 뼈 아픈 사건이었다.
2025년, 60년 만에 돌아온 을사년 역시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국내외 정세, 경제환경에 있어 이미 여러 가지 징후가 보이는 만큼, 작년보다 더 어려운 해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이가 많다.
패션계 한 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겨울 장사가 시작부터 망조를 보였고,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연시 시즌에 걸었던 작은 기대도 무도한 43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늪에 빠져버렸다.
새해를 맞이했어도 잘 나간다는 몇몇 브랜드를 제외하면 제도권 대다수 브랜드의 실적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끝 모를 불안과 스트레스를 낳는 사이, 우리는 다시 봄을 준비하고 있다.
봄이라고 따뜻하리란 보장도 없고, 겨울 장사를 망친 탓에 새로운 시즌에 쓸 자금이 두둑할 리 없다. 작년에 남은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행사장이라도 열심히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때에도 될놈될, 되는 놈은 있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 다룬 ‘마르디 메크르디’를 비롯해 ‘마뗑킴’ ‘마리떼’ 등은 그악한 불확실성의 시대에도 눈에 보이게 성장하고 있다. 그들은 무엇을 해 왔고, 무엇을 하고 있으며, 또 무엇을 시도할 것인가.
‘거기는 도대체 왜 잘되는 것이냐’ 부러움과 절박함이 담긴 이 질문에 다만 한 숟갈의 아이디어라도 보탤 수 있기를.
불확실성의 폐해는 불안을 넘어선 공포에서 시작된다.
알 수 없는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공황과 무기력을 불러오기도 한다.
하지만 미지(未知)의 미래가 품은 진짜 가치는 기대가 공존하는 데에 있다.
앞으로 어찌 자랄지 모를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보듯이 말이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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