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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빼고 다 바꾼 정지선 회장의 미래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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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경량 기자 (lkr@fpost.co.kr) | 작성일 2021년 02월 22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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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서울>

 

10년 만에 서울권 백화점이 출점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미래형 백화점 ‘더현대서울’이 26일 영등포 여의도에 문을 연다. 

 

정확히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 이후 10년 만이다. 온라인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오프라인을 추월하기 직전인데다 지난해 처음으로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가 백화점 3사(롯데·현대·신세계) 매출을 넘어서면서 백화점 업계 분위기는 초상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시 진행형이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지형이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이 불가능해졌다. 

 

어려운 업황 속 26일 개장을 앞둔 ‘더현대서울’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여의도로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한두 가지로 압축할 수 없다. 굳이 꼽자면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이라는 것과 물판(상품판매) 비중이 30%에도 못 미친다는 점이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359억 원이다. 전년대비 절반이 줄었다. 백화점부문의 타격이 컸다. 이 상황에서 물판 비중을 줄인 것은 말 그대로 모험이다. 점포명 역시 파격적이다. 

 

‘백화점’이라는 단어를 현대백화점그룹이 과감히 떼어냈다. 36년 전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개장 때부터 단 한 번도 떼 본적 없던 ‘백화점’ 단어를 지운 것은 실험에 가까운 행보다. 백가지 물건을 파는 곳, 백화점이란 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다. 첫 단추부터 확장성을 갖췄다. 

 

더현대서울의 영상과 옥외 광고만 봐도 전혀 다른 백화점이라는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좋은 물건을 파는 고급 백화점이라는 이미지 대신 MZ세대가 망원경으로 테마파크를 발견한 듯한 모습은 청량감과 신비감을 준다. 

 

입점 브랜드 구색도 선전한 듯 보인다. 구찌·발렌시아가·버버리·생로랑 등 럭셔리 브랜드가 입점한다. 오메가·IWC·부쉐론 등의 명품시계 및 주얼리 등의 물론이고 아르켓·블루보틀·요시다 포터는 국내서 첫 백화점 파트너로 더현대서울을 낙점했다. 일각에선 세계 3대 명품 브랜드(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빠져 있어 명품 라인업이 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들과 계속적인 입점 협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3대 명품을 모두 입점 시킨 백화점은 롯데백화점 잠실점, 현대백화점 본점, 신세계백화점 본점·강남점·센텀시티점·대구점,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등 전국 7개에 불과하다. 자리만 잡힌다면 입점은 시간문제라는 평도 나온다. 국내서 백화점 출점과 동시에 3대 명품이 동시에 입점한 곳도 사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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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서울 AD캠페인>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의 공간 혁신 

그럼에도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서울권에서 최대 규모다. ‘더현대서울’은 지하 7층~지상 8층 규모, 영업면적만 8만9100㎡(2만7000평)에 달한다. 지난해 국내 백화점 중 최단 기간(5년)에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한 현대백화점 판교점(9만2416㎡, 2만8005평)에 버금간다. 

 

서울권에서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8만6천500㎡ 2만6166평)보다 영업면적에서 조금 앞선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물판 비중은 총 영업면적의 70%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전혀 다른 구조다. 

 

이처럼 백화점 포맷의 새 시도는 정지선 회장과 현대백화점그룹이 백화점을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했고 분석을 마친 결과로 해석된다. 그리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백화점 업계의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김인호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은 “더현대서울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백화점’ 간판을 뗀 미래형 백화점이라는데 아주 큰 의미가 있다”라며 “포켓 상권이었던 여의도가 더현대서울의 등장으로 IFC몰과 함께 서울권 내 거대 상권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의 긍정적인 반응은 과거의 백화점과 전혀 다른 포맷이라는 점을 근거로 한다.

 

현대백화점그룹 내부에서도 기대감이 높다. 이헌상 현대그린푸드 전무(前 현대백화점 무역점장)도 “더현대서울은 백화점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것부터 확장성을 갖는다”라며 “MD(콘텐츠 구성)부터 F&B, 문화와 예술을 포함한 각종 테넌트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가치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둔 점포”라고 말했다.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에 공간 디자인과 매장 구성면에서 ‘혁신’을 꾀한 셈이다. 

 

김봉진 현대백화점 미래MD사업부장(상무)은 “더현대서울은 물판(상품판매) 중심이 아닌 콘텐츠에 집중한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는 국내 유일한 미래형 백화점이다. 총 영업면적 가운데 물판 비중은 30% 밖에 되지 않는다. 넓은 영업 면적을 할애해 다양한 테넌트로 채웠고 동선부터 모든 것이 다른 점포”라며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승부를 걸어야 되는 시기”라고 현재 백화점 업황을 설명하면서 여의도 진출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더현대서울은 디자인과 공간 기획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글로벌 디자인 전문회사 9곳과 손잡았다. 캐나다 인테리어 전문 회사 ‘버디필렉(BURDIFILEK)’, 세계적 설계 디자인 그룹 ‘칼리슨 알티케이엘(Callison RTKL)’, 영국 글로벌 설계사 ‘씨엠케이(CMK)’ 등 글로벌 디자인 기업 9곳과 현대백화점그룹이 머리를 맞대고 직접 인테리어에 참여했다.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순환 동선 구조로 매장을 채웠고 내부 기동을 없애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판매에 치우쳐진 동선과 배치가 아닌 고객의 쇼핑 편의를 최대한 높이는데 방점을 찍은 점포다. 

 

70822669505521a5e38ed54e845207d3_1614054612_0847.jpg <더현대서울 내관>

 

물판주의 깬 현대의 모험 

5층과 6층에는 기존 백화점에서는 볼 수 없던 ‘컬처 테마파크’도 선보인다. 5층의 실내 녹색 공원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과 여가생활 그리고 식사 등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꾸민 게 특징이다. 

 

‘사운즈 포레스트’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알트원’를 비롯해 차세대 문화센터 ‘CH 1985’, 그리고 리테일 테크를 활용한 ‘무인 매장’까지. 예술 작품 전시와 문화 공연이 가능한 알트원은 1160㎡(350평) 크기로 들어서며, 200여 점의 예술 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 지하 1층에 선보이는 식품관의 이름을 ‘테이스티 서울’로 지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 먹거리는 물론, 트렌디한 해외 유명 F&B(식음료)가 총망라된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관을 구성해 ‘테이스티 서울’을 홍콩의 침사추이, 프랑스의 샹젤리제 등 글로벌 맛집 거리에 버금가는 ‘글로벌 식(食)문화 공간’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1월 기존 ‘백화점의 틀’을 깬 파격적인 공간 디자인과 혁신적인 매장 구성을 앞세워 국내에 전혀 없는 형태의 백화점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고객들이 매장을 걷는 동선 너비도 최대 8m로 넓혔다. 유모차 8대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크기다. 다른 백화점 점포들에 비해 2~3배가량 넓다. 

 

5년 전 정지선 회장이 여의도에 서울에서 가장 큰 백화점을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당시 ‘고객들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라는 새 백화점의 콘셉트도 직접 제안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더현대 서울’의 테마를 ‘미래를 향한 울림’으로 정하고, ‘파격’과 ‘혁신’을 핵심 키워드로 꼽은 것과 ‘미래 백화점의 새로운 모델’로 키우겠다는 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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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의 새 랜드마크 72층 파크원 전경> 

 

높은 ROI 확보한 ‘더현대서울’ 

업계서는 지난해 백화점사업부문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감소한 현대백화점그룹이 무리수를 두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이 여의도에 새로운 콘셉트의 ‘미래형 백화점’ 모델을 중장기에 걸쳐 드라이브를 건 배경은 높은 ROI(투자자본수익률)가 바탕에 깔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16년 여의도 파크원 개발시행사인 Y22프로젝트파이낸싱인베트스먼트와 지하 7층~지상 8층 규모, 영업면적만 8만9100㎡(2만7000평)의 상업시설의 최대 20년 임차기간 동안 연간 임차료 300억 원 수준의 계약을 맺었다. 신규 점포 출점 투자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더현대서울의 여의도 파크원 임대 후 3년간은 최소보장임대료(MRG)를 토대로 지급하되 이후에는 MRG와 매출액의 일정 비율 금액 중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하는 식이다. 

 

2016년 현대백화점그룹이 제시한 MRG 300억 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이 나왔지만 당시 비슷한 시기 코엑스몰 운영권 MRG(600억 원)에 비해 절반에 불과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더현대서울’의 개장 첫해인 올해 달성 매출 목표를 6천억 원 수준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숫자대로라면 지난해 국내 5대 백화점 점포 매출 순위 기준 67개 점포 가운데 14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신규 점포 치고는 큰 목표다. 

 

여의도 파크원에서 중장기적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이 목표로 하는 미래형 백화점 포맷을 실험하며 끌고 가는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백화점 포맷의 판을 뒤집는 혁신적인 실험이 가장 최적화된 점포라는 것이다. 

 

앞서 경기 남부의 대표 점포인 판교점의 성공스토리도 한 몫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코로나19라는 악재에도 오픈 5년 4개월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개장 초기 명품 브랜드 부재와 F&B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의 결합을 놓고 업계의 부정적인 시각이 짙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장기화와 ‘오프라인 매장 침체’란 악조건을 뚫고 거둔 1조 원을 거둔 성과는 의미가 컸다. 이 때문에 현대백화점그룹은 판교점처럼 백화점이 패션의 중심이 아닌 ‘생활의 완성’이란 코드로 더현대서울에 또 한 번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70822669505521a5e38ed54e845207d3_1614054632_6742.jpg <더현대서울 내부> 

 

여의도 南北지역 점포 카니발라제이션은 숙제 

숙제도 있다. 더현대서울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루고 강남권 고객을 비롯한 여의도를 중심으로 서남권 거점 백화점으로 자리를 잡게 되더라도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자기시장 잠식) 현상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여의도 주변 백화점 점포에서 얼마나 고객과 매출이 빠져 나갈 것이냐가 관건이다. 

 

여의도 남쪽으로 목동점과 신도림 디큐브점, 북으로는 신촌점이 있다.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더현대서울의 성공적인 안착만큼 중요하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여의도 남북 지역 현대백화점 점포 이용 고객들이 여의도로 넘어 오게 되면 우리(신세계) 영등포점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며 “멀게는 경기 김포부터 서울 강서지역권 그리고 가깝게 영등포, 목동, 신도림까지 백화점 점포가 너무 많다. 현대백화점의 힘으로 뚫어낼지도 지켜봐야할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현대백화점이 고객들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성공을 거두고 서울 최고의 랜드마크가 된다면 경쟁사 점포가 받는 타격은 비슷해진다. 결국 점포 운영 효율화 문제는 롯데·신세계 모두 숙제가 되는 셈이다. 더현대서울이 대형점포의 경쟁 우위를 살려 ‘미래형 백화점’으로 자리 잡는다면 국내 백화점 업태는 더현대서울 전후로 평가될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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