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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착취 없는 인조 가죽으로도 멋진 옷을 만들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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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20년 11월 24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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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양윤아‘비건타이거’ 디자이너

동물보호 활동가, 채식주의자, 그리고 비건패션 디자이너 양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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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인스타그램에서 꽤 자주 눈에 뜨이는 패션 브랜드가 있다. 처음엔 별 목적성 없이 해시태그(#) 검색으로 ‘걸려들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같다. 모바일 화면으로 보이는 깨알 같은 검색 결과 속에서 찾아낸 그 이름, ‘비건타이거(VEGAN TIGER)’다. 

 

 

‘채식하는 호랑이’라니, 처음엔 옷이 궁금하다기보다 이율배반적이지만 센스 있는 작명에 호감이 갔다. 지속가능 패션이겠거니 짐작해서, 내추럴 컬러니 천연염색이니 오가닉 코튼이니 뻔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런데 웬걸, 너무나 힙한, 어찌 보면 매니악한 디자인의 유니섹스 캐주얼이었던 것이다.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줬던 이 브랜드는 역시나 입소문이 금방 났고, 이어 산업부나 문화부 등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선발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이달 초 결과가 나온 ‘K패션오디션 2020’에서 470여 개 브랜드 중 ‘톱10’에 들고, 소비자들에게 가장 어필하는 브랜드를 꼽는 대중투표 1위가 됐다. 
  
- 축하합니다. K패션오디션의 두 차례 대중투표에서 모두 일등을 하셨는데, 기대하셨어요?
“인스타그램을 통해 열심히 홍보를 하긴 했습니다(웃음).” 

- 종종 신진 디자이너들 중 SNS를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을 보게 되거든요. 브랜드와 옷을 알리고 싶은데 디자이너가 셀럽이 되는, 뭔가 주객이 전도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어떠세요?
“거의 1인 기업으로 움직이는 디자이너에게 SNS 홍보는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이기도 하죠. ‘비건타이거’를 시작한 2016년부터 차곡차곡 모인 팔로워가 5,000명 정도인데, 전문가나 대행사의 힘을 빌지 않고 그냥 하고 있어요. 새 시즌 컬렉션을 낼 때, 신상품 출시 때엔 특히 열심히(웃음). 저는 동생(양윤지 대표)이 경영과 마케팅을 맡아줘서 이만큼이라도 할 수 있는 거죠.”

-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K패션오디션도 최종 결과만 남겨뒀고, 한숨 돌리셨겠어요
“지금도 양주(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에서 밤새 작업하고 오는 길인데요(웃음). 문화부의 시제품 제작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결과물 마무리에 온통 정신을 쏟고 있어요. 매일 서울 작업실, 동대문 원부자재 시장, 양주를 오가고 있답니다.”

- 아, 올해 정부 지원 대상 브랜드로 꽤 많이 선발되셨죠?
“사실 사업 시작하고 3년 동안은 참여하지 않았어요. 서류준비에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고, 중간중간 평가도 받아야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등수가 매겨지고 그거에 또 민감해지고…. 혼자 일하면서 정작 옷을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 에너지를 ‘지원’에 쏟아야 하는 건 힘들죠. 그래서 그냥 제가 가진 자원 안에서 하자. 그러다 2017년 말에 동생이 합류해 준 행운이(웃음). 가내수공업이나 다름없었는데, 체계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작년에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에 입주했고 한, 두 개 지원사업과 공모에 참여하게 됐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업력 5년 차의 신인답지 않은 내공이 느껴졌다. 본론으로 들어가, 어쩌다가 아직 내수 패션시장에서는 이슈만큼의 돈벌이가 되지 않는 ‘지속가능 패션’을 사업 아이템으로 정했을까. 그것도 컬렉션 디자이너로 말이다. 사실 ‘비건 패션’이란 것을 제대로 전개하려면 투자가 만만치 않게 이뤄져야 한다. 우선 원부자재 수급부터 초짜에겐 난관이다. 환경기준, 제작과정의 노동기준을 맞춰 나온 원부자재는 귀하고, 당연히 비싸고 국내에는 없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부터 패션디자이너가 꿈이었어요. 대학에서도 미술을 전공했고, 실무를 먼저 배우고 취업하려고 고향인 목포에서 서울로 와서 국제패션디자인스쿨에서 공부도 더하고요. 첫 직장에서 남성복 디자이너로 딱 1년 일하고 ‘아, 내 일을 해야겠다’ 싶었어요. 볼륨이 큰 브랜드의 생산관리, MD 업무를 주로 하다보니 너무 재미가 없는거에요(웃음). 그래서 그때 관심이 있던 빈티지 브랜드에서도 일하고, 다음엔 비스포크에 반해서 테일러숍에 취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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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아 디자이너. photo 황현상 기자>

- 전체 컬렉션 중에 하나의 라인 정도면 모를까, 어쩌다 시장도 작고 유통 채널을 잡기가 만만치 않은, ‘비건 패션’을 메인으로 잡으셨어요? 
“제가 원래는 모피나 가죽옷을 좋아했어요. 동물보호 활동가로 일하면서 그 옷들을 다 폐기해버리고 동물착취가 없는 옷을 찾으려니까 구스 다운이며 울 코트며 겨울에 입을 옷이 없는 거에요(웃음). 그래서 시작하게 됐죠.”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싶었다. 갑자기 동물보호 활동가라니. 

“저희 고양이 때문에요(웃음). 곁에 있는 고양이를 너무 사랑하니까 자연스럽게 모든 동물에 관심이 커지는 중에, 어느날 우연히 동물보호단체에서 낸 활동가 모집 공고를 보게 됐어요. 뭔가에 홀린 듯이 지원하고, 합격이 되고, 바로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우리 나이로 서른에, 하루아침에 전업을 해버렸어요. 

3년 동안 동물학대 방지팀에서 일하면서 국내외에서 수집된 자료를 많이 접했는데, 모피며 울(wool)산업, 축산 등등 온 세상에 착취당하지 않는 동물이 없는 거에요. 열혈 활동가가 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센터의 운영 방침도 근무시간엔 채식이 원칙이어서 비건이 되고.” 

- 네? 진정성을 가지고 일을 하는 건 중요하지만 그 때문에 채식만 한다는 건 너무 가혹한 일 아닌가요?
“저도 20대까지는 아무거나 잘 먹는 사람이었는데, 활동가로 일하면서 절대 착취동물은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모든 동물성 식품의 섭취를 배제하게 됐어요. 일부러 안 먹었다기 보단, 먹을 수 없게 되었다는 편이 맞는 것 같아요.”

- 그럼 다시 패션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가 뭐였어요? 지금은 미닝아웃(meaning out)이다, 가치소비다 하지만 그땐 어땠나요?  
“활동가로 있으면서 PETA(전 세계에 200만 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동물보호단체)하고 인조모피 패션쇼를 2번 진행하면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국내에선 지속가능 패션에 대한 인식도 없고, ‘비건’이 무슨 뜻인지를 설명해야 할 때였어요. 게다가 어떤 자연물 앞에 ‘인조’라는 단어가 붙으면 싸구려, 질이 좋지 않은 것이라는 편견도 있어서 트렌드나 패션을 연결하는 것이 쉽진 않았죠. 

근데 나는 동물착취가 없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소재를 써서 리얼 퍼를 대체할 수 있는 퀄리티에, 트렌디하고 따뜻한 옷, 내가 입고 주변에도 알려줄 옷을 만들고 싶은데. 10개월 준비해서 사업자 등록 내고 ‘비건타이거’를 론칭했어요. 음...처음 기획했을 때는 지금의 사업 모델을 구상했던 것이 아니에요. 그저 신념과 가치를 지닌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들자는 생각이었죠.

세상에 ‘비건타이거’ 레이블을 달고 처음 나온 건 로브(robe) 딱 한 품목이에요. 제가 전부 한 땀 한 땀 꼬매서(웃음). 하루에 서너 벌씩, 40장을 만들어서 ‘비건 페스티벌’에 들고 나갔는데 하루 만에 다 팔렸어요. 그래서 막 주문을 받아서 만들기 시작했죠(웃음).”
 
양윤아 디자이너는 당시 만든 로브를 자신의 SNS에 올렸는데, ‘비건타이거’를 알아본 영국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컬쳐 트립’의 에디터가 ‘한국의 패션디자이너가 만든 훌륭한 실크 프리 아이템’으로 소개하면서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사랑하는 팬을 만들어줬다. 
후엔 SNS를 통해 오더 메이드 방식으로, 시간이 조금 더 후른 후엔 20~30장 씩을 생산해 정기적으로 새 아이템을 선보이게 됐다. 지금은 자사몰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온라인에선 더블유컨셉과 무신사, 오프라인에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내에 있는 지속가능패션허브 매장에 입점해 있다. 

-시간과 공을 많이 들여서 찬찬히 가고 있는데, 지금 사업적으로 제일 신경 쓰고 있는 건 뭔가요?
“무엇보다 소재개발이 제일 고민이죠. 해외에서는 식물성 가죽을 많이 개발하고 있는데 국내에선 귀해요. 특히 울 대체 소재를 구하기 어렵죠. 무엇보다 국산 소재를 사용하기가 힘들어요. 재활용 원단이건 신개발 원단이건 국내기업은 스몰 오더를 받아 주지 않거든요. 그래서 100야드 안팎 오더를 받아주는 이탈리아, 일본산을 쓰게 되죠. 사정을 많이 해서 한지로 만든 가죽, 리싸이클 코튼을 쓰고 모달도 많이 써요. 지금은 포도씨와 껍질로 만든 와인 가죽, 선인장 가죽을 시험해 보고 있어요. 다 해외에서 개발된 소재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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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아 디자이너. photo 황현상 기자>

- 아무래도 고정 수익을 내려면 내수가 좀 안정이 되어야 할텐데요
“최근엔 스포츠 브랜드 ‘엄브로’와 협업해 겨울 아이템을 출시했습니다. 인조퍼 점퍼 2스타일, 아노락 셋업 2스타일, 모크넥 티셔츠, 스웨트셔츠, 양말, 가방까지요. 그리고 우선은 자사몰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1순위에요. SNS를 통해 문의가 많이 들어와서, 아예 자사몰에 전 세계 누구나 쉽고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기능을 탑재하는 작업 중입니다. 물론 지금 입점해 있는 더블유컨셉과 무신사에서도 잘 팔리면 좋겠구요(웃음).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해서 더 늦지 않게 아마존도 입점 테스트 중입니다. 최소 운전자금을 제외하면 전부 재투자하고 있는 셈이에요.” 

- ‘비건타이거’는 주로 사용하는 소재도 그렇고 가을, 겨울이 메인 시즌 같은데, 내년 S/S 컬렉션과 브랜드 시그니쳐 아이템을 소개해주세요
“S/S 시즌 ‘비건타이거’의 시그니처 아이템이라면 프린트 셔츠죠. ‘비건타이거’는 매 시즌 ‘Born to be wild’라는 캠페인을 진행해요. 첫 시즌의 주인공이 호랑이였고 이어서 코끼리, 돌고래가 등장했구요. 직접 캠페인의 호스트 동물을 그리고, 택스타일 디자인을 해서 디지털 프린팅 원단을 만들어서 셔츠를 제작합니다. S/S 매출을 책임지는 효자에요.”

한 시즌을 앞서 컬렉션을 전개하는 디자이너라면 해외시장에 진출해 홀세일 오더를 받아야 수익을 낼 수 있다. 비건 패션에 대한 인지와 선호가 높고 시장도 큰 해외가 훨씬 유리하기도 하다.  

‘비건타이거’의 경우 올해 1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패션수주회 ‘밀라노 화이트’에 브랜드 단독 부스를 꾸렸다. 보통 신인 디자이너들은 정부, 지자체나 협 단체의 지원을 받아 단체 부스를 꾸린다. 우선 루키 브랜드가 참가 심사를 통과하기가 까다롭고, 비싼 부스 비용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바이어의 눈에 잘 뜨일 수 있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신예에겐 꽤 난망한 일이기도 하다.  

이어 ‘비건타이거’는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월엔 뉴욕패션위크 기간 아시아패션 컬렉션 한국 대표로 참여해 8착장을 소개하며 데뷔하기도 했다. 2019년 K패션오디션을 통해 단 1개 브랜드를 선발했는데, 그 기회를 차지한 것이다.  

- 1월엔 밀라노, 2월엔 뉴욕패션위크, 코로나 상황만 아니었다면 훨씬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었을 텐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안타깝죠. 최근 패션위크나 수주, 전시회들이 ‘지속가능성’ 테마를 반드시 잡고 가잖아요. 작년부터 올 초까지 좋은 기회가 계속 생겨서 준비도 많이 하고 기대도 많이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공회전을 하는 느낌이에요. 화이트의 경우 주최 측에서 비건 패션을 적극적으로 소개할 계획인데, ‘비건타이거’가 나와주었으면 한다는 거에요. 감사하게도 부스비 전액을 지원받고 메인 섹션에 배치되어서 상담도 많이 하고 정말 소중한 경험을 했죠.

‘뉴욕에 가고야 말겠다’고 간절하게 도전했던 K패션오디션을 통해 목표를 이룬 것도 정말 행운이었구요. 현재는 소량이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바이어에게 꾸준한 오더를 받고 있고, 한 번 스치기만 했던 바이어라도 열심히 룩북, 라인시트 보내고 관리하고 있어요.”  

-수혜를 받고 있는 입장에선 좀 불편할 수도 있겠는데, ‘이런 점이 아쉽다’던가 ‘이런 쪽으로 보완이 되었으면 한다’는 의견이 있을까요?
“세일즈 랩의 역할이 아쉽죠. 해외 수주회 참가 같은 경우는 신인 디자이너가 현장에서 배우는 것도 있지만, 사후 피드백과 관리를 배우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해요. 그래야 다음 시즌에 타깃 시장, 바이어에 맞춰 개선하고 준비하거나 다른 시장으로 돌리거나 할 수 있죠.”

모든 국내 패션행사가 진행하는 ‘디지털 패션쇼’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개인적으로는 패션쇼 영상제작 지원은 원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번 (추계)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하지 않았어요. 실제 런웨이는 정해진 장소, 정해진 폼에 따라야 해서 어느 정도 가이드가 존재해요. 그런데 영상은 그렇지 않죠. 옷 이외의 것에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해요. 볼수록 욕심이 생기잖아요. 디올이나 샤넬 같은 유명 브랜드라면 모를까, ‘영상미’ 때문에 옷은 잘 안보이는 동영상을 보고 바이어가 오더를 할까요? 

고객서비스 차원에서도, 고객이 그걸 원할지 모르겠어요. 즐겁게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에요. 사실 해외 바이어용 라인시트 작성도 못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아요, 그런 교육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진짜’ 세일즈랩을 움직여 주는 것이 실질적인 지원이 될 겁니다. 현지 세일즈랩과의 소통, 관계형성이 실적을 만드는 거 아닐까요.”   

- 요즘에 제일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뭘까요? 옷 만드는 일 말구요
“최근엔 미국 대선이 가장 흥미로웠던 것 같고(웃음), 그냥 정신없이 바쁜 것이 오히려 힐링인 것 같아요. 저는 동물, 환경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 관심이 제 컬렉션의 영감이에요.”    

우승자가 발표되는 본선은 다음 달 1일.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번 인터뷰를 할 수 도 있겠다는 기분 좋은 설렘이 더 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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