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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지는 디자인실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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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채수한 기자 (saeva@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8월 13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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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중소 여성복 기업은 디자인실을 없앴다. 지난 해 디자인실을 총괄하던 CD(Cr eative Director)를 내보낸 지 1년 만이다. 특별한 디자인이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경영진은 사내에 두었던 디자인실 대신, 디자인을 외주 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영업부도 없고, 디자인실도 없고, 회사에는 MD와 지원부서 만이 남게 됐다. 이렇게 해도 브랜드는 운영되고, 옷은 팔리고, 매출은 나오는 현실이 다가오는 것일까.

 

인건비의 문제

코로나가 터지면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최우선 방편으로 구조조정을 택했다. 고정비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인건비라는 판단에서다.

어떤 업체는 연봉을 삭감하고, 주 4일 근무제를 택하고, 희망 퇴직자를 받기도 한다. 브랜드를 접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하고 있다.

 

기업 내부 부서 측면에서 보면 1차 타깃은 영업부였고, 2차 타깃은 디자인실이 되고 있다. 사실 디자인실이 사라진다고 해도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디자이너가 실력이 없어서도 아니다.

 

업무 툴이 바뀌었고, 트렌드는 단조로워지고 있으며, 특별한 디자인 보다는 브랜드의 인지도와 가치에 따라 매출이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브랜드의 가치는 디자인이 크게 좌지우지 했다. 예쁜 옷, 멋있는 옷, 입었을 때 잘 맞는 옷 등 디자이너의 감성에 따라 매출이 움직여지기도 했다.

 

디자이너들의 영감 소싱

과거 해외 출장 단골 부서는 단연 디자인실이었다. 해외의 앞 선 트렌드를 먼저 보고, 이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우리 브랜드에 맞게 디자인하기 위함이다.

디자인실의 역할은 브랜드의 포지션과 타깃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다.

브랜드만의 독특한 디자인 감성으로 가치를 만들어내는 브랜드가 있는가하면, 해외에서 잘 나가는 브랜드나 국내 리딩 브랜드의 디자인을 따라하는, 트렌드를 쫓는 브랜드들도 있다.

 

잘 팔릴 만한 제품을 만들어야하는 브랜드들은 다음 시즌 어떤 제품이 나올지, 인기 아이템은 무엇인지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지 백화점이나 패션몰에는 전체적으로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는 디자이너들의 출장길을 막았다. 사실 코로나가 아니어도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면서 전 세계 트렌드는 모니터나 모바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디자인 빅데이터를 모으는 프로그램이나 인스타그램에 어떤 스타일들이 유행하는지 데이터를 수집하는 업체들이 있을 정도로 정보는 홍수처럼 쏟아진다. 굳이 직접 해외 전시회나, 컬렉션을 보러 가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일부 디자이너들은 코로나 시대에 어떤 영감과 어떤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시즌 디자인을 창작해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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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창작의 고통

“품평회를 통해 새로 나온 디자인을 보면, 어디서 본 듯한 그리 특별할 것 없는 디자인이 대부분이다. 디자이너의 실력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디자인으로 차별해야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디자인실을 직접 운영하며 부담을 갖는 것보다 외주 업체에 맡기고 좀 더 용이하게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 캐주얼 업체 경영진의 말이다.

캐주얼 업체들은 디자인실을 줄여 놓은 지 오래다. 지오다노의 경우 베이직 스타일이 많다보니 특별한 디자인이 필요 없어, 아이템 별로 외주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캐주얼 업체들도 자신들의 주력 아이템 몇 개를 빼고 베이직 상품의 경우 대부분 외부 디자인 전문 업체를 쓰고 있다. 중가 여성복 브랜드들 역시 절반은 내부 디자인실에서, 절반 베이직 상품들은 외부 업체들에게 맡긴다. 

 

디자인 전문 업체들이 가져온 포트폴리오를 보고 디자이너들은 고르기만 하면 된다. 소재부터, 생산까지 모두 진행해 주니 편할 따름이다. 팔리는 제품도 대부분 심플한 베이직 상품군이다보니, 자체적으로 특별한 디자인에 집중할 필요성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생산, 프로모션 업체들과의 상생

패션 기업들이 자체적인 디자인실을 운영하기가 어려워지자 생산업체, 프로모션 업체들이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생산, 프로모션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디자이너를 고용해 패션 업체에 디자인까지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갖추고 브랜드에 제안한다. 디자인을 협력 업체들이 담당하게 되면서 브랜드들은 해당 업체들에 고정적인 오더를 보장해주고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택하고 있다. 

디자이너 고용과 관련된 비용을 일부 지원해 주기도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브랜드 입장에서는 자체적으로 디자인실을 운영하는 비용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디자인 전문 기업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아웃도어 골프 브랜드들도 자체 디자인을 포기하고 외주 업체에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아웃도어 기업 대표는 전체 상품을 모두 외부 업체에 맡기기 위해 직접 디자인 업체를 방문해 자신의 눈으로 실력을 확인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믿을 만한 업체라면 디자인을 통째로 빼내려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부 디자인실은 필요 없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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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브랜드들의 세상

현재 백화점은 수입 브랜드들의 판이 됐다. 백화점은 국내 브랜드를 내보내고, 수입 브랜드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고 있다. 매출도 수입 브랜드가 탁월하다. 내셔널 브랜드들은 가치가 떨어지고, 소비자들은 외면하는 가운데 유통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수입 브랜드들은 당연히 디자이너가 필요가 없다. 상품을 골라낼 수 있는 실력있는 MD만 있으면 된다. 

 

중고가 이상의 시장에서 수입 브랜드들의 입지가 커지면 커질수록, 디자이너들의 입지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남다른 디자인을 내놓는다 해도 소비자들은 싸고, 무난하고, 편한 옷을 선호하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디자이너들이 실력을 발휘할 바닥조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고가 시장은 수입 브랜드가, 저가 시장에는 글로벌 SPA와 사입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중간에 낀 국내 브랜드들은 어떻게 생존 방안을 모색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디자인 고민에 대한 솔루션

디자인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다. 

디자인실 존재 여부 자체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디자인실을 없애고,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것도 당장의 비용을 절감할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다. 패션에 문외한인 공학도들은 빅데이터 기반의 디자인 데이터 수집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소셜에서 인기 있는 사진들을 수집해서 리포팅 하는 전문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전 세계 인터넷에 떠도는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창출해내는 프로그램도 이미 나와 있다. 

 

알지만 몰라서 못 쓰고,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두려워 알아보기조차 하지 못하는 패션 업체들을 종종 보게 된다.

패션 업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쉽게 할 수 없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생각의 전환으로부터 시작된다. 고민만 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패션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코로나로 인해 강제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한다면 변화에 편승할 수 없고, 바뀌고자 한다면 해결책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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