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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본질은 시장 정복…두려움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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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경량 기자 (lkr@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8월 11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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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병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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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가 P-플랫폼의 충성 고객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들(플랫폼)의 본질은 시장 정복이다. 

지금의 시장 환경은 브랜드가 성장을 바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지금의 고객을 지킬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생존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지난 7월 27일 만난 연세대학교 김병규 교수가 경고했다. P-플랫폼의 성장 속도에 한국 제조 기업, 즉 브랜드의 대처가 너무 늦다고 했다. 

P-플랫폼(Producing-Platform)은 김 교수가 고안한 용어다. 생산과 유통을 겸비한 온라인 플랫폼을 지칭한다. 상품 공급자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플랫폼이 방대한 거래 데이터를 확보해 생산과 유통을 겸하고 있는 곳이다. 

 

이미 시작된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정복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P-플랫폼이다. 한국에서는 모든 것을 다 팔고 있는 쿠팡, 패션에서는 무신사가 대표적이다. 식품에서는 마켓컬리가 PB 생산을 시작하며 공공연하게 올해 사업 핵심 전략으로 ‘PB확대’를 말한다. 김 교수가 정한 범주에서 P-플랫폼이다. 

 

다들 무서운 속도로 유통과 생산을 겸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많다. 그리고 충성 고객을 상대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 지난 달 29일 무신사는 패션업계 전반이 고전 중이지만 올 상반기 PB 상품 판매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놀라운 점은 구매 고객의 45% 가량이 1년간 10회 이상의 반복 구매를 했다는 것이다. 슬랙스(바지의 한 종류)의 경우, 누적 판매량 110만장을 기록했는데 작년 가을에 내놓은 한 제품이 9개월 만에 50만장 이상을 팔아치웠다. 브랜드를 보유한 제조 기업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고객을 뺏기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시장 독주를 견제할 장치도 마땅치 않다(현재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 추진 중이다). 놀랍게도 그가 경고한 상황이 국내서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15년 동안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마케팅과 소비자 행동 분야’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마케팅 학자다. 그가 쓴 연구 논문은 국내외 유력 학술지에도 많이 게재됐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美 경영 학술지인 저널 오브 마케팅 리서치(Journal of Marketing Research)에서 최우수 논문에 주어지는 ‘폴 이. 그린 어워드(Paul E. Green Award)’를 수여 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한국인 최초 타이틀의 최우수 논문상 수상 이력이 많다. 수년 전부터 이커머스 기반 플랫폼 비즈니스의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하게 대립되던 시절부터 ‘플랫폼의 본질’을 연구해왔다.

 

김 교수는 “예전 보다 국내 온라인 플랫폼이 아마존 모델을 따라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쿠팡의 모든 사업 전략이 아마존을 그대로 닮아 가고 있다. 아마존의 변화와 방향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또 “국내 모든 온라인 플랫폼이 현재 아마존식 모델을 도입하며 독점 지위에 사활을 거는데 제조 기업과 브랜드의 체감 속도가 더디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성장하면 오히려 이들의 독점적 지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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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황현상 기자>

 

P-플랫폼 시대, 한국시장의 느린 대처 우려

전 세계 석학들이 이런 아마존을 주목하면서 매년 아마존의 전략과 성장 모델을 담은 책들을 쏟아 내고 있다. 아마존의 신사업을 통해 소비의 미래를 예측하고 그들의 사업 전략을 배우기 위한 흔적이다.  그런데 김 교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새로운 관점으로 플랫폼의 등장과 발전을 바라보고 있다. 제조 기업, 즉 브랜드 입장이다. 

 

경영 활동의 도구인 ‘마케팅’의 부작용에 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신촌 캠퍼스에서 기자를 만났을 때 마케팅의 부작용에 관련해서는 말하길 조심스러워했다. “마케팅이 발전할수록 기업은 복잡하고 영리하게 프로모션을 실행하는데 혜택을 보는 계층도 있지만 소외 계층 역시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정도만 말했다. 

 

그런 김 교수는 지난 달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저서 ‘노 브랜드 시대의 브랜드 전략’을 펴냈다. 

뭔가 작심한 듯 했다. 이 날 기자가 김 교수를 찾은 이유다. 

 

김 교수는 14년간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 2015년 한국에 돌아왔을 때 대학 울타리 밖에서 제조 기업의 브랜드 매니저와 연구소 연구원을 여럿 알게 됐다. 그런데 점차 시장 흐름이 그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치닫고 있는 데 이유는 서너 가지 정도는 족히 넘는다고 했다. 이 중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이라고 생각했다. 

 

2019년 다시 김 교수는 미국으로 돌아갔다. 1년 동안 미국에서 그가 본 시장질서는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 정복 시도다. 이를 토대로 브랜드 미래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했다. 

 

그리고 책을 냈다. 그가 많은 지면을 할애해 담은 P-플랫폼 시대에 살아남은 미국의 브랜드 사례를 보면 한국 시장에 대한 경고의 배경이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국내 제조 기업과 브랜드의 과거, 현재, 미래를 묻고 싶었다. 

 

신촌 캠퍼스 연구실에서 마주 앉자 김 교수는 “미국에서는 아마존 등장 이후 제조 기업과 브랜드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을 짜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은 너무 느긋하다”고 했다. 아직도 상품에 의존하며 스스로 브랜드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미국에서 본 것은 “충격 자체”라고 했다. 미국에서도 많은 팬(열성적 소비자)을 확보했던 브랜드도 시들해져 있었다고 했다. 오히려 아마존 같은 고객 지향적인 온라인 플랫폼이 더 우수한 고객 서비스와 PB 상품으로 기존 제조 기업 브랜드보다 팬을 확보하는데 유리했다. 

 

그렇다고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가 책에서도 다뤘듯 매력적인 상품이 가득한 미국 오프라인 유통 브랜드 ‘트레이더 조’, 사람들의 빈 시간을 채우기 위한 콘텐츠 플랫폼 ‘넷플릭스’, ‘지구가 목적, 사업은 수단’이라는 철학의 ‘파타고니아’와 애슬레저 문화를 만든 ‘룰루레몬’, 아웃도어 애호가들의 보물창고 ‘REI 협동조합’ 등은 P-플랫폼 독주에도 선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든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지 않았다는 점과 문화적 취향으로 팬을 좁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브랜드의 타깃이 문화적 차원에서 명확하게 정의되면 제품, 매장, 운영 방식 등 브랜드의 모든 것이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타깃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브랜드가 온전히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되고 자연스레 팬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브랜드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브랜드의 다른 고객에게 동질감을 느껴 그들 사이에 유대감(팬덤)도 형성된다. 바로 커뮤니티다. 그는 “국내 브랜드 상당수가 결여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국내 온라인 플랫폼이 PB와 오픈마켓 사업으로 확장 속도가 빠른데 반해 제조 기업의 느린 대처를 우려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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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가 한국 시장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아마존의 전략을 조금 더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아마존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지만 이미 아마존과 같은 형태의 많은 P-플랫폼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본 아마존은 오픈마켓을 시작하면서 개인 판매자까지 노리고 있었다. 기업의 비즈니스 법칙과 철학마저도 깨지는 것이라고 느꼈다. 개인이 플랫폼을 통해 돈을 버는 모델까지도 기업의 이익을 위한 데이터로 넘어 갈수 있다는 점은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그는 P-플랫폼이 계속적으로 성장한다면 시장 전체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해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P-플랫폼이 소비자의 일상의 시간과 공간을 다 공유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오프라인 유통 기업과 제조 기업은 더 이상 과거의 지위를 누리지 못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상당수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섬뜩한 주장이다. 

 

고객 지향 서비스로 무장한 P-플랫폼

화제를 돌려 재차 한국 시장에 대한 경고의 배경을 물었다. 

김 교수가 올 초 한국에 돌아오니 이미 아마존처럼 쿠팡이 오픈마켓 사업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고 했다. 무신사는 의류뿐만 아니라 화장품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심지어 배달 앱 업체인 배달의민족도 PB 상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실제 지난 달 쿠팡은 ‘로켓 제휴’ 프로그램을 발표했고 곧이어 신세계그룹의 통합온라인몰 SSG닷컴도 오픈마켓으로 영역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김 교수의 예상이 맞았다. 김 교수의 말처럼 한국 제조 기업과 기성 유통 기업이 온라인 시장에서 플랫폼의 성장에 속수무책으로 점유율을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제조 기업과 브랜드는 시장 정복이 목적인 플랫폼에 의존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은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국내 패션·유통 시장만 놓고 봐도 김 교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거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성장 전략을 짜는 브랜드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특정 플랫폼과 독점 공급 계획을 맺는 일도 잦다. 

 

김 교수는 “지난 과거 국내 시장은 상품의 품질 수준이 다양했다. 소비자가 그 수준을 구매 전 정교하게 알아낼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브랜드에 의지했다. 브랜드의 등장이 소비자의 구매 의사 결정을 단순하게 했다. 채널(유통)보다 브랜드가 우선이었다. 그때 브랜드 상품은 뭘 내놔도 팔렸다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 점이 가장 큰 문제다”고 말했다. 

 

생산처부터 원료까지 정보 수집이 어렵지 않아 제조 기업이 만든 브랜드 상품의 품질 격차가 줄어 유명 브랜드를 고집할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 방식을 탈피한 완전히 새로운 관점 필요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을까. 김 교수는 국내 패션 기업들의 조직 구조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브랜드 위기가 오면 경영자부터 모든 구성원이 함께 고민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국내 패션 기업은 사업 전략과 IMC(통합마케팅 커뮤니케이션)전략이 따로 논다. 여기에 영업과 매장 관리 등 각각의 부서가 분리되어 있고 부서별 이해관계도 제 각각이다. 한 뜻으로 움직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 브랜드를 키워왔던 방식의 조직 구조에서 더 이상은 온·오프라인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팬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오프라인 체인 유통(백화점)이 성장할 때 브랜드는 그들에게 의존해왔다. 이미 그때부터 노브랜드일지도 모른다. 오프라인 유통이 원했던 것에 맞춰서 상품을 공급해왔는지 브랜드 정말 팬(열성적인 소비자)을 위해 문화적 차원에서 좁고 명확하게 정의하고 선호와 취향을 반영했는지 돌이켜 봐야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지금이라도 국내 기업들이 브랜드를 만들 때 타깃 설정 방식부터 완전히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먼저 기업들이 브랜드를 내놓을 때 시장과 타깃을 너무 인구 통계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될 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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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결국 사업이 나가야할 비전이며 방향성이다. 연령이나 특정 집단, 계층을 타깃으로 잡는 과거의 형태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같은 또래라도 선호하는 것과 취향이 전혀 다른 점이 현대 소비자의 특징이다. 사람들은 이미 많은 경험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문화와 철학, 가치관 그리고 취향이 나뉘고 있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정보가 부족하고 비슷한 취향으로 살아가던 시절이 지났다는 것이다. 

 

김 교수가 예를 들었다. 20~30대 등산 인구가 증가다. 젊은 세대가 최근 산에 가는 행위를 문화적 관점에서 고찰해보자는 것이다. 

“요즘 등산을 즐기는 젊은 세대들 가운데 인스타그램에 산행 사진을 피드에 올리는 행위 자체를 ‘힙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고기능성으로 무장했던 올드한 아웃도어 브랜드가 이들을 겨냥한 상품을 내면 어떤 반응이 올지 예측되지 않는냐”고 되물었다.

 

김 교수는 브랜드를 종종 ‘기억’에 비유한다. 브랜드와 관련된 모든 직·간접 경험은 상품과 달리 각자의 방식대로 기억 저장소에 기록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가 ‘옛 것’이라고 판단하고 ‘좋지 않다’ ‘나와 맞지 않다’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면 마음을 되돌리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이미 확보한 팬(열성 고객)에 대한 만족감을 높여야 하는 것이 중요한데 국내 브랜드는 너무 자주 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를 들어줬다. 마켓컬리다. 국내 최초의 신선식품 새벽 배송 플랫폼인 만큼 예측 가능했다. 김 교수는 P-플랫폼인 마켓컬리가 브랜드 관점에서 단기간에 성공한  이유를 설명했다. “마켓컬리가 빠른 시간에 성공한 요인이 새벽 배송 서비스만은 아니다. 배송이 전부라면 쿠팡의 로켓프레시 서비스도 있다. 마켓컬리는 모든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지 않고 가격이 비싸더라도 이국적이고 고급스러운 식품 소비를 하고 싶은 사람을 타깃으로 브랜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꺼낸 사례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브랜드를 보유한 기존 제조 기업들의 브랜딩 전략이 더 이상 유효 하지 않다는 점이다. 또 지금은 절대 성장을 꿈꾸는 시대가 지났다는 것으로 귀결됐다. 

 

당장의 손실에 흔들리지 말고 브랜드가 진짜 팬을 찾기 위해서는 동질의 소비자 집단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존경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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