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의미의 제조업을 영위해 온 패션기업이 온라인 채널에 적응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오너부터 실무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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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률 높이는 이커머스 브랜드 모델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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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2월 12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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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의미의 제조업을 영위해 온 패션기업이 온라인 채널에 적응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오너부터 실무자까지 손에 잡히는 물건을 만들어 번듯한 매장에 진열해 놓고 눈에 보이는 고객에게 판매를 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처럼 소비자를 모아주는 판매장을 주력 유통으로 해서 십 수 년, 수십 년 사업을 영위하며 덩치가 커진 기업 중, 온라인 채널을 겨냥한 새 브랜드를 내서 성공한 사례를 찾기 힘든 이유다. 진입시기가 디지털 네이티브와 비교해 한참 늦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시스템을 온라인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 속도에 맞춰 유연하게 바꾸기도 어려운 탓이다.  

 

그러자 적지 않은 수의 제조 기업은 잘나간다고 하는 디지털 네이티브의 사업모델을 베껴 자사 시스템에 그대로 태우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여섯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 사장이자, 디자이너이자, MD이자, 경리이자, 아르바이트생의 업무까지 일인오역 정도는 해내는 스몰브랜드와 연매출 5000억 원을 올리는 회사가 같은 시스템으로 돌아갈리 없다. 

 

5000억 외형의 회사가 젊고 똘똘한 직원 다섯 명을 차출해 ‘온라인에서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는 스트리트 웨어를 만들라’는 미션을 주었다고 치자. 현재 온라인 패션시장 상황에 비추어 연매출 100억 원짜리 무신사 톱10 셀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성공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신사 톱 셀러로 오프라인까지 확장해 외형이 400억 원 정도로 성장한 C브랜드처럼 키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가장 높은 기대치, 당연히 가장 확률이 낮은 경우의 수다. 연봉 5~6000만 원을 받는 인력 5명이 총무, 구매, 생산, 영업, 홍보 등 타 부서의 지원을 받아 3배수 넘기기도 힘든 마크업을 가진 외형 100억 원대 스트리트 웨어를 만드는 것이 5000억 기업에게 어떤 미래비전이 될까.  

 

우리의 사정, 전략에 맞는가? 


이 방식을 여전히 실험하는 기업도 있고 최근에는 사내벤처, 별동부대 형태로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2등 전략이 먹히는 것도 보았고, 아직 성공과 실패를 논할 단계가 아닌 사례도 있다. 중요한 것은 대전제, ‘우리 회사와 브랜드의 사정, 전략에 맞는 일인가?’를 검토, 검증 하였는가 이다. ‘리딩 기업, 브랜드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적용했더니 성공적이다’라는 패션회사가 적어도 지금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 우리보다 잘되는 경쟁사의 시스템과 사업모델을 도입하는 것은 사실 위험한 일이다. 시스템에는 코어 밸류, 즉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카와이 타쿠 FRI&Company 대표(기업회생 컨설턴트/턴어라운드 매니저)의 말을 빌리자면 “유니클로 방식은 유통혁신을 이룬 유니클로 혼자만의 승부일 뿐”이다.   

 

그렇다고 ‘제조 기업’이 온라인 채널에서 젊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 시도하는 활동이 부질없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만들지 않고도 팔 수 있고, 누구나 ‘브랜드’를 띄울 수 있는 곳이 온라인이다.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이 치열할 뿐이다. 

 

‘우리에게 맞는 방식’을 찾는 첫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진다면, 그건 스스로도 막연한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를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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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 갤러리아 압구정 팝업스토어>

 

‘본질’에만 충실하고 가볍게 시작하자


이희택 전 스탁컴퍼니 사업부장은 “욕심내지 말고 브랜드 컨디션과 운영 전략을 감안해 시작하고, 이후 데이터를 측정해 개선해 나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조언한다. 

 

자사몰을 구축한다면 꼭 필요한 인력, 꼭 필요한 디자인과 기능으로만 시작해 경험치를 쌓으며 개선해 나가면 된다는 이야기다. 단일 브랜드에, 재고가 소량이거나 내부에 웹 기획자 등 운영자가 없다면 에이전시에 의뢰하거나 외부몰 입점을 택하는 것이 낫다. 처음에는 매출에 매달리지 말고 적정이익률과 구축·유지·보수비용 대비 효율을 우선해 진행하라는 것.   

 

여성복 전문기업 린컴퍼니의 사례를 보자. 린컴퍼니는 디자이너 출신 오너가 백화점과 아웃렛몰을 주력 채널로 6개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2,000억 원대 외형을 이룬, 전형적 ‘제조 기업’이다. 동시에 동 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올해로 5년째 온라인 전용 디자이너 브랜드 ‘누보텐’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기존 母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이어 신규 온라인 브랜드 3개를 이달부터 여름까지 연이어 론칭한다. ‘린’의 디퓨전 라인 ‘위들린(Huit de lynn)’, ‘라인’의 ‘라인 스튜디오 원’, ‘케네스레이디’의 ‘디어K’다. 각각 독립된 모 브랜드 디자인실이 온라인 브랜드 기획도 책임지는 방식이다.

 

린컴퍼니 온라인사업총괄 권현정 경영관리본부장은 “‘누보텐을 시작할 때에도 그랬고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에 나선 조직이 주눅 들지 않도록 팀을 보호하는데 공을 들였다”면서 “새로움과 콘텐츠 확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 본질이니까 (오프라인에서) 가벼운 프로젝트로, 통제받던 평효율의 틀을 벗어나 본질에 집중하는 시도”라고 밝혔다.  

 

지금 내수 온라인 시장에서 풀 컬렉션을 보여주겠다는 것은 욕심이다. 온라인에서 핫한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가 대개 그렇듯, 타깃팅을 좁게 가면서 스타마케팅이건 이미지 메이킹이건 해서 특정 품목이 소비자에게 각인되면 카테고리를 하나씩 늘리는 방식이 대세다. 

 

MD는 압축적으로, 가격정책은 뚝심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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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플러스 20SS>

 

양산이 힘든 스몰브랜드의 한계도 있지만 리스크를 줄이면서 개선도 쉽다. 사입 기반의 저가 의류를 전개하는 디지털 네이티브거나 오프라인 브랜드가 온라인 채널로 확장한 경우를 제외하면, 시즌 당 300여개 스타일마다 재고를 쌓아놓고서야 온라인만의 이점을 살릴 수 없다.  

 

높은 완성도, 중고가 이상 가격대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요즘 온라인에서 가장 세련되고 효율적인 MD를 보여주고 있는 여성복 ‘구호플러스’를 보자. ‘구호플러스’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여성복사업부가 작년 9월 여성 캐릭터캐주얼 ‘구호’의 세컨드 브랜드로 론칭했다. 25~35세 여성을 메인타깃으로 해서 자사몰인 SSF샵을 단일 채널로 전개 중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려했다면 1년여 기획, 품평 등등에 시간을 할애해 매장수와 규모에 맞는 대규모 SKU가 필요했겠지만 ‘구호플러스’는 자사몰 전개를 우선 원칙으로 해 모델 수를 압축했다. 평균적으로는 지난 추동시즌과 올 춘하시즌에 시즌 당 70모델, 120 SKU 정도를 전개한다. 일부 원부자재를 확보한 아이템은 반응생산도 한다. 

 

‘구호플러스’의 시그니처 핏(fit)인 ‘맥 코쿤’은 가을엔 트렌치코트, 겨울엔 코트로 만들었는데, 코트는 한 모델에 500장씩 판매가 됐다. 쿠폰할인, 시즌오프도 없었지만 론칭 첫 달만 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모델 수가 작으니 출고 주기가 늘어질까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구호플러스’는 크게 8개의 프리, 메인시즌을 기획하고 한 달~한 달반 주기로 신상품을 그룹핑(grouping) 출고한다. 온라인 소비자는 적기구매 성향이 강해 오프라인보다 시즌에 인접해 출시하는데, 예를 들면 2월 초에 ‘프리 스프링 컬렉션’을, 3월에 또 다른 그룹핑 상품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업로드 일정도 언제나 ‘화요일 11시’로 원칙을 정해뒀다.  

 

‘구호플러스’ 배윤신 그룹장은 “출시시기의 타깃 고객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품목을 구성하고, 출시주기 연구는 오프라인보다 세밀하게 한다”면서 “적은 SKU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적기에, 필요 아이템을 매치해서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가격을 절대 흔들지 않는다’는 것이 브랜딩의 대전제라고 강조한다. 처음부터 가성비를 반영해 판매가격을 정함으로써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소구, 신뢰와 만족도를 지켜준다는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는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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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들린 2020 spring>

 

좁은 타깃팅과 압축 MD로 중심을 잡고 시작하는 것은 패션종합기업(대기업)이건패션전문기업(중소기업)이건 시장 침투에 확실히 효과적 방식이다. 다시 린컴퍼니의 사례다.  

 

린컴퍼니가 한꺼번에 3개의 온라인 브랜드를 기획한데에는 ‘누보텐’의 학습효과 덕이 컸다.  ‘누보텐’은 2016년 6월 티저 사이트, 10월 공식 쇼핑사이트(자사몰)를 오픈했고 이어 네이버 디자이너윈도, 더블유컨셉, 29CM, SSF샵에 입점했다. 

 

사실 ‘누보텐’의 초기 3시즌 컬렉션은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의 중간(between) 지대’ 쯤에 자리를 잡으려고 한 것이 문제였다. 두루 접근성을 확보하자는 의도였지만 소비자의 니치한(niche) 취향과도, 정작 내놓은 옷과 포지셔닝의 간극이 컸다. 

 

권 본부장은 “옷을 만드는 역량은 있는데 채널과 이용 소비자의 특성에 맞추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오프라인에서는 브랜드 정체성이 드러나는 매장에서, 제품이 가장 돋보이게 해주는 디스플레이, 접객 노하우와 제품정보를 숙지한 훈련된 관리자가 소비자를 대면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소비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적정 툴을 이용할 줄 몰랐다는 것이다. 

 

린컴퍼니는 3년차에 들어서며 ‘진짜 디자이너 브랜드다운 옷’을 찾는 소비자에게만 집중했다. 매출 비중이 작아 배정하지 못했던 마케팅 비용에 투자했고 외부 전문가와도 손잡은 후 완판 상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채널 당 월 1억 원 정도의 매출이 나온다. 전개 스타일 수와 물량, 매출 규모는 작지만 작은 조직, 연계한 사내 협업으로 적정효율을 낸다. 현재 소재 디자이너 1명, 스타일 디자이너 3명, 온라인MD 1명이 한 팀이다. 린컴퍼니는 각 브랜드 사업부가 구매, 생산부터 독립체산 시스템으로 움직이지만 ‘누보텐’의 샘플 제작과 생산에는 유기적으로 공조하고 있다.  

 

고객을 사로잡을 ‘단 하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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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플러스 20SS>

 

배윤신 그룹장은 “구호플러스 상품기획의 본질은 ‘구호가 갖고 있는 장점을 밀레니얼 세대에게 준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성 캐릭터 시장에서 확실하게 차별화된 핏(fit), 원 포인트 디테일, 깔끔한 실루엣 등 ‘구호’ 장점 가운데 밀레니얼 세대에게 소구하는 포인트를 ‘구호플러스’만의 에센셜 디자인으로 제안한다는 이야기다. 

 

조직구성도 배 그룹장을 포함해 디자이너와 기획MD, 총 7명이 한 팀을 이루고 있는데 다수가 88~90년대 생, 즉 밀레니얼 세대다. 팀 내에 디지털, 유통전문가가 없어도 타깃 시장에 대한 명확한 인지를 가지고 있는 인력이 더 중요하다고. 

 

기획방향이 ‘밀레니얼 세대’를 향해있으므로 가격정책, 홍보와 프로모션 등도 그에 철저히 맞췄다. 채널전략도 ‘밀레니얼 세대가 있는 곳으로 찾아 간다’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장소에 팝업 매장을 내는 것이 한 예다. 

 

론칭 당시에는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도산공원 에이디카페에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작년 12월에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워낙 인기가 높아 2주 만에 1억3000만 원의 매출이 나왔다. 다음 달 초에는 프리 스프링 상품 출시에 맞춰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연다. 디지털 팝업스토어 개설도 검토하고 있다. 

 

배 그룹장은 “모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가져오지만 다른 타깃을 흡수하고, 다른 채널 마케팅을 펴는 독립 브랜드로 브랜딩해야 지속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패션상품 이커머스 활성화 초기에는 공급자가 ‘싼 가격’을 내세웠고 소비자도 그에 따라 흘렀다. 하지만 이제 온라인 패션상품 소비자는 가성비는 기본이고, 브랜딩이 되는지 ‘가치’를 본다. 대형사, 모 브랜드의 후광도 있겠지만 그것이 ‘구호플러스’의 가치는 아니다. 우리의 역할은 온라인 매출도 올린다는 것이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필하는 ‘구호플러스만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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