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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의 부활에서 배운다> MD 관점에서 바라본 구찌의 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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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경량 기자 (lkr@fpost.co.kr) | 작성일 2019년 10월 21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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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것에 열광…베스트셀링은 헤리티지 상품  

구찌가 전 세계 패션 소비자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끌어낸 것은 무엇 때문일까.

 

‘구찌스러움(Gucci-ish)’이라는 시대를 관통한 조어까지 만들어 낼 만큼 최근 몇 년 사이 화제의 중심이다. 최근 중국 시장에서 구찌의 인기가 시들하다는 보도가 심상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구찌는 ‘구찌스러움’으로 표현되거나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화와 트렌드가 그 어느 때보다 세밀하게 나눠진 시대, 럭셔리 브랜드의 독특한 관점을 버리지 않고 어떻게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했을까.

 

대부분의 패션 업계 관계자의 관심사다. 구찌의 변화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 분석해 보면 중요한 지점이 있다는 BOF의 흥미로운 자료가 나왔다. 상품화 성공 과정을 분석해보면 보다 선명하다는 것이 내용의 핵심이다.

 

지난 2015년 구찌의 CEO 마르코 비자리(Marco Bizzarri)와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의 등장이 젊어진 구찌 상품화 성공 배경으로 꼽고 있다.

 

톰포드가 떠나고, 또다시 오랜 시간 버텨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리다 지아니가 2014년 파트리지오 디마크로 구찌 前최고운영자와 함께 물러나면서 지금의 ‘구찌’가 나왔다는 것이다. 

 

과거 절제된 디자인의 귀족적인 이미지에서 세대를 뛰어넘어 시대 문화를 담은 브랜드로 거듭났다는 평가인데 BOF는 지난 2015년 전후의 구찌 변화를 짚었다.

 

급변하는 문화…짧은 주기의 트렌드

 

‘고급’ ‘전통과 철학’과 같은 럭셔리 콘텐츠라는 브랜딩 방식에서 벗어나 머천다이징의 관점의 변화에 우선 주목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크리에이터 디렉터로 중용한 마르코 비자리가 구찌의 신임 CEO로 올라서게 된 시기부터 분석했는데 자료에 따르면 시대 변화에 따른 상품화, 남·여 성별을 나눠 컬렉션을 개발하는 작업에 흥미가 없었던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디렉터로 끌어 올린 결단력에 높게 평가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올라선 이후 짧아진 패션 트렌드에 맞춰 민첩한 상품 전략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온라인을 통해 사람들의 틈새 관심사를 훨씬 짧은 주기의 트렌드로 해석해 상품화에 반영하고 꽃과 나비, 새, 잠자리, 도마뱀 등 요란하게 옷과 가방에 수놓으며 복고풍의 향수로 파란을 일으켰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구찌의 매출 증가율도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다만 이 추세는 올 들어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강력한 상품화 전략을 경험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어쩌면 계속적인 ‘구찌스러움’에 대한 소비자의 꾸준한 기대감이 어찌 보면 구찌가 직면하고 있는 남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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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포드 시대와 다른 문화·쇼핑 습관…‘밀레니얼 마인드리셋’

 

구찌가 케어링그룹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기 전 톰 포드 시대의 구찌는 가죽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다면 마르코 비자리와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포용력을 갖춘 럭셔리 브랜드로 전환하는 데 집중했다.

 

당시 톰 포드가 떠난 이후 럭셔리 시장은 로고리스 가방의 대세를 이루고 가죽 제품에 대한 수요도 시들해진 상태였다. 톰 포드가 떠나기 전 귀족적인 브랜드 콘셉트의 틀을 깬 화려한 컬렉션을 앞세웠고 매출도 3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마르코 비자리 구찌 회장으로 부임하면서 톰 포드의 방식이 더 이상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고 새로운 소비자 세대를 대상으로 ‘밀레니얼 마인드리셋’을 주문했다. 그 첫 번째가 디지털 마케팅과 소비자 소통이다.

 

그동안 오프라인 패션 컬렉션이 유일한 홍보 수단이었고 고급 패션 잡지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 전달하는 전통의 방식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의 폭발적인 성장 덕분에 수많은 인플루언서와 블로거들의 콘텐츠를 선호하면서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는 남녀노소를 막론한 모든 이들을 타깃으로 했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소비자가 만든 유기적 콘텐츠의 공유를 유도하는 디지털 전략과 새로운 유형의 인플루언서(유명하지 않은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를 강조하며 브랜드와 협업해 새로운 가치를 전파하는 등 오늘날 전자상거래 기반의 브랜드의 성공 핵심 요소를 반영했다.

 

실제 지난해 마르코 비자리는 “구찌의 차별화 요소는 포괄성이다. 처음부터 독점적인 제품을 만들지만, 포용력 있는 문화를 만들고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결과 매출은 2016년 전년대비 13%, 2017년부터 45% 증가하며 급성장을 시작했다. 밀레니얼 세대만을 고집하지 않고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호소력을 높인 광고와 홍보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트렌드를 따르지만 크게 변하지 않은 컬렉션

 

그렇다면 머천다이징 관점에서 컬렉션은 어떤 변화가 따랐을까. BOF는 구찌가 계절에 따라 크게 변하지 않는 핵심 제품군(로고 벨트, 가죽 로퍼, 화이트 스니커즈)을 중심으로 트렌디한 요소를 결합해 흥행의 발판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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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이 높은 헤리티지 아이템을 오늘날 트렌드를 반영해 계절에 상관없이 지속적인 판매를 이끌었다는 이야기다.

 

영국의 트렌드 분석 기업 넥스타틀라스(Nextatlas)의 마리오 콜레티 전무이사는 “럭셔리 브랜드는 트렌드와 헤리티지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들은 시대정신을 쫓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구현해야 하는데 구찌는 헤리티지 상품에 트렌드를 담아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사례”라고 말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을 고스란히 오리지널 상품을 훼손하지 않은 채 트렌드를 불어 넣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구찌는 특정 컬렉션의 범위 안에서는 브랜드 아이덴티를 연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엔트리급 컬렉션 구매가 손쉽게 이뤄졌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실제 구찌는 커머셜한 컬렉션과 런웨이 컬렉션을 구분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작업들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패션계의 가장 큰 축제인 멧 갈라 (Met Gala)에 참석하는 유명인을 상대로 협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런웨이 컬렉션을 준비할 때 상품개발 부서와 소비자와 시장, 온라인을 통한 화제 요소를 키워드로 뽑아 준비 과정을 갖는다.

 

“시즌마다 뉴 컬렉션은 30%로 충분하다”


그 전략의 핵심은 지난 2015년 발렌티노에서 구찌로 자리를 커머셜한 기성복 컬렉션의 최고 책임자 야고보 벤트리니 공고한 파트너 관계다. 

 

최고의 머천다이저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하모니가 상업적인 컬렉션을 더욱 가치 있는 컬렉션으로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컬렉션이 핸드백과 신발 등이다.

 

마르코 비자리 회장은 BOF와 인터뷰에서 “구찌는 엄청난 상품 개발 데이터를 수치로 정량화해 보유하고 있는데 무려 2천여 개 주요 성능 지표도 포함되어 있다. 최고의 머천다이저팀과 크리에이티브팀은 데이터를 기반해 색깔, 크기 등을 결정하고 있고 대부분 베스트 셀러로 뽑혔다”고 말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구찌는 2015년 이후 지금까지 일 년에 두 번 시즌마다 새 컬렉션을 출시하는 비중은 전체의 30%에 그친다. 나머지 70%는 계절과 시즌에 상관없이 지금까지 계속 팔아오던 캐리오버(carryover) 제품이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매 시즌 새로워진 구찌의 컬렉션에 열광해왔다. 실제로는 30%에 그쳤지만 쉽게 알아채지 못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영국의 온라인 플랫폼 ‘리스트(Lyst)’ 자료에 따르면 매 분기 순위별로 판매 기준 상위 10위 안에 든 구찌 품목의 상당수가 로고 제품이며 로고 상승과 더불어 캐리오버 상품이다. 

 

리스트 역시 대표적인 엔트리 상품인 가죽 벨트와 시즌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런웨이 쇼에서 모티브로 삼은 다양한 디테일 요소가 가미된 커머셜 제품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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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시즌마다 부담으로 돌아온 ‘새로움(Newness)’

 

여전히 구찌에 대한 케어링그룹의 목표는 야심 차다. 내년 세계 최대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겠다는 것이 계획을 갖고 있다. 캐리오버 상품 구성 전략도 성공적이지만 수년째 이어온 구찌의 새로움(NEWness) 상품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매 시즌 소비자들의 요구를 채운다는 것에 한계를 보이는 듯한 모습이 최근 나타나고 있는데 올해 구찌의 매출과 이익 증사세는 둔화되기 시작했다.

 

당장 지난 2분기 매출 신장률은 전년대비 13%다. 지난해 같은 기간 40%의 성장률을 보인 것에 반해 현저히 줄었다. 

 

새로운 컬렉션 출시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했는지 올해 블랙페이스와발라클라바 스웨터와 같은 흑인 비하 의혹을 받은 상품으로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다. 구찌가 지금까지 보여온 행보에 위협적인 스캔들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근의 구찌의 성장 둔화세가 패션계의 트렌드를 장악하는 능력이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신호라는 평가도 따른다. 그럼에도 마르코 비자리 회장은 새로운 컬렉션은 앞으로 주얼리와 코스매틱, 향수 등 새로운 품목에서 또다시 화제를 불러 모르겠다는 의지를 엿보이고 있다.

 

코스매틱과 주얼리 시장에서 트렌드를 반영한 머천다이징 전략을 또다시 구사한다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또 한 번 초대형 럭셔리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다는 셈법이 깔렸다. 

 

실제 샤넬은 모델을 삼을 수 있다는 계산인데 구찌가 보유하고 있는 머천다이징 전략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실제 케어링그룹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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