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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고 예쁜 소재 개발해 국내 사업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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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2월 07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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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엘이이’로 돌아온 이지연 디자이너 
 

  

디자이너 컬렉션 ‘자렛’은 2009년 론칭 이후 곧바로 신생 브랜드답지 않은 시장성과 완성도로 호평을 얻었다. 젠더 경계를 허물고 남성복과 여성복의 매력을 모두 가진, 아방가르드와 미니멀리즘을 딱 적당하게 소화한 컬렉션은 글로벌 트렌드와도 잘 맞았다. 

 

이지연은 브랜드 론칭 2년 만에 정부, 지자체가 지원하는 신인 패션 디자이너 지원 사업의 대상자로 자주 이름을 올리는 디자이너가 됐다. 난생 처음 참가한 해외 트레이드 쇼에서 현장 수주를 받았고 홍콩, 파리, 뉴욕 등 참가하는 트레이드 쇼마다 꼬박꼬박 오더를 따내고 고정 거래선을 늘렸다.   

  

2015년 3월 열렸던 ‘서울패션위크 201 5 F/W’ 서울컬렉션 참가를 기점으로 그는 ‘성장가능성이 높은 신인’에서 ‘시장을 읽는 눈이 탁월한 실력파’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시가 패션쇼를 지원하는 제너레이션넥스트에 연속 3회 선정되고 난 후였다. 

 

그해 가을, 그리고 2016년 봄까지 이어 컨셉코리아(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디자이너 글로벌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의 12, 13번째 시즌 주역이 됐다. 뉴욕패션위크 여성복 컬렉션 기간 데뷔 패션쇼도 가졌다. 국내 영업을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이 크게 나서 유명 걸 그룹의 무대 의상 디렉터를 맡기도 했다. 

 

그렇게 잘나가던 ‘자렛’은 2017년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나서는 기업쇼로 서울컬렉션을 치렀다. 꽤 열성적인 투자사가 지원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하지만 그 후 한동안 서울패션위크 공식 일정에 ‘자렛’이 올라오지 않았고, 연락도 닫질 않았다.  

 

2년의 공백, 그리고 새 브랜드 ‘엘엘이이’

이지연 디자이너는 작년 10월, 2년의 공백을 깨고 ‘엘엘이이(llee)’로 돌아왔다. 

 

‘서울패션위크 2020 S/S’을 통해 선보인 ‘엘엘이이’의 첫 시즌 컬렉션은 여성복을 메인으로  남성 컬렉션까지 선보였다. 사실 패션쇼를 보기 이전에는 왜 새로운 브랜드를 들고 나왔나, 똑 떨어지는 실루엣이 예뻤던 ‘자렛’의 연장선이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쇼피스 비중이 높은 컬렉션에 적잖이 놀랐다. 

이태원 주택가 골목에 낸 아담한 작업실 겸 사무실에서 만난 이지연 디자이너는 “사실 조금 더 준비해서 발표하고 싶었다”고 했다. 

 

“S/S 시즌에는 애슬레저 트렌드를 ‘엘엘이이’만의 감성으로 풀었다. 지금의 애슬레저 룩은 운동할 때만 입는 것이 아니니까 패션성이 있는, 제대로 된 애슬레져 룩을 제안하고 싶었다. 

 

‘엘엘이이’ 쇼에서는 더 완성도를 높인, 예술적 컬렉션을 보여주고 싶다. 무엇보다 원단을 개발하고 싶었는데, 다음 시즌부터는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좋은 캐시미어, 울 공급처도 확보했고 설치 미술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의 폭을 넓히면서 다양성을 가져가는 컬렉션으로 만들겠다. 커머셜한 스타일은 세컨 브랜드로 전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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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지향하는 것은 한 브랜드 안에서 셋업이 다 되는 옷, 격식을 갖춘 자리나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토털 코디 룩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전 ‘자렛’ 컬렉션은 인기 있는 아이템을 부각시켜 보여주려다 보니 함께 입을 이너웨어나 바지가 없었다고. ‘자렛’ 재킷을 입으려면 다른 브랜드에서 재킷에 어울리는 아이템을 찾아내야하는 수고를 안겨줬다는 것이다. 

 

“입는 사람의 평상시 라이프스타일에 집중했다. 아무리 옷을 잘 입는다고 해도 스타일 고민을 하게 마련인데 그럴 여유가 부족하지 않나. 바이어들도 메인 아이템을 오더하면서 코디 아이템을 꼭 추천해달라고 한다. ‘엘엘이이’와 세컨 브랜드는 각기 다른 TPO에서 토털 코디를 제안한다.”   

 

수출로만 연 30억, 국내 영업 첫 도전   

‘엘엘이이’는 국내외 트레이드쇼에 참가하며 수주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운영하지만, 세컨 브랜드와 함께 국내 소비자 판매도 할 생각이다. 원단 개발과 양산을 염두에 두고 작년 가을 중국기업과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R&D 역량, 안정적 생산기반을 가진 현지 기업과 손잡고 중국 진출까지 준비한 것이다. 

 

이지연 디자이너는 ‘자렛’과 세컨브랜드 ‘허니자렛’을 완제품 수출로만 연매출을 30억 원(홀세일가 기준)대까지 키웠었다. 하지만 새로운 브랜드는 국내외 시장을 모두 두드리기로 했다. 현재 세컨 브랜드 ‘롤 더 다이스(lol the dice)'를 네이버 디자이너윈도에서 판매 중이다. 10년 동안 브랜드를 전개하면서 국내 판매 채널을 연 것은 처음이다.  

 

“수출은 자신이 있고 이제 국내 사업도 키워보고 싶다. 예전에는 컬렉션을 만들 수 있고, 패션쇼를 할 수 있고, 오더를 받을 수 있으면 만족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유지만 되면, 오더를 잘 받으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생활이 되면 되는 것 아닌가(웃음). 지금은 사업을 제대로, 한국 유통도 넓히고 중국에서도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볼륨화를 목표로 한 ‘롤 더 다이스’는 시장성을 갖춘, 아이템에 집중하는 브랜드다. 첫 소비자 판매 아이템으로 오리털 패딩을 만들었다. 

그는 “사실 젊은 디자이너들이 기성복처럼 패딩을 잘 못하는데, 흔하지 않고 쉽게 입을 수 있는 캐주얼이지만 제대로 만든 옷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하나의 아이템으로도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룩 북도 공들여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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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엘이이 2020S/S 서울패션위크 패션쇼>

 

 

中서 원단개발, 생산해 볼륨화  

2년 동안 중국에서 시장 조사를 했고, 트레이드 쇼에서 수주를 받는 것을 넘어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영업을 해본다니 한 편 걱정도 됐다. 든든한 바이어 풀이 있었기에 수출을 잘 해 왔지만 어찌되었건 현지 내수 사업을 꾸려가는 오너 디자이너가 귀한 건 사실이니 말이다.  

 

“중국에서는 중국기업과 합작을 해야 된다는 판단이다. 중국에서 원단 개발부터 생산을 전담하는 합작사, 홍보를 맡아줄 회사가 다 있다. 유통 핸들링은 직접 해보려고 한다. 이제껏 디자이너라고만 생각했지 오너로서는 빵점짜리였는데 책임감, 계획을 가지고 해 나갈 거다. 자리를 잡으면 뜻이 맞는 전문경영인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디자인에 맞는 원단을 찾아내는 일이 컬렉션을 완성해가는 주요 과정인 것은 맞지만 굳이 원단 개발에 욕심을 내는 이유도 궁금했다.   

 

그는 “디자이너와 소비자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입고 있는, 한 눈에도 독특한 원단으로 만들어진 재킷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내 디자인에 어울리는, 아니면 영감을 주는 원단을 국내에서 수배하는데 한계가 있다. 프리미에르 비죵에서 찾은 이 재킷감은 1야드에 15만 원짜리다. 거기에 공임 더하고 4배수만 매긴다고 해도 200만 원 짜리 재킷이다. 팔기도, 사기도 어려운 옷이 되는 거다. 그래서 중국에서 원단개발부터 셋업까지 미리 할 수 있는 소재 업체를 찾아다녔다. 더 좋은 재질, 더 싼 가격, 그러면서 더 예쁜 원단으로 디자인 의도가 잘 드러나는 옷을 만들고 싶다."

 

"중국 합작사에 F/W 컬렉션에서 보여줄 새로운 원단 발주부터 세팅을 다 해놓고 왔다. ‘자렛’을 할 때는 너무 장사가 잘되니까 나중엔 바이어 얼굴만 봐도 뭘 사갈지 알겠더라. 그에 맞춰서 만들다보니 패션쇼에서도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쇼를 하고나면 내 옷이 좋은 사람은 알아서 날 찾겠지 했었는데 더 이상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전문적으로 PR, 세일즈 하고 싶다. 이제 어른이 됐나보다(웃음).”

 

재기(再起), 힘이 되어 준 아버지

내내 궁금했던, 갑작스런 공백의 이유를 물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투자사와의 협력 관계가 어긋나면서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빠졌다고 했다. 투자사는 당초 ‘자렛’ 패션쇼와 ‘허니자렛’ 볼륨화에 투자하기로 했다가 메인 브랜드인 ‘자렛’을 직접 운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브랜드 가치, 디렉터 권한을 놓고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그렇게 7개월 여 시간이 흘렀고 투자사는 투자를 전제로 키워 놓은 일들을 두고 떠났다. 당시 채용도 늘리고 덩치를 키워서 한 달에 1억 원이 넘는 고정비가 들어갔는데 거기에서 문제가 터졌다. 

 

운영자금이 막히니 그저 채무자에 불과했다. 열심히 일만 했는데 하루아침에 손가락질을 받는 상황이 억울하고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고. 10년 동안 키운 브랜드의 상표권을 포기해야 했고 결국 폐업 후 중국으로 갔다. 

 

다시 시작한 동기는 ‘아버지’다. 

“작년 8월쯤 암이 재발했다는 것을 아신 아버지가 손녀(이지연 디자이너의 딸)에게 엄마 패션쇼에 모델로 한 번 서는 게 꿈이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했다. 10년 동안 한 번도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었는데. 9월에 부랴부랴 사무실을 열고 서울패션위크를 준비했다. 딸의 패션쇼에 서게 되면 힘을 내서 병세가 좀 호전되지 않을까, 다시 시작한 이유 절반은 그랬다. 새벽에 병원에 갔다가 두시쯤 출근해 밤새 옷을 만들었다.”

 

결국 아버지는 딸의 패션쇼 런웨이에 서는 꿈은 이루지 못했다. “돈을 많이 벌어보고 사무실 한 칸도 대비 안 해두었느냐 혀를 차는 사람도 있는데, 더 특별한 원단, 부자재, 패턴, 봉제, 옷 만드는 데에 몽땅 쏟아 부었다."

 

"쇼 한번을 위해 원단비만 1억 씩 들 정도로 공을 들였다. 잠자는 곳에 큰돈을 묶어 놓느니 더 좋은 옷을 만들어야지, 이러면서 집도 안사고 하다못해 명품 백 하나도 없다(웃음). 가족도 안 돌보고 옷 만드는 데에만 온통 몰두했는데 어느 날 딸을 보니 내복이 작아져 있는 거다. 이젠 내가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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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매니지먼트에 대한 갈증

​그는 자기 브랜드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 홍은주 디자이너의 ‘엔쥬반’ 국내외 컬렉션팀을 맡는 등 10년쯤 직장생활을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영 캐주얼부터 해외 트레이드쇼에 낼 컬렉션까지 다양한 여성복을 경험한 덕분에 ‘니즈에 대한 응답’이 뭔지 알았고, 사업에 대한 두려움도 크지 않았다. 200만원 남짓 들여 대 여섯 벌의 옷을 만든 것이 시작이었지만 ‘사람과 작업이 존중받는 느낌’이 좋아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를 처음 만난 7년 전 쯤, 성장기에 접어든 사업을 끌어가기에 아쉬운 점이 무엇인지 질문한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각종 디자이너 지원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던 신인 디자이너 시절이나 굴곡을 겪어 본 지금이나 결핍을 느끼는 지점은 같다. 크리에이터 영역만 생각하던 디자이너가 비즈니스 현실을 체득하고 적응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에 대한 이야기다. 

 

국내에는 젊고 재능이 있는 디자이너와 기업 등 스폰서를 연결할 수 있는 전문 에이전트, 그런 에이전트나 디자이너가 소속되어 알려질 수 있는 전문 매니지먼트 기업이 없다. 몇몇 세일즈 랩이 생겨나 직접 쇼룸을 운영도 하면서 국내외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아직 판이 너무 작다. 내수 시장에서는 수주제나 홀세일 거래가 보편적이지 않고, 대다수 젊은 디자이너들이 먼저 온라인 채널에 접근하지만 판매가격이나 빠른 회전 주기에도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매출이 10억만 넘어가도 혼자 하는 사업이 아닌데, 제대로 된 경영을 위해 어떤 정보를 어디서 얻고 어떻게 취사선택해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른다. 잘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고 싶지만 현실은 거리가 멀다. 꾸준한 오더를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정부 지원으로 전시회든 패션쇼든 나가고 보는 것이 브랜드를 알릴 거의 유일한 방법인데, 그도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몇몇에게 해당하는 얘기다. 체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매니지먼트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마땅히 비용을 지불하고 시스템에 합류하고 싶은데 여전히 아쉽다.”  

 

“내가 많이 변했으니 제대로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그의 말처럼 진중하게 ‘사업’을 이야기하는 그는 예전과 달라보였다. 다음 시즌 서울패션위크 리뷰에서는 ‘엘엘이이의 디렉터 이지연’ ‘이지연 디자이너의 엘엘이이’가 더 많이, 더 자연스럽게 거론되길.​ 

[이 게시물은 임경량 기자님에 의해 2020-02-10 20:26:58 SPECIAL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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