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쾌한 형제의 진지한 패션사업 열공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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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온 것,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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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19년 06월 04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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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쾌한 형제의 진지한 패션사업 열공記

강원식 코넥스솔루션 대표, 강재영 링크인터내셔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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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강원식 코넥스솔루션 대표, 강재영 링크인터내셔널 대표. photo 모지웅 기자.>


세 살 터울의 형제는 어릴 적부터 궁금한 것, 갖고 싶은 것, 해 보고 싶은 것이 많이 닮아있었다. 남대문 도깨비시장에 나가 일본의 월간잡지 ‘맨즈논노’를 구해보고, ‘나이키 에어조던’ 시리즈를 모으기 위해 의기투합했던 형제. 취미와 관심사를 공유했던 형제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문이자 함께 패션사업을 하는 어른이 됐다. 10년이 조금 넘는 기간, 두 형제는 7개의 브랜드와 70명의 직원이 함께하는 패션전문기업을 만들었다.    


형제 중 맏이인 강원식 코넥스솔루션 대표는 2006년 미국 슈즈 ‘탐스’의 국내 공식 수입사로  패션시장에 첫 발을 디뎠다. 이어 스페인 브랜드 빅토리아 슈즈, 미국 의류 브랜드인 그라미치, 유니버셜 오버롤즈, 와일드씽즈를 차례로 도입해 전개 중이다. 이달 17일에는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 라이프스타일 편집숍과 베이커리, 카페를 복합 구성한 ‘내자상회’를 열었다. 종전에 운영했던 ‘탐스로스팅코’를 리뉴얼한 매장이다. 


동생인 강재영 대표는 2008년 론칭한 슈즈 편집숍 ‘유니페어’ 기획과 운영을 주도하며 합류했다. ‘유니페어’ 전개 법인과 함께 이달 9일 론칭한 패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라이프 아카이브’의 전개사 링크인터내셔널도 맡고 있다.  


‘함께’ 즐거운 일을 찾아서 

우리 패션업계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이 ‘동업자 정신’이다. 2세, 3세 경영이 시작된 기업에서 경영권을 물려받은 자손끼리 다툼을 벌이는 경우도 종종 있는 일이다. ‘밥벌이’를 함께 한다는 것이 꽤나 골치 아픈 일이라는 방증일 텐데, 이 형제만의 비결이 있었을까. 강원식 대표는 “함께 좋아하는 것을 했다”고 이야기한다.  


“우선 브랜드를 도입할 때의 기준이 ‘우리가 좋아하는’이예요. 브랜드 스토리와 퀄리티, 그것이 아주 기본적인 호감의 기준이죠. 어떤 브랜드에 호감, 호기심이 생기면 제품을 먼저 사서 입어보거나 신어보고, 써보면서 공부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도입한 브랜드가 다 성공했을 것 같지만 성공 확률은 한 50% 쯤 됐나봅니다(웃음).” 


패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사업으로 실현한 형제, 의외로 그들의 사회생활은 패션과는 동떨어진 평범한 직장인으로 시작됐다. 강원식 대표는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졸업 후, 1996년 창업한 벤처기업 인바디(지금은 체성분검사 기기로 글로벌 지명도를 가진 헬스케어기업이 됐다)에 입사해 일본 수출영업을 담당했다. 


고등학생 때 일본 패션잡지를 보며 ‘우리에겐 왜 이런 멋진 남자 옷이 없을까’ 아쉬워했던 것이 일본어를 공부하고, 패션을 업(業)으로 삼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 강재영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코리아에서 마케터로 일했다. 형이 ‘탐스’로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마음과 달리 함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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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같이 시작하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말리셨어요. 아들 둘이 멀쩡하게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하니 불안하셨나 봐요. 결국 저만 먼저 시작하는 것으로 타협이 되었는데, 혹시  잘되지 않더라도 동생은 글로벌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까. 일종의 보험을 드신 거죠(웃음).” 


사업이력이 전무했던 코넥스솔루션이 ‘탐스’의 공식파트너사가 된 과정도 재미있다. 2006년, 당시 삼성물산에 다니던 대학동기가 강원식 대표에게 미국에서 막 론칭한 ‘탐스’라는 브랜드를 알려준다. 신발 한 켤레가 팔릴 때마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한 켤레를 기부하는 ‘탐스’의 브랜드 철학은 삽시간에 착한 패션, 윤리적 소비 이슈를 확산시키고 있었다. 브랜드 스토리에 매료된 강 대표는 대학동기와 회사를 만들고 ‘탐스’에 e메일을 보낸다. 


션 스콧 ‘탐스’ 디자인개발 총괄이사는 2013년 당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넥스솔루션과의 인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한국 파트너도 우리만큼 신생이었지만, ‘탐스’를 보고 끌렸다면 좋은 사람들일 거라고 믿었습니다.” 


2년쯤 지나 ‘탐스’가 자리를 잡으면서 카테고리 확장을 준비했다. 강재영 대표가 가세하며 속도가 붙었고, 2008년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일 치르꼬’라는 남성용 구두 전문 편집숍을 내게 된다. 이 숍은 2011년 ’유니페어’로 리뉴얼해 차곡차곡 경험을 다지며 성장하고 있다. 


에드워드 그린, 존롭, 알든, 파라부트 등 세계적 수제화 브랜드를 중심으로 PB 제품, 슈케어 브랜드 ‘릿슈’도 구성되어 있다. 

‘유니페어’에서 인큐베이팅한 브랜드 중 ‘드레익스’와 ‘파라부트’는 각각 서울 도산, 한남점을 오픈했다. 올 4월 광주광역시에 생긴 두 번째 ‘유니페어’ 매장은 매니저를 지낸 김해룡 대표가 고향에서 경험과 뜻을 펴 보겠다고 해 열게 된 매장이다. 


‘플레이어’에서 ‘베이스’로

형제는 ‘당신을 위한, 세상에서 단 한 켤레뿐인 구두를 선보인다’는 의미로 만든 ‘유니페어’에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 “클래식을 지키고 싶다”는 이유다. 사실 그들은 ‘탐스’부터 최근 론칭한 ‘라이프 아카이브’까 ‘유니페어’를 제외하면 문화적으로나 스타일면으로 10대~30대 초중반에게 어필하는 브랜드를 소개해 왔다. 영 패션을 우선할 것이라는 생각은 선입견이었던 걸까. 먼저 강재영 대표의 생각을 들어봤다. 


“우리는 젊은 회사고, 일하는 사람들도 젊고, 소비자도 젊은 것이 사실이죠. 항상 젊은이들 속에서 함께 부대끼며 장사하고, 그렇게 지냈어요. 하지만 뭔가를 의도적으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같이 간다’고 생각합니다. 실시간으로 전 세계 정보가 오고가는데 우리가 제시하는 정보에 (소비자가) 갇혀있을 리 없죠. 예전엔 우리 같은 패션기업이 스스로를 트렌디하다고 생각하고 소비자, 시장도 ‘핫 하다’고 했었는데, 최근엔 반응이 예전 같지 않잖아요. 업데이트 노력을 열심히 할뿐이지 소비주체의 생각과 느낌을 가질 수는 없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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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강원식 대표의 이야기. “나이를 먹으니 ‘유니페어’가 더더욱 우리의 운명이 아닌가 싶어요.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은데 나이가 들어서도 괜찮을 것 같거든요(웃음). 사업이 아니라 ‘패션 일’을 하고 싶다는 거죠. 언젠가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을 보는데, 제가 듣기에도 옛날 랩을 하던 1세대 래퍼가 출전해 1차에서 떨어졌어요. 저도 그 래퍼처럼 될까 걱정이 될 때도 있습니다. 무신사에 있는 브랜드들을 보면 해외에 내놔도 전혀 모자람 없이 잘하고 있거든요? 그걸 보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젊은이가 해야 하는 것 같다, 이제까지 플레이어로 사업을 이끌어왔다면 이제는 젊은 친구들의 베이스가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브랜드를 찾아 소개해왔던 두 대표는 브랜드가 가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변형시키지 않고 우리 시장에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의 정수(精髓)라고 할 수 있는 아이템이 기후나 취향 등을 이유로 국내 시장에서 전혀 팔리지 않아 소개조차 되지 않는 현실에 맞닥뜨리게 됐다. 


강재영 대표는 “너무 안타깝지만 소비자를 가르치고 계몽하려는 마음으로는 사업이 안 된다”면서 “오만해지지 않아야 한다, ‘라이프’는 그런 마인드로 시작한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시즌’은 무의미하다 

‘라이프 아카이브’는 미국의 전설적인 시사 사진잡지 ‘라이프(LIFE)’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링크인터내셔널이 전 세계에서 처음 선보이는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라이프지에 실렸던 역사적 사진이 담긴 그래픽 티셔츠, 강렬한 레드 로고를 활용한 모자, 에코백, 힙 색, 테크 백팩, 여행용 가방 등을 선보인다. 7월에는 컴포트슈즈를 내놓을 예정이다.  


두 대표는 협업이 브랜드의 콘셉트와 맞는 마케팅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브랜드의 문화토대가 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협업 프로젝트를 기획할 계획이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R트렁크 시리즈로 유명한 가방 브랜드 ‘로우로우’와 진행했다. 조만간 R트렁크 ‘라이프’버전, 백팩 시리즈가 출시된다. 향후 문구류와 F&B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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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영 대표는 “해외 브랜드여서 호감을 갖던 시대는 끝났다”면서 “소비자들이 여전히 브랜드를 쫓는 것 같아도 취향은 유니크해 졌고, 2015년 이후 그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라이프 아카이브’는 그런 소비자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라고 했다. 하지만 완제품을 오더만 하면 되었던 수입사에서, 제조 기업으로 사업 구조를 새로 세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강원식 대표는 “재고 리스크는 수입 사업이 더 크다”고 답했다. 


“우리 시장은 제품 회전주기가 빠릅니다. S/S, F/W, 2개 시즌을 가져가면 몇 개월 전에 수주를 해 놓고, 출고 전까지 그저 기다려야 하는 거죠. 한국 소비자는 아이템에 집중하기 때문에 직접 만들어야 빠르게 소비자 대응도 가능할 거라고 봤습니다. 한국 시장에 적응하고, 한국 소비자에게 인정받으면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될 것 같아요(웃음). 시즌은 무의미합니다. ‘라이프 아카이브’는 그래서 주간, 월간 드랍(drop) 방식으로 속도감 있게 갈 계획이에요.”


철저한 학습 없이 시작도 없다 

두 형제는 2010년 쯤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을 열었다가 4년 만에 중단한 경험이 있다. 뉴욕 출장길에 본 현지 유명 테이블 웨어 브랜드를 보고 한눈에 마음이 끌려 시작한 일이었다. 당시 강원식 대표는 정식으로 요리를 배우면서 식기를 연구했다. 그는 “관심을 가지게 되면 파고드는 성격이라 ‘탐스로스팅코’를 준비할 때는 바리스타 교육도 받았다”고 말했다. 커피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으면 좋은 바리스타를 채용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기에는 멋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울(bowl)이 꼭 필요하고, 미국식 오븐플레이트는 너무 무겁고 우리나라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오븐 요리를 하지도 않아서 활용도가 낮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 거예요. 진짜 살림을 공부하지 않았으니 완전히 망했죠(웃음).”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실패도 경험하며 체득한 결과물이 얼마 전 리뉴얼 오픈한 ‘내자상회’다. 형제는 ‘내자상회’가 리테일 비즈니스에 대한 꿈을 가지고 해온 것,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의 교집합이라고 설명했다. “이젠 정말 쫓기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회사가 조금씩 커나가면서 두 대표는 요즘 ‘경영자의 역할’에 대해 생각이 많아 졌다고 했다.  현재의 위치에서는 젊은 친구들이 본인의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재무 등 회사의 기본부터 다져야 하는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 JYP 소속 연습생들과 잠깐 인터뷰를 하는데, 정말 어린 친구들이 ‘진실, 성실, 겸손한 아티스트가 되겠다’고  진지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말단 직원까지 회사의 코어 밸류를 명확하게 머리와 가슴에 각인하고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죠. 조직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사내 문화를 만드는 일이 경영자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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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개인적 바램이 있는지 물었다. 


강재영 대표는 “우리 사회가 ‘가치’에 좀 더 관심을 두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우리 사회가 ‘진짜 가치’를 모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소비자가 점점 스마트해지긴 하는데 너무 약게만 선택하지 않나, 가치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아졌으면 하는 거죠. ‘가성비’라는 말도 그저 ‘싸다’는 의미로 통용되고 시장이 양극화되어 가니 공급자도 새로운 제안을 하기엔 운신의 폭이 좁아요.”  

 

수입사업자들이 길게, 멀리 보고 사업 환경을 만들어야 함에도 병행수입, 직구가 뒤섞여 가격경쟁에만 몰두하는 현실도 우려했다. 거기에 아직도 살아있는 액티브엑스, 의무적으로 행하는 각종 시험, 역시 의무 갱신이 필요한 보안인증 등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만 정작 사용자 보호 효과는 체감하기 힘든 이커머스 관련 정책도 개선을 원하는 부분이다. 


기자가 만난 두 대표는 각자의 회사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고, 각자의 전문 분야가 확실했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는 물론 경영과 산업을 대하는 철학 또한 공유하는 운명 공동체라는 점 역시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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