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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지만 깊게, 일상에 뿌리를 내릴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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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21년 03월 29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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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닐바이피 대표>

 

“배송은 공지와 같이 조금 늦어 기다리느라 힘들었지만 입자마자 너무 이뻐서 소리를 악 질렀어요!! 키가 170인데 롱으로 주문했구요,, 길이와 핏이 모두 너무 맘에 드네요!! 역시 믿고 사는 닐바이피! 만족만족 저는 더 담으러 이만 총총총총총”

 


한 소비자가 더블유컨셉에서 ‘닐바이피(NI LBY P)’의 2021 봄 컬렉션 중 트렌치코트를 구매한 후 남긴 리뷰 글이다. ‘닐바이피’는 여성패션을 다루는 국내 온라인 유통 중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 편집숍인 더블유컨셉에서 한 손 안에 꼽히는 톱 셀러다.

지난달 19일 출시된 올 봄 컬렉션(자사몰에서는 이틀 앞서 판매를 시작했다) 중 시그니처 아이템인 트렌치코트는 월간 베스트셀러 톱5에 올랐다. 판매기간이 채 열흘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1차 출고분은 일찌감치 완판됐고, 지금도 3차 예약배송을 진행할 정도로 인기다.

이달 들어서 3주차까지 집계된 월간 베스트셀러 톱은 ‘닐바이피’의 크롭 재킷이다. 이 재킷은 리오더를 거듭하며 다음 달 초에 예약 배송될 8차 주문까지 소화하는 중이다.  

W컨셉에서 '닐바이피'를 찜한 고객만 63,000 여 명

3,000여개에 이르는 브랜드들의 각축장, 매일 새로운 컬렉션이 쏟아져 나오는 플랫폼에서 수주에 걸쳐 판매 랭킹 상위를 유지하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우선 브랜드 페이지에서 그 원천을 수치로나마 조금 가늠해 볼 수 있다. 더블유컨셉을 이용하는 소비자 가운데 ‘닐바이피’를 ‘나의 ♡ 브랜드’로 설정한 사람 수가 63,370명(3월 18일 현재). 이 63,000여 명의 사람들은 굳이 하지 않아도 쇼핑에 전혀 지장이 없고, 회원가입을 해야만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을 활용해 관심 브랜드임을 드러낸다. 

그 이유는 만고의 진리, ‘옷이 예뻐서’일 것이다. ‘예쁨’의 기준은 개개인의 취향마다 다르지만 적어도 63,000여 명이 집중해서 ‘닐바이피’의 제품을 보겠다는 의사 표시를 한만큼 유효고객으로 보아도 무방한 수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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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바이피 2021 봄 컬렉션. photo 닐바이피>

진심은 통하는 법

박소영 대표가 만드는 ‘닐바이피’는 고요하고 담백하다. 심플한 디자인, 담백한 색감, 디테일 포인트와 실루엣에 차별점을 두지만 군더더기란 없이 편안하다. 

박 대표가 설명하는 ‘닐바이피’는 ‘소소한 일상에 깃든 새로움’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처럼, “익숙하고 편안하지만 새롭고, 평범한 듯 차분하지만 특별한 옷”이다. 

이 정갈하고 잔잔한 옷은 사람들을 끈끈한 스타일 동맹으로 묶는다. 자사몰과 함께 3월 현재 시점에선 더블유컨셉을 온라인 독점 전개 채널로 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 채널도 제한적인 셈이다. 

하지만 ‘찐팬’들은 스스로 SNS채널을 통해 ‘닐바이피’가 얼마나 나의 취향과 잘 맞는지, 얼마나 나에게 만족을 주는 옷을 만드는지 성의를 다해 재확산한다.  2016년 봄부터 만 5년의 시간을 보낸 박소영 닐바이피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떠들썩한 PPL도 없이 매 시즌 더블유컨셉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냅니다. 조용한 브랜드가 어떻게 그리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걸까요
“언제나 본질을 잃지 않는 디자인, 정직한 과정을 통한 생산, 그에 따른 결과물을 좋게 봐주시고 소통해주시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 유력 플랫폼의 상위 랭커인데, 6년 차이면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 아닌가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내가 정말 자리를 잡았나?’ 생각해보면, 그게 아닌 거예요. 시장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소비자 니즈도 예전에 백화점 브랜드가 잘 나가던 때와는 전혀 다르니 ‘이만큼이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순간이 없어요. 매 시즌 편한 적이 없고 항상 도전, 도전, 도전, 도전의 연속인데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없잖아요(웃음).” 

박 대표는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하고, 당시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백화점 여성 캐릭터 브랜드 ‘시슬리’ ‘96ny’에 이어 ‘빈폴 레이디스’의 디자이너로 일했다. 

10년이 조금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휴식기를 가지려고 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오롯이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투영해 옷을 만드는 일’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2016년 봄 컬렉션을 가지고 ‘닐바이피’가 탄생하게 됐다. 오픈마켓에 입점한 사입 기반 소호몰들은 많았지만 디자이너의 캐릭터를 살려 만든 개인 브랜드가 흔치 않던 때 론칭한 디자이너 브랜드 1세대인 셈이다. 

- 처음부터 온라인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론칭을 준비하신 건가요
“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공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고 당시 시장은 온라인이 활성화되기 전 시점이라 온라인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브랜드를 론칭하지는 않았어요.”

- 보통 창업 초기 겪는 자본, 인력 부족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었는지, 힘의 원천으로 꼽을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힘의 원천이라면 당연히 제 브랜드에 대한 열정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더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과, 오롯이 나만의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자연스럽게 시작했으니까요."

"자본, 인력 부분은 하나씩 채워나가고 다듬고 다져가는 과정이고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어요. 창업 초기에는 부족함도 크고 어려움이 많이 따랐지만 함께 애써주는 직원분들과 닐바이피를 사랑해주는 고객님들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죠.” 

지금 박 대표와 함께 일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소수정예다. 박 대표는 “작은 회사가 이만큼 자기 몫을 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기란 어렵지 않나, 너무 귀하다”면서 “직원 수는 적어도 업무 집중도는 최고”라고 했다. 특히나 인터뷰 내내 “우리 직원분들”이라고 칭하는 그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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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닐바이피 대표>

한결같은 제품에 더 한결같은 고객들

- 온라인 채널에서 이미지는 구매결정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실제 매장이 없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잖아요. ‘닐바이피’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나요 
“언제나 같은 결로, 편안함 속에 온전하게 제품이 잘 설명되고 느껴질 수 있도록 노력해요.  많은 이미지 속에서도 ‘닐바이피 제품이구나’라며 바로 알 수 있도록 톤 앤 매너를 유지하려 하고, 그 속엔 언제나처럼 ‘편안하지만 새로운’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이 녹아들어 있죠.”

-디자인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요? 크리에이터로서 간혹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지, 론칭 5주년 기념 에디션으로 보여 준 남성복은 팬 서비스이자 새로운 시도 중 하나였던 걸까요  
“과장된 콘셉트나 억지스러움이 아닌, 평범한 일상 속 깨어있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고 편안한 일상 속에서 새로움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남성복과 액세서리 품목 진행 계획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에요. 기본 컬렉션에 대한 집중도가 분산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시도를 진행해 볼 예정이에요.”

‘닐바이피’가 한결같은 디자인 무드와 완성도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는 역시 흔들리지 않는 가격정책과 완벽에 가까운 생산관리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 ‘닐바이피’의 모든 제품은 전량 국내생산을 진행한다. 그렇지만 디자인을 제공하는 프로모션과의 거래도 없고 아이템에 따라 사입을 하는 일도 없다. 100% 디자인 기획을 하고, 원사 선택, 제직(製織) 핸들링도 직접 한다. 

헤비 아우터류 비수기 해외생산을 잠깐 검토해봤지만 실행하지 않았다. 전체 제작공정을 직접 보며 체크하고,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해외생산은 그 점이 불가능해 불안했기 때문이다. 

‘닐바이피’는 노세일을 고수하는 브랜드다. 3~5일 정도 회원소비자에 한해 진행하는 시즌 오픈 프로모션이 전부. 미정이지만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부터 당해 연도와 직전 연도를 제외한 재고는 세일 진행을 검토 중이다. 

박 대표는 “세일을 안 하려고 엄청나게 원가계산을 한다”고 했다. 
“고객 분들이 ‘가격이 왔다 갔다 하지 않아서 좋다, 딱 지금이 너무 좋으니 변화를 시도하지 말아 달라’고까지 이야기하시는데…. 국내생산을 하면서 품질과 원가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 초도 발주수량이나 리오더를 진행함에 있어 매우 신중한 것, 노세일 정책을 고집하는 것 모두 고객을 위해서예요. ‘고객이 만족하는지’, 가장 중요한건 그거죠.”

작년 여름 본사와 같은 빌딩에 오픈한 쇼룸도 고객과 진심이 담긴 소통을 원하는 마음에서 공을 많이 들였다. 그는 쇼룸을 찾은 고객들이 들려주는 ‘실시간 후기’에 정말 즐거워 보였다.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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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바이피 2021 봄 컬렉션. photo 닐바이피>

- 투자제안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네. 투자 제안은 너무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제가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거든요. 또 투자를 하는 쪽과 투자를 받는 쪽의 결도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준비만 되어 있다면 기회는 언제든지 올 수 있지 않을까요? 일단 지금 여름 시즌 준비가 너무 급해서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 안나요(웃음).” 

- 국내 사업 내실을 다지기 위해 집중하는 유통전략은 어떤 걸까요
“자사몰 파워를 키우고, 쇼룸과의 시너지도 창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예요. ‘닐바이피’의 초기 주 고객층은 30대 초중반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었는데, 지금은 10대 후반부터 40대까지 폭이 넓어졌어요. 특히 쇼룸에서는 엄마와 딸이 함께 입고, 서로에게 골라주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 고객 분들과의 소통이 목표로 가는 힘이 되어 줄 것이라고 믿어요.”      

- 해외시장 진출도 타진해 보셨을 것 같아요
“검토해야 할 문제이고, 실제로 파리, 뉴욕에서 상담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가 바이어들이 요청하는 다양한, 각자의 요청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잖아요. 수출 상담은 길게 보고 하는 것인데, 당장 로컬 업무가 바빠서 결정되지 않은 일에 전념하기란 현실적으로 비효율이라고 판단했어요. 천천히 길게 보고 가려고 합니다.”

- 최고치의 꼼꼼함은 소비자 만족도를 유지하고 클레임 발생을 막지만, 반대급부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온전히 경영자의 관점에서, 회사의 건강한 성장을 어떻게 도모하고 계세요
“회사의 건강한 성장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브랜드마다 추구하는 디자인과 경영방식이 다르고 단순히 규모가 커지는 것이 곧 성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다른 사안들보다 ‘닐바이피’ 브랜드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려고 해요. 상품에 있어서는 변함없이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책정을 유지하고, 내부적으로는 근무하기 좋은 업무시스템과 안정적인 복지시스템을 갖추는 일이죠.”

-디자이너 박소영, 경영자 박소영, 현재 시점에서 각각의 ‘박소영’을 스스로 평가하신다면?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면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꾸준함과 성실함은 가장 베이직한 정답이면서도 가장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잘 잡고 의연하고 담담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죠. 스스로 평가하기보다는 좋은 점은 발전시키고, 아쉬웠던 부분은 개선해 나가면서 내실 있는 브랜드이자 경영자, 디자이너가 되도록 언제나 노력할 겁니다.”

- 먼 미래에 어떤 디자이너, 어떤 경영자로 남고 싶으세요? ‘닐바이피’는 어떤 모습으로 평가 받게 될까요?

“과한 평가를 받기보다 ‘소소한 일상에 깃든 새로움’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처럼 잔잔하지만 깊게,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뿌리내려 늘 함께하는 브랜드이길 바래요. 그 중심에서 늘 노력하고 행복한 고민을 하는 디자이너이자 경영자였다,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사진 제일 위 좌·우부터 아래 방향으로 2017년~2020년 '닐바이피'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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