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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소재 개발과 제품화를 넘어 버려진 후의 상황까지 설계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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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21년 03월 02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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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켄드랩 이하린 전은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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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골목 청년 작가들의 공방이 자리한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 길 쪽으로 문을 낸 ‘그냥 가정집’ 1층에 평범하지 않은 ‘위켄드랩(WKND Lab)’의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있겠거니’, 대충 떠오르는 젊은 창작자의 작은 아지트를 예상하고 들어서면 꽤 놀라게 된다.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오른편 테이블 위에 샬레(세균 배양에 쓰이는 바로 그 것) 여러 개가 줄지어 놓여 있고, 그 안엔 돌 조각이나 도자기 파편처럼 보이는 알록달록한 알갱이들이 보인다. 그리고 한자리 크게 차지한,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담긴 사각 유리용기 두 개와 그 것을 덮고 있는 속이 비치는 박스. 삼각대에 고정된 스마트폰이 테이블 위를 찍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라방이나 유튜브 콘텐츠 촬영을 하던 중으로 알았다. 

 

“한 쪽은 흙, 한 쪽은 바닷물이에요. 그 속에 곰팡이가 피고 있는 건 저희가 개발한 소재인데, 생분해 과정 타임 랩스(time lapse)를 만드는 중이거든요. 냄새가 지독하니까 조심하셔야 됩니다.”     

 

전은지 대표가 웃으면서 설명한다. 가만 보니 흙 속에 심어진 알맹이는 하얀 곰팡이 꽃을 피웠고, 예쁜 노란 액체로 보았던 것은 부패 중인 바닷물이다. 도대체 ‘디자인 스튜디오’가 왜 부패 실험을 하고 영상까지 찍고 있단 말인가. 이하린 대표는 “위켄드랩은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실천하는 스튜디오이자 브랜드고, 모든 디자인은 소재 개발에서 출발 한다”고 했다.  

 

여기서 잠깐. 오가닉 코튼 티셔츠니, 에코백이니, 쪽물을 들인 개량 한복이니, 이젠 흔해 빠져서 피로감마저 주는 지속가능성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위켄드랩의 작업은 어디에서나 일상적으로 버려지는 산업폐기물과 생활쓰레기를 가공해 소재를 개발하고, 그 소재가 쓰일 수 있는 아이템을 기획하는 데에 초점이 있다. 

 

예를 들면,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품질 미달을 이유로 버려지는 우유, 카페에서 버려지는 원두커피 찌꺼기, 화훼농가나 공판장에서 팔고 남아 버려지는 꽃, 빵이나 과자를 만드는데 쓰인 계란 껍데기 같은 ‘쓰레기’를 가지고 바이오 플라스틱을 만든다. 이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티 테이블, 트레이, 사무용이나 생활소품, 액세서리, 조명 등등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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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를 각각 흙과 바닷물에 담가 평균 생분해 기간을 알아보기 위해 부패 실험을 하는 모습. 타임랩스 제작을 위해 촬영 중이다.>

 

최근에 첫 시판 제품으로 내놓은 ‘리코타(RICOTTA) 시리즈’의 경우 동네 슈퍼와 식당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받아 만들었다. 만드는 과정은 리코타 치즈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탈지유에서 단백질과 유청, 유단백질(casein)을 분리한 후에 유단백질을 염기성 천연재료와 섞는 작업이 위켄드랩만의 노하우다. 마치 베이킹 하듯이 소재 레시피를 만드는 것. 인터뷰 중에 작은 작업실을 울리는 상당한 소음이 있었는데, 굴 껍질과 오리알 껍데기라는 새로운 ‘쓰레기 레시피’를 가지고 3D 프린터가 샘플을 성형하는 중이라고 했다.  

 

위켄드랩의 이하린, 전은지 대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15학번, 각각 시각디자인과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동기다. 이하린 대표는 대학 재학 중 교환학생으로 독일에서 1년 여 공부를 하고 한예종으로 돌아와 졸업했다. 전은지 대표도 이 대표와 비슷한 시기에 스위스 HSLU(Lucerne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 and Arts)에 교환학생으로 가 공부하다가 아예 학적을 옮겨 HSLU를 졸업했다. 각자 길지 않지만 프리랜서, 인턴 십을 했고 작년 6월에 사업자등록증을 냈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전 대표는 스위스에서, 주말 마다 화상채팅을 하면서 생각을 공유하고 사업을 구체화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브랜드 네이밍도 ‘위켄드랩’ 이다. 

 

- 창업 동기, 사업 아이템을 우리 공동체가 안고 있는 과제에서 찾고 고민한다니, ‘나의 일’을 찾은 20대, 찐 Z세대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 새로운 인류를 만난 것 같습니다   

전은지 대표(이하 전) “저희만 환경문제를 특별히 생각한다거나 그렇지 않아요. 초중고 수업 중에도 그렇고, 일상적으로도 또래 친구들, 학교 동기나 선후배들과 이런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았어요. 유럽에서 만난 친구들과는 좀 더 적극적으로(웃음). 저희는 사업적 결단을 한 것뿐이죠. 사실 생활인으로서의 무게 때문에 하고 싶은, 해야 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본 거 같아요.” 

 

위켄드랩 작업실 한 쪽 벽면에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작은 오피스 가든도 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빈틈없지만 상당히 보기 좋게 짜 넣은 앵글과 선반, 그곳을 가득 채운 각종 식물 화분들,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장치(?)까지, 핸드메이드 임이 분명하다. 역시나 Z세대의 취미생활은 남다르다. 중학생부터 식물 기르기가 취미였다는 전은지 대표가 사업만큼 애정을 쏟으며 가꾸는 온실이라고 했다.   

 

- 폐기물로 소재를 개발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요? 

이하린 대표(이하 이) “하고 싶은 일을 해서 돈을 벌자, 기왕의 노동인데 평생토록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이 뜻이 맞았기 때문에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해 어렴풋이 고민했는데, 둘이 유럽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부닥친 생활의 모습들이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직업으로 하겠다는 생각에 쐐기를 박아준 것 같습니다.”

 

전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스로 만들어내는 쓰레기의 양이 눈에 보이게 됐어요. 혼자인데도 생활쓰레기를 이렇게나 만들어내고 있구나.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제일 곤란했는데, 조사를 조금 해보니까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356만 톤이 넘게 나온다는 거에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죠. 유럽에서 큰 이슈 중 하나가 버려진 플라스틱이 오염시키는 해양생태계에 대한 문제제기였기 때문에, 잘 썩는 물질로 플라스틱을 대체할 만한 무언가를 만들면 어떨까, 떠올리게 됐던 거죠. 그래서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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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원두커피 찌꺼기, 계란 껍데기 등으로 개발한 소재 샘플>

 

- 쓰레기로 단단한 물건을 만든다는 것이 가능한지, 상상이 잘 안되거든요. 소재를 개발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전 “세상에 관심을 많이 가져요. 보통 언론보도나 SNS, 지인과의 대화, 일상의 문제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과연 이 소재를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낼 수 있겠는가, 주구장창 회의를 하죠. 방향이 정해지면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논문 등 자료를 보고 공부한 후에 여러 번 테스트를 해봅니다. 원래 과학자가 되고 싶기도 했고 화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공부가 재미있어서 천만 다행이죠(웃음). 오리 알의 경우 지인의 지인이 제약회사를 하시는데, 이때 삶은 오리 알에서 핵심 성분만 추출하고 노른자, 흰자, 껍질을 포함해 약 90% 이상이 버려진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재료에 따라서 성분 추출, 분리, 건조, 분쇄, 염색, 압축 등등 성질에 맞춰 다른 과정을 거치는데, 건축을 할 때 콘크리트, 시멘트, 레진, 물 등을 섞는 것처럼 응고시킬 수 있는 화학적, 물리적 레시피가 저희만의 기술인 거죠.”  

 

- 생분해라는건 공기 중에 노출되는 순간부터 부패한다는 얘기잖아요? 과연 튼튼할까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요

전 “어떤 원재료와 바인더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내구성이 다르지만, 리코타 시리즈의 경우 최대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과 비슷한 강도를 가질 수 있어요. 제품으로 제작된 후의 성질이나 특성은 습기에 약하고 자연환경에서 분해된다는 점에서 목재에 가깝기 때문에 관리도 목재와 비슷하게 해 주어야 해요.”

 

- 좀 더 쉬운 방법, 이미 개발되어 있고 잘 쓰이고 있는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요?   

전 “시장에 나와 있는 바이오 플라스틱이나 업사이클 소재는 장단점이 있어요. PLA의 경우에 플라스틱과 비슷한 물성으로 사출, 출력 등 가공이 용이하고 시멘트나 레진과 섞는 경우 모양을 잡기도 쉽죠.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진 소재들은 버려진 후 분해가 되지 않거나 아무나 만들 수 없는 특정 환경에서만 분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생산부터 폐기까지, 모든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제품을 제작하려다 보니 원재료가 자연물이 될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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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황현상 기자>

 

- 가치관과 철학이 분명한 비즈니스는 멋지긴 하지만 돈을 벌 수 있는지도 문제잖아요. 특히나 소재를 개발하는데 시간과 돈이 적지 않게 들 것 같은데요 

이 “우선순위를 풍족한 돈에 두지 않은 거죠. 이윤을 내야하는 것이 기업이지만 우리의 포트폴리오가 부끄럽지 않은 일을 해서 회사의 커리어를 쌓고 싶어요. 위켄드랩이 하는 작업은 사용자가 개입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는 디자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속가능’을 ‘오래 지속’이라는 단어와 동일시해선 안되요.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하면, 친환경 원료를 사용하는 것 이상을 생각하면서 설계해야 합니다. 제품이 버려진 후의 상황도 설계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에요. 모든 소비재가 마찬가지죠.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고 제품화하는 것을 넘어서, 버려지고 난 이후의 상황도 통제가 가능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이제 막 ‘팔 수 있는 물건’을 내놨지만 여전히 샤알레와 유리용기에 담겨있거나, 고가의 3D 프린터를 몸살 나게 만드는 여러 ‘실험체’들을 보고 있자니 이 바른 젊은이들이 생활비는 충당하고 있는 것인지 걱정이 됐다. 실례인줄 알면서도 수입에 관해 물었다.  

 

이 “학교(한예종)하고 서울시의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꽤 도움이 돼서 초기 투자 부담은 덜했어요. 사무실과 집기, 장비 문제를 해결했거든요. 지금까지는 외주(기업 협업)로 소재 개발비와 운영비 충당이 다 됐고, 앞으로도 열심히 사업계획서를 들고 협업 제안을 해야죠. 함께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기업들에게 ‘당신의 폐기물을 우리에게 달라, 그러면 우리가 친환경 콘셉트 아이템을 개발해 주겠다’ 이런 내용의 메일과 포트폴리오를 보내요. 인건비는 아직 용돈 수준이지만요(웃음). 이제부턴 리코타 시리즈를 시작으로 D2C를 시작해야죠. 자체 웹사이트 안에 쇼핑몰을 구축하고 있고,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디자인 뮤지엄이나 특화 숍에도 진입해 보려고 해요. 올해 안에 클라우드 펀딩도요.”

 

위켄드랩은 회사를 만들기 전 사업 아이디어 구상 단계에서 서울디자인재단이 운영하는 청년디자인창업센터 코-스테이션 1기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처음으로 도전한 지원 사업에서 좋은 평가와 함께 최대 4년 동안 시설과 행정, 마케팅 지원을 받게 되면서 독립 사업체를 꾸릴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창업 후 작년 9~11월 서울 중구청이 진행한 도심산업박람회에 낙원상가에 있는 조명 제조기업 의뢰로 ‘을지로 라이트웨이’ 부문에 참여했고, 한 생활용품 기업과는 사용자가 필요와 취향대로 설계할 수 있는 테이블 및 데스크 웨어 모듈 등을 기획했다. 물론 모두 ‘쓰레기 레시피’로 만든 결과물이다. 위켄드랩의 인스타그램 계정, 2020 한예종 온라인 졸업작품전에서 이하린 대표의 작품 ‘Piece to Life'를 보고 협업 의뢰를 해오는 경우도 많다고.  

 

- 위켄드랩의 협업 방식이 궁금해요

이 “단순 제품 설계, 디자인 시안 제작도 할 수 있겠지만 협업 기업이 추진하는 브랜딩의 일부가 되는 작업을 지향해요.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스며들 수 있도록 제품은 물론 이미지와 공간 콘텐츠 등 전체적으로 만들어내는 거죠. 예를 들면 클라이언트로부터 ‘사무, 생활용품 디자인을 원한다’는 의뢰를 받으면 폐 조개껍데기 소재를 사용해서 쓰는 사람이 아주 쉽게 더하거나 덜어낼 수 있는,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와 DNA를 녹인 디자인을 제안해요. 소비자들이 골치 아프게 의도하지 않고 내 사무실, 내 방에서 각자의 책상, 화장대 위에서 지속가능성을 실천할 수 있게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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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타 시리즈>

 

- 현재의 개발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면서 위켄드랩이 사업적으로도 성장하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전 “사실 저희에게 들어오는 협업 니즈는 많은데 성사 비중이 낮아요. 각자 생각하는 시간과 돈의 갭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에요. 근본적인 문제는 저희가 디자인 스튜디오이지 폐기물 처리업체가 아니라는 거죠. 돈을 내고 버려야하는 쓰레기를 우리에게 주면 생활에 필요한 물건으로 만들어준다는데 뭐가 문제일까 싶지만 법이 그래요. 기업은 기준대로 명확하게 폐기물을 처리했다는 증빙이 필요한데, 디자인 스튜디오는 그런 권한이 없거든요."

 

"유럽에서 작업했을 때는 적은 양의 우유는 지역 농부들에게서 받고, 대량은 HOCHDORF Swiss Nutrition AG라는 유가공업체에서 우유 파우더를 수월하게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에게선 받기가 불가능한데 말이죠. 코로나 때문에 졸업식이 취소 되서 화훼농가들이 꽃을 대량으로 폐기한다는 뉴스를 보고 꽃 폐기물을 받으려고도 해봤는데 규모가 있는 농가나 화훼협회와는 비슷한 이유로 불발됐죠.”

 

역시, 좋은 취지와 아이디어에게도 현실의 벽은 꽤나 높아 보였다. 하지만 위켄드랩의 두 대표는 씩씩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환경문제가 가지고 온 삶의 위기를 체감하게 되었으니 사람들도, 제도도 바뀔 거라고 했다.

 

“앞으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고, 결국 되겠지만 유럽처럼 속도를 좀 내줬으면 좋겠어요. 경험 상 우리나라에서 이런 류의 사업을 시작할 때 정책적 지원을 받기가 힘들어요. 내야할 서류가 너무 많고 행정 절차가 복잡한데다 나이제한까지 있더라구요. 유럽처럼 국가별, 경제 연합체 별로 각각 지원하는 프로그램까진 아니더라도 이웃나라들과 협의를 시작하면, 후에 규모도 크고 검증된 펀딩 시스템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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