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스는 왜 essential;을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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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아정 브랜드 기획자 (ahjung.gu@gmail.com) 작성일 2022년 02월 28일 프린트본문
‘힙(hip)’한 공간이나 홈 파티 이미지를 찾아보면 공통된 사진 한 장이 있다. 바로 ‘essential;’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힌 이미지이다.
‘essential;’은 감성적인 한 장의 이미지에 음악을 선곡해둔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채널이다.
분위기, 상황 등에 따라 모아 놓은 음악들은 딱히 무엇을 틀어야 할지 모를 때 좋은 대안이다. 웬만한 TPO에는 다 맞출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가 모여 있다.
86만 명(22년 01월 기준)이 구독하는 ‘에센셜’은 놀랍게도 개인 채널이 아닌, NHN벅스에서 운영하는 채널이다.
‘벅스뮤직’이란 이름으로 더 익숙한 ‘NHN벅스(이하 벅스)’는 2000년에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1위는 아니지만, 음원 보유 수나 음질이 좋아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인정받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특히 ‘뮤직PD’는 벅스만의 차별적인 서비스이자 콘텐츠이다.
개인이 음악을 편집하여 공유하는 기능은 타사에도 있지만, 벅스의 ‘뮤직PD’는 그 지위가 남다르다.
2021년에 10주년을 맞이한 뮤직PD는 벅스만의 전문 음악 코디네이터로 음악을 선곡하고, 앨범 리뷰를 쓰면 포인트 적립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뮤직PD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청 후 운영자가 선정해야 뮤직PD로 활동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은 플레이리스트만 3만 8천여 개, 누적 태그 수만 3,500여 개에 이른다(21년 9월 기준).
벅스는 뮤직PD의 플레이리스트를 자체 플랫폼에만 두지 않고 유튜브로 진출한다. ‘essential;’이란 이름으로.
뮤직PD, 벅스의 부캐로 활용하다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 다른 플랫폼으로 뛰어든다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벅스는 이미 20년 넘게 탄탄하게 자리 잡은 자체 플랫폼이 있다.
기업 관점으로 보자면 계속해서 플랫폼의 일일 방문율을 높이고, 앱 이용자 수를 높이는 것이 이익이다.
하지만 벅스는 관점을 달리했다. ‘우리를 찾아오게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찾아가면 어떨까?’ 벅스가 찾아간 곳은 ‘유튜브’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채널 선택일지도 모른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21년 4월 한 달간 가장 많이 사용한 음악 스트리밍 앱으로 유튜브 뮤직은 2위였다.
유튜브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에서 2위,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으로는 1위였다. 유튜브는 단순히 ‘동영상 플랫폼’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TV로, 검색창으로, SNS로, 그리고 오디오로, 사용자에 따라 기능을 달리한다. 무엇이든 가능한 유튜브에서 벅스는 플랫폼 경쟁사가 아닌, 또 하나의 시장으로 바라보고 진입했다.
10여 년간 쌓아온 음악 콘텐츠를 가지고 벅스는 유튜브에 채널을 만들었다. 채널 이름은 ‘벅스’나 ‘뮤직PD’ 등 벅스가 이미 사용 중인 이름이 아닌 ‘essential;’이라고 명명했다.
essential;은 ‘music to make your day’라는 문구와 함께 ‘좋은 선곡, 좋은 하루’라고 소개한다.
벅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가치는 ‘좋은 음악’을 듣게 하는 것이다.
벅스의 자체 플랫폼은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허브(hub) 역할이고, 뮤직PD는 플랫폼의 콘텐츠이자 데이터이다. 사람들에게 음악에 있어서는 플랫폼보다는 ‘좋은 음악’이 더 중요하다.
이미 양질의 플레이스트를 갖춘 벅스는 유튜브에서 콘텐츠 생산자가 되기로 한다. 여기에 벅스는 ‘감성’을 더했다.
기분에 딱 맞는 제목과 이미지로 시선을 끌었다. ‘도넛 사러 갔다가 노래에 치임’ ‘월요일 안녕? 축 처지는 기분을 바꿔줄 Refresh Pop’ ‘슬슬 연말 분위기를 내볼까요?
퍼펙트 크리스마스 캐롤 플레이리스트’ ‘브이로그 인트로 편집 중’ 등 요즘 유행과 계절,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목들로 ‘기분과 상황에 맞춰’ 음악을 고를 수 있도록 제목을 배치했다.
그리고 제목과 음악 분위기에 맞는 감성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맛’까지 더했다.
홈파티를 할 때, 혼자라도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이들은 노트북 화면을 열고 essential;을 띄워둔다.
영상이 아닌 단일 이미지이기 때문에 시선을 계속 둘 필요가 없다. 하지만 눈을 돌리거나 사진이라도 찍을 때 감각적인 인테리어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배경화면으로 이미지를 따로 찾아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이러한 벅스의 채널 전략은 제대로 먹혔다. 2019년 6월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22년 1월 기준, 86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이 중 77%가 만 18~34세인 MZ세대이다. 3040세대에게 익숙했던, 스무 살 넘은 벅스는 ‘essential;’이란 부캐로 지금의 2030세대가 ‘찾아보는’ 음악 채널이 되었다.
콘텐츠도 플랫포밍이 필요하다
기업은 브랜드나 제품을 다른 지역으로 진출할 때, 그 지역의 사람과 문화적 특성을 고려해 ‘로컬라이징(localizing)’을 한다.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다른 플랫폼에 들어가기로 했다면, 그 플랫폼에 맞게 최적화하는 ‘플랫포밍’이 필요하다.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보는 곳’이다. 아무리 음악 선곡이 좋다고 해도, 10곡 이상이 흐르는 동안 화면에 띄워진 영상이나 이미지의 질이 떨어진다면 다른 채널로 넘기게 된다.
벅스가 essential; 썸네일 이미지에 공을 들인 이유다. 음악의 느낌을 더 살리면서도, 음악에 보는 맛까지 더했다.
이러한 감각적인 이미지는 음악이 없는 곳에서도 한몫했다. 음악은 없지만 ‘essential;’ 문구가 새겨진 이미지는 ‘감성스타그램’ 하기에 충분하다.
본진에서는 ‘좋은 음악’으로, 유튜브에서는 ‘보는 음악’으로, 인스타그램에서는 ‘감성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벅스의 본캐가 플랫폼마다 변주된 것이다.
이미 사용자를 확보한 자사 플랫폼을 두고 ‘0’에서부터 다시 출발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벅스 뮤직PD 통계
그것도 ‘벅스’라는 이름이 아닌 완벽히 다른 이름으로 한다는 것은 기업에서는 분명 부담되는 일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유튜브 채널로 수익이 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고객 관점으로 본다면? 이미 개인은 사용 중인 음악 스트리밍 앱이 있고, 이는 관성적인 부분이라, 경쟁사를 이탈하여 벅스로 진입하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벅스는 자신들의 강점 콘텐츠인 ‘뮤직PD’의 플레이리스트로 MZ세대가 자주 사용하는 앱에서, 그들의 취향과 감성에 맞게 제시했다.
이를 통해 벅스는 자사의 ‘뮤직PD’라는 서비스를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콘텐츠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인 MZ세대에게 벅스의 ‘뮤직PD’ 서비스는 매력적인 콘텐츠이다.
더 많은 콘텐츠가 필요한 벅스는 essential;을 통해 ‘뮤직PD’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즉, essential;은 콘텐츠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까지도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벅스는 부캐로 유튜브에 진입하며 본캐의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좋은 콘텐츠는 무궁무진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다. 취향의 시대에서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라면 어떠한 플랫폼에서도 살아남는다. 하지만 플랫폼은 콘텐츠를 가린다.
플랫폼이 지향하는 포맷에 맞춘, 알고리즘에 의해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우선순위에 둔다. 우리만의 핵심 콘텐츠가 있다면 더 다양한 소비자들이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변주해 보자.
플랫폼에 맞게,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 취향에 맞게 바꿔보자. 벅스가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MZ세대의 ‘essential;’한 콘텐츠로 재탄생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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