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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무엇을 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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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명광 비루트웍스 대표 (mkcho7@gmail.com) | 작성일 2022년 01월 24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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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무엇을 팔 것인가?

시장에 제공되는 상품들은 저마다 다름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마시는 요거트는 불가리아에서 혹은 그리스에서 왔다고 어필한다. 어떤 회사는 변비에 좋다는 직설적인 표현을 써 놓고 소비자를 유혹한다. 여기에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해 사과맛, 딸기맛 등 온갖 과일과 콜라보레이션을 한다. 

 

또 어느 곳은 원조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느 특정 지역 목장에서 가져오는 원유를 쓴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매대에서 소비자의 손길을 한 번이라도 받기 위해 POP(Point of purchase)로 유혹하는 메시지를 더하기도 하고 1+1, 2+1 같은 아주 매력적인 가격 공격을 하기도 한다. 이 중에 하나라도 성공한다면 소비자의 장바구니에 우리 회사 제품이 놓일 것이다. 

 

이것은 요거트 회사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기업들은 매일 수많은 소비자를 유혹하는 기술을 펼치면서 서로의 실력을 겨룬다. 마치 삼국시대 장수들처럼….

 

시장에 나온 상품들은 손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상품간 변별력마저 점점 사라져 가니,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더 수련하거나 전지훈련을 가기도 하고 용병을 데리고 오는 등 애정주기가 짧아진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한다. 

 

누구나 우리 상품이 좋다 혹은 당신에게 잘 맞는다고 외치는 시대에 공급자들은 어떤 기술을 전개해야 소비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을까?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일이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선 우리 상품이 가진 특성을 알고 경쟁사는 어떠하며 소비자는 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를 3C(Company, Competitor, Cu stomer) 분석이라고 한다. 내 상품을 다양한 행과 열의 테마로 들여다봐야 새로운 관점이 나올 수 있기에 꼭 필요하며, 최소한 POP(Point of Parity, 유사점)와 POD(Point of Difference, 차별점) 정도는 살펴보는 것이 좋다. 

 

이제는 무엇을 팔 것인가?
 

 

1. POP(Point of Parity, 유사성)를 벗어나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치약은 어떻게 생겼을까요?”하고 묻는다면 통상적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치약의 모양새가 있다. 혹시나 병 모양이나 통 모양을 생각했다면 그 회사는 여러분의 머리에 새로운 모습을 잘 각인시킨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마트 매대에서 혹은 온라인에서 주문할 때 같은 모양의 치약에 손이 가게 되는데, 이는 사람의 머리에서 체계화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즉 ‘치약은 이렇게 생겼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단지 모양에만 이르지 않는다. 대략 가격은 얼마 정도이고 어느 코너를 가면 있는지 오랜 소비생활로 관련 정보가 굳어지게 된 것이다. 

 

튜브형이 치약이라는 성질의 제형을 가장 잘 사용하게 해주는 형태의 모습이라 대부분 치약은 튜브 모습을 하고 있다. 

 

어느 회사가 새로운 치약을 만들고 싶은데 이런 형태가 아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면 새로 금형을 만들어 새로운 형태의 모양을 만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장 설비도 바꿔야 할 것이고 소비자들에게 이 모양도 치약이라는 인식을 시켜줘야 하는 여러 단계의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주로 사람을 보내고 자동차가 전기로 가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는 지금도 자동차의 모습은 여전히 비슷하다. 

 

전기차가 점점 많이 보이지만 기존 차들과 사실 번호판만 같게 하면 어느 차가 휘발유인지 디젤인지 전기로 가는 차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이는 지금까지 상품들이 혁신과 변화를 해오는 과정에서 가장 최적화된 상품의 모습은 원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치약이라는 내용물이 아무리 과학적 발전을 하더라도 어느 제품이나 이를 닦아내는 본질적인 기능이 필요하고, 이를 닦기 위한 부드러운 제형에 거품도 나야 하고, 적당히 뭉쳐 있어야 하는 일련의 상품 유사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유사성은 소비자의 빠른 선택을 돕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유사성을 다르게는 베끼기(카피)라고 할 수도 있다. 제조방식이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유사하게 하여 잘 나가는 제품을 따라 하는 방법으로, 카피의 왕국으로 불리는 대기업이 있을 정도로 많이들 채택하고 있다.

 

카피한 제품으로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상품 자체보다는 다른 주요 구매 요인(Key buying Factor)이 시장에 있다고 믿기 때문에 가능하다.

 

예를 들면 B2B 공급으로 안정적인 소비처를 가지고 있거나, 소비자 관여가 낮은 상품들이거나 혹은 가격만으로 경쟁하고자 할 때가 그러하다. 

 

이런 상품들은 오랜 생명을 갖기가 어렵다. 소비자에게 다름을 기억하게 하지 못하면 선택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차별화다. 하지만 차별화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한다. 

 

이제는 무엇을 팔 것인가?

<그릭요거트>

 

2. POD(Point of Difference, 차별성)도 수용 범위 내에서 움직여야 한다

공급자들이 차별성을 강조하려고 만든 제품들이 초반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고유한 속성이 너무 강하다는 것은 좋은 의미일 수도 있고 나쁜 의미일 수도 있다. 

 

상품의 콘셉트가 강해서 극소수의 소비자에게 선택받게 된다면 팬층은 매우 깊다고 할 수 있지만 판매되는 양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소규모 자영업자의 수준이 아니라면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차별성이 강하면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애플이 가장 성공적인 사례가 아닐까?

 

과거 수차례 여러 곳에서 실패한 사례로 언급되는 커피믹스가 있다. 농심이 만들어서 시장에 공급했다가 철수한 강글리오라는 상품이다.

 

동서식품이 커피믹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던 상황에서 다른 제품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모습이다.

 

하지만 차별화에 너무 중점을 둔 나머지 몸에 좋은 커피로 출시를 했다. 커피는 각성제이자 인간관계를 위해 필요한 기호 식품으로 취향이 강하기도 하지만 매우 유사성이 높은 상품이기도 하다. 

 

몸에 좋은 커피라는 콘셉트는 주타깃인 20~30대를 공략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유사성과 차별성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차별성은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줄 수 있다. 제조원가를 낮춰 경쟁력을 높이거나, 유통과정을 줄이거나 직거래를 통해 유통비용을 낮추거나, 디자인이나 형태를 바꿔 손에 잘 잡히게 하거나, 콘셉트를 잘 만들어 취향을 저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다. 

 

하지만 방법이 다양하다고 해서 원하는 대로 모두 성공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함정이다. 

이제는 무엇을 팔 것인가?
 

삼성뿐만 아니라 많은 회사가 접히는 폰을 개발하고 말리는 폰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현재 삼성이 세계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이라고 해서 바로 성공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폼팩터(form factor)를 소비자에게 익숙하게 하려고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들인 결과다. 

 

신기술이 적용되더라도 소비자들은 바로 손을 내밀진 않는다. 소비자의 기술 수용주기나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해야 한다. 

 

3. 그래서 무엇을 팔 것인가?

공급자들은 고민이 많다. 과거에 잘했던 것이라 해도 파는 것이 점점 어려운 시대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위였던 비즈 모델이 어느 날 경쟁사나 경쟁국이 더 잘하게 되고, 지구의 지속가능성도 고려해야 하고, 팬데믹 상황에 원료 수급과 물류도 신경 써야 하고, 정치적 지형과 소비자의 변화까지, 생각해야 할 변수가 수백 가지는 된다. 

 

그럼에도 소비자는 계속 소비한다. 그래서 존재한다. 소비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하고 항상 대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대세를 파악하고 디테일에 신경 써야 한다. 대세적 흐름을 거부하고 우리만의 길을 걷는 게 과거에는 우리의 철학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를 지켜야 하고 소비자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따라가야 한다. 

 

대세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이를 트렌드라고도 부르고 해마다 분석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미 우리 생활에 다 녹아 있다.

 

플라스틱 빨대를 주면 이미 대세에 뒤떨어진 회사가 된다. 하지만 종이 빨대가 진짜 도움이 되는가는 또 별개의 문제다. 기업들은 눈앞 이익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플라스틱이 편하고 원가도 낮을지 모르지만 소비자에겐 종이 빨대가 우선순위가 되고 있다. 

이제는 무엇을 팔 것인가?

<무라벨 페트병​>

 

페트병을 잘 분리배출해야 한다고 라벨을 없앤 생수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분리수거차는 기존 플라스틱과 한 트럭에 다 부어서 싣고 간다. 무라벨 페트병을 유통시키고 수거하기 위해서는 이런 현상까지 고려한 세심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상품 라벨을 붙이더라도 분리배출을 위해 쉽게 떨어지게 해야 하는데 절개라인을 하나만 만들면 손으로 뜯어내기 쉽지 않다. 촘촘한 절개라인 2줄이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요거트가 맛이 없으면 아무리 절개라인이 예술일지라도 소비자의 손은 멈춘다. 

 

유사성과 차별성은 한 그릇 안에 있는 것이지 밥 따로 국 따로가 아니다. 즉 국밥의 맛은 재료의 균형에서 나오고 그 균형은 소비자를 불러오는 진정성이 된다. 이것을 알고 우리가 팔아야 할 것을 고민해야 하는 새해가 밝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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