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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그들의 휴식공간은 ‘아날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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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동숙 한국VM연구회부회장 (mpersons@hanmail.net) | 작성일 2020년 09월 14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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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을 온통 차지한 모바일, 디지털 기기는 다양한 미디어, SNS 커뮤니케이션과 쇼핑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해 줌으로써 우리의 눈과 손을 디스플레이 화면에 집중시키도록 유혹한다. 특히 스마트폰은 우리의 뇌와 감각기관을 지배하고 사고방식과 삶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만큼 우리의 일상에서 점점 더 많은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러한 디지털 물결이 세상을 휩쓸기 시작하면서, 변화되는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적 행동은 앞으로 디지털이 장악할 미래 세상을 예견하게 한다. 그 중 간과할 수 없는 현상이 있다. 

 

디지털이 발전할수록 역설적이게도 디지털화되지 않는 사물과 공간 즉,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복고의 재해석, 뉴트로(New-Tro)가 밀레니얼 세대들에게는 아날로그 감성을 전하고, 허름하고 거친 을지로 골목을 좋아했던 4050세대는 유년시절에 즐겼던 패션 아이템을 새로운 스타일로 재해석해 열광토록 한다.

 

아날로그적 사물을 찾다

뉴트로는 새롭다는 의미의 뉴(New)와 복고의 레트로(Retro)가 합성된 말로 단순한 복고가 아닌 새로운 외형과 기능을 갖춘 복고를 의미한다. 7,80년대 출시된 음료나 과자들이 새삼 인기를 얻고, 잊혀졌던 청바지 브랜드가 부활하는가 하면, 즉석카메라 또는 LP레코드와 턴테이블이 매력있는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의 문화코드를 경험한 적이 없는 세대들은 익숙하지 않아 열광하고, 추억을 기억하는 세대들은 향수에 젖어 다시금 찾고 있다.

 

이유가 뭘까? 뉴트로 열풍 그리고 아날로그의 재등장은 역설적이게도 디지털 기술의 놀라운 발전과 맞닿아 있다. 디지털이 가져다주는 속도와 편리함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느림을 추구하며 좀 더 감성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경험을 갈망한다. 디지털의 편리함에 비해 번거롭고 때론 더 값비싼 비용을 지불해야함에도 기꺼이 아날로그 감성에 투자를 한다. 

 

아날로그 경험은 디지털 경험에서 얻지 못하는 실제 세계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준다. 또 우리에게 잠시나마 디지털 피로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때문에 아날로그의 비효율성이 조금씩 이해되면서 아날로그의 약점이 새로운 감성으로 다가오게 된다. 

 

디지털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아날로그는 조금은 귀찮고 번거롭지만 우리의 오감을 더 많이 사용하게 하고 소통하게 하며 감성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테크와 집단 지성들이 한 지붕 아래 모인 파리 최대 스타트업 ‘스테이션 에프(station 에프)’의 휴식 공간 역시 그러했다. 

 

세계 최대 스타트업 캠퍼스 ‘스테이션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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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하면 문화, 예술, 사랑, 미식 등의 단어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앞으로는 실리콘밸리처럼 ‘테크 비즈니스’, ‘최고의 스타트업’ 도시라는 연관 단어와 수식어가 추가될 듯하다. 

 

프랑스 정부는 2013년부터 디지털 비즈니스 스타트업 육성 정책인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 계획을 발표한 후 프랑스를 미국을 잇는 차세대 IT 강국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했다. 에마누엘 마크롱은 25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프랑스를 유니콘의 나라로 만들겠다”라고 선언하면서 2017년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스테이션 F를 개관했다.

 

스테이션 F는 프랑스 통신사 Free의 CEO이며 창의적 사업가인 자비에 니엘(Xavier Niel)이 개인 비용 2.5억 유로를 투자해 만든 공간으로 오픈 당시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스테이션 F의 목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 캠퍼스를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전체 스타트업 에코 시스템을 한 지붕 아래에 모으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3,000개의 워크 스테이션과 9,000개의 건물 용량을 갖춘 스테이션 F는 20개 이상 국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현재 전세계 스타트업 1,000개 이상이 입주해 있다. 

 

입주자 선정은 까다롭다. 스테이션 F의 자체 프로그램인 Founder, Fighter 프로그램 또는 29개 파트너 프로그램을 통해 선별되면 스테이션 F에 입주할 수 있다. 

 

입주가 결정된 창업자들은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좋은 인큐베이팅 환경과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 다양한 창업 지원 서비스와 기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루이비통 등 30여 개의 기업이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에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국내 네이버·라인에서도 ‘SPACE GREEN’이라는 이름으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세계 최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창의적인 스타트업 입주자들의 캠퍼스 공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파리 지하철을 이용해 슈발르레(Chevaleret)역에 도착하면 곧바로 스테이션 F를 찾을 수 있다. 1920년대의 철도 차량 기지였던 스테이션 F를 새로운 공간으로 설계한 건축가는 인천국제공항 건축 디자인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장 미셸 빌모트(Jean Michel Wilrmott)다. 

 

스테이션 F 외관은 철도차량기지 이미지가 강하게 남은 회색빛 건축물로 다소 삭막한 모습이었다. 마치 오래되고 거친 동굴 속으로 들어서는 느낌이었지만 내부로 들어가는 순간, 예상치 못한 미래지향적 캠퍼스 공간이 펼쳐졌다. 

 

자연 채광이 그대로 전달되는 아치형 지붕 아래 미니멀한 인테리어와 가구들 그리고 양 벽면마다 설치된 사각박스 공간들은 마치 신생 스타트업을 키우는 인큐베이터를 연상케하며 흥미로움을 자아냈다. 또한 곳곳에 배치된 예술작품과 식물들은 이곳이 테크와 감성이 융합하는 창의적 자원들이 집결된 장소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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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어 존(Share zone)>

  

스테이션 F는 크게 쉐어 존(Share zone), 크리에이트 존(Create zone), 칠리 존(Chill zone) 3개의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크리에이트 존은 외부인 출입금지이며 쉐어 존은 견학을 신청할 경우 공개하고 있다. 

 

첫 번째, 쉐어 존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협업공간으로 비즈니스 미팅, 네트워킹, 각종 이벤트와 행사를 위한 공간이다 두 번째, 크리에이트 존은 스테이션 F의 중추 공간으로 20개 이상의 스타트업 프로그램과 3,000개의 작업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세 번째, 칠리 존은 스타트업 입주자의 휴식공간이자 지역 주민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24시간 개방되는 공간이다. 이곳 구내식당에는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한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파리 최대 규모인 ‘라 펠리시타(La Felicita)’ 이탈리안 식당이 입점해 있다. 또 콘서트 및 야외축제 등 이벤트 프로그램이 연중 내내 열리고 있어 파리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왜 아날로그인가

세계적인 테크기업과 제조업 그리고 촉망 받는 스타트업, 그들의 휴식공간은 분명 디지털하고 미래지향적이며 미니멀한 세련된 공간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칠리 존에 발을 들려놓은 순간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햇살 가득한 거대한 테라스와 식물들 그리고 곳곳에 대형 풍선이 떠 있는 테마파크 같은 활기찬 모습이었다. 디지털 이미지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공간이었다. 

 

예상을 완전 뒤집은 구내식당은 직관적인 디자인도 아니고 디지털 키오스크도 없으며 화려한 영상의 디지털 사이니지도 없다. 오히려 디지털 디톡스를 갈구하는 듯한 공간으로 정갈하고 정돈된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다소 산만하지만 감각을 자극하며 몽상을 유도하는 자유분방한 공간이었다. 

 

곳곳에는 골동품 가게에서 구입했을 법한 빈티지한 카펫과 소품들이 낡은 의자와 테이블과 함께 어우러져 있고, 천장은 전구들로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오래되고 낡은 가죽 소파와 종이 냄새가 가득한 책장 등 아날로그 감성의 가구들로 가득한 이곳에는 추억의 게임기구와 필름사진 박스까지 놓여 있었다. 

 

다소 차가운 재질의 미니멀한 환경인 스타트업 업무공간에서 창업자들은 테크놀로지와 콘텐츠, 프로그램 개발 등 수많은 디지털 상품을 만들어낸다. 그렇다고 디지털만 고민하기엔 세상엔 느림과 감성 요소들이 주는 즐거움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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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리 존(Chill zone).> 

 

스테이션 F는 기업가와 입주자 모두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인간적인 사고를 진전시킬 수 있는 정신적 공간으로 칠리 존이 사용되도록 했다. 이곳은 첨단 기술이 없고 촉감이 살아있는 정서적 교감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테크 시스템을 한 지붕 아래 모아 놓았으니 스타트업 기업들간의 정서적 유대감과 창의적 아이디어 발현을 위한 아날로그 접근방식을 고려한 공간이 꼭 필요했다. 이것이 칠리 존을 마련한 이유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고 파리 스테이션 F을 방문하게 된다면 라 팔레시타 화장실을 꼭 가보길 권한다. 화장실 문은 바비인형들로 장식 되어있고, 각 화장실 내부마다 다채로운 디자인이 재미를 더하고 있다. 스테이션 F 스타트업 입주자가 디자인한 획기적인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공존

디지털의 진화는 환경과 문화 그리고 비즈니스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변화의 중심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느 시점에 가서는 결국 우리는 아날로그의 편안함과 친숙함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는 것을 스테이션 F 구내식당에서 알 수 있다.

 

캐나다 출신 저널리스트 데이비스 색스(David Sax)는 그의 저서 ‘아날로그의 반격’에서 “내가 만난 거의 모든 스타트업 창업자, 투자자, 프로그래머는 메모를 하거나 디자인을 구상하는 낡아빠진 종이 수첩을 들고 있다”라며 창의적인 생각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공존할 때 더욱 발휘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본문 마지막엔 우리들이 아날로그적 요소들에 더 끌리며 매료되는 이유에 대해 “우리 몸도 아날로그잖아요”라는 친구 켈리의 말로 대신했다. 

 

전세계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불안감에 시달리는 요즘,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마음에 균형을 잡아줄 휴식 같은 아날로그 사물과 공간을 그리워하고 있다. 디지털이 만연한 시대에 우리 모두는 마음을 챙기며 느림의 미학이나 인간적 경험을 통해 즐거움을 얻고 싶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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