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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는 어떻게 장르가 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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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만희 뉴에라캡코리아 마케팅 팀장 (manee.kim@neweracap.com) | 작성일 2021년 03월 08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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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8일 JTBC의 리부팅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이 30호 참가자 이승윤의 우승을 끝으로 종영됐다. 싱어게인(SINGAGAIN)은 기존에 데뷔했지만 인지도가 없는 내공 있는 가수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대중에게 알려지게 한다는 리부팅 오디션으로 기획됐다. 

 

혹시 당초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제작진은 이런 기획이지 않았을까? “데뷔했던 가수들이라면 기본 실력 이상은 있다. 여기에 공감 받을만한 신파적인 스토리를 입히면 이슈가 될 것이다. 이름 대신 번호를 붙여 신비감을 주고, 본인은 ‘어떤 가수다’라는 소개를 통해 각자의 스토리를 본인이 직접 이야기 하게 하자.”

 

방영 후 OO호 가수 OO로 실시간 검색 창을 장악한 것을 보면 무명가수들을 유명하게 만들 방법을 고민했던 기획자의 한수는 성공한 셈이다. 심사위원도 시니어(이선희, 김종진, 유희열, 김이나)와 주니어 현역가수들(송민호, 규현, 선미, 이해리)로 나누어서, 관점의 다양성을 존중해주며 판정에서 오는 부담도 덜었다. 

 

제작진의 계획대로 ‘기본 이상의 실력과 개인별 감동적인 이야기’의 전략은 첫회 시청률 3.2%부터 2회 5.4%. 3회 7.1%를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성장했고, 제작 쪽에서는 아마도 나름 우승 후보들의 키워드와 이슈들을 분석하면서, 어떤 참가자를 하이라이트 시킬 것인가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30호 가수의 3라운드 이후, 오디션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오디션을 ‘경연’에서 ‘공연’으로 바꿨다

처음에는 10년차 가수인 30호 가수 이승윤은 영리하면서도 안정적이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적응했다. 마치 주어진 퀘스트를 하나하나씩 해결해 나가며, 냉철한 승부의 세계를 덤덤하게 헤쳐 나갔다. 

 

첫 무대에서 보여준 박진영의 ‘허니(HONEY)’는 대중적이면서도 다소 색다른 모습으로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고 2라운드 ‘누구허니’ 팀에서는 동료를 떨어트리지 않겠다는 각오로서 좋은 평가를 받기위한, 안정적인 전략으로 승부한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프로그램 제작진의 기획 아래 진행됐지만, 승승장구했던 경연의 허니문도 잠시, 경쟁자 대결로 펼쳐진 3라운드는 같은 팀이었던 63호와의 대결로 진행됐다. 그러나 30호는 이 승부의 계획과 끝의 모습까지 꿰뚫어 보았다.

 

“다른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 그러려면 ‘치티치티뱅뱅’의 자신감 뿜뿜한 가사가 필요했다. 진짜 설렌다. 해보고 싶었던 무대다”라고 하며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픈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나온 것으로 오디션 무대를 정의 내렸다. 오디션 참가자의 자세가 아니었다. 보여줄 것 보여주고 떨어지더라도 30호가 아닌 ‘이승윤’으로 승부하겠다는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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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졌기에 이긴 무대’로 완벽한 그림

우리가 보통 경연에서 석패(惜敗)했을 때 쓰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사실 매우 씁쓸하다. ‘지금은 졌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그걸로 됐어’란 표현의 뒤에는 사실은 ‘너의 노력이 조금은 부족했어. 

 

다음엔 더 열심히 노력해서 이겨봐’의 속뜻이 숨어있다. 스코어가 명확한 월드컵 경기는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예술의 영역인 음악세계에서 누가 이겼고 졌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까? 

 

경연을 시작하기 전, 팝콘 각으로 편안하게 경연을 즐기고 있던 심사위원들에게 30호는 야릇한 코멘트를 던졌다. “본 프로그램은 우리 둘을 분명히 붙일 것이다. 그것은 너무 속상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가 이기든 지든 패배자를 심사위원분들로 만들자”라고 하며 우열을 가릴 수 없도록 하겠다는 자신감과 패기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혼돈의 무대로 주어진 질문에 답을 내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뮤지션으로 포지셔닝했다. 네이버 블로거 ‘날고싶은 새’는 “치티치티뱅뱅은 경적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인데 결국 내 길 막지 말고 비키라는 뜻이다.

 

가사 내용이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라며 “아티스트들을 오디션 배틀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둬놓고 꼭두각시 검투사로 만들어 재미와 이득을 취하는 가요계 권력을 향해 참신한 도발을 하는데 최고로 적합한 메시지”라고 표현했다. 

 

심사위원들의 올 어게인을 받지 못하며 63호에게 석패했지만, 그 다음날 실시간 검색어와 검색 트래픽은 경쟁자나 싱어게인보다 30호 이승윤의 검색이 더 높게 기록됐고, 이러한 멋진 스토리 한편은 오히려 경연에서 졌기 때문에 이긴 무대로 그림이 완성됐다.

 

미국 경영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스 교수의 파괴적 혁신은 기존시장에 더 나은 제품을 도입하는 존속적 전략에서 ‘미개척 시장에서 신시장을 창출’하는 전략이다. 이와 같은 파괴적 혁신에서 중요한 것은 대중이 미처 보지 못했지만, 필요로 했었던 새로운 것이다. 그렇기에 ‘나음’보다는 ‘다름’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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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

파괴적 혁신은 30호 가수처럼

기존 음악시장이 아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본인의 그림대로 노래하고 보여주며 최종 우승까지 거머쥐는 모습은 마치 테슬라가 기존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차 시장에서의 신시장 창출로 선점한 파괴적 전략을 떠올리게 한다.

 

네이버 블로거 MargenDavid는 “장르 출처에 있어서 그는 1라운드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야성적인 음악의 장르가 무어냐는 질문에 ‘30호’라고 분명히 대답했고, 2라운드의 사운드와 중얼거리는 가사, 중간 중간에 볼 수 있는 예상치 못한 페이드인 아웃, 그리고 곡마다 끼워놓는 유머를 총 3곡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시켰다. 다시 말해 그는 처음부터 현재시점까지 지속적으로 그만의 장르를 보여주었다”고 했다. 

 

이승윤 씨는 “장르란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규정하는 것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장르라고 규정하기 보다는 본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한다. 그렇기에 모든 가수에게는 본인만의 장르가 있다”고 했다.

 

정직(正直)이란 마음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바르고 곧다는 뜻이다. 정작 본인은 “나는 배 아픈 가수다. 방구석 뮤지션이다. 나는 내 깜냥을 안다”며 겸손하게 본인을 나타냈지만, 본인의 음악 세계는 실로 깊고 풍성하다는 것을 오디션 경연장 무대에서 보여 주었다. 

 

치티치티뱅뱅 이후 보여준 산울림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에서는 불호(不好)에 가까웠던 심사위원 규현의 호(好)를 이끌어 냈고, 이후 ‘틀에 갇히지 않는 뮤지션이라는 틀’을 깨고 싶다며 당차게 본인의 에고(ego)를 BTS의 소우주를 통해 보여주고 전달했다. 

 

그의 표현 한마디 한마디는 정직하고 겸손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군무와 단체송, 꾸며진 가수들의 겸손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를 한 무명 가수가 깨어나게 했다.

 

이언플레밍의 동명소설에 기반해 1968년 영국 뮤지컬 영화로 개봉한 ‘치티치티뱅뱅’은 쓸모없어진 고물이 발명가의 손을 거치며 바다에서도 뜨고 땅에서도 다니고 하늘에서도 날 수 있는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특별한 자동차로 변신한 차이다. 

 

그렇게 의도했던 아니었던 간에 세상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던 방구석 뮤지션 30호 가수 이승윤이 우리들에게는 ‘치티치티 뱅뱅’이다. 그렇게 우리는 미개척 시장에서 신시장을 창출하는 파괴적 전략을 가지고 나타난 30호 가수 이승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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