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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덜트 시장은 왜 무너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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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채수한 기자 (saeva@fpost.co.kr) | 작성일 2019년 10월 16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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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보이는 옷 만들어야지, 젊은이들이 입는 옷 만들었기 때문

한 번 떠난 고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가랑비에 옷 젖듯 매출은 서서히 줄고 있다. 가두 어덜트 대표 주자들이 달리던 전성기와 비교해 볼 때 지금은 외형이 거의 반 토막 났다.

근 10년 사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어덜트 브랜드들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잘나가던 어덜트 브랜드들의 힘은 막강했다. 세정의 인디안(현 웰메이드)은 정점을 찍었을 때 연 매출 55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장 수 500개, 점 평균 매출은 10억원을 넘었다. 연 매출 7억 원이 안되는 매장 점주들은 본사에 잘 드나들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 시절 인디안 점주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영업하던 점포가 있던 건물의 건물주가 됐다. 

 

아니면 이미 건물주였거나. 한 사람이 4~5개 씩 인디안 매장을 하는 기업형 점주도 많았다. 선두권에는 연 매출 20억 원이 넘는 매장도 수두룩했다.

 

인디안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브랜드는 패션그룹형지의 크로커다일레이디. 전성기 4천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누가 이 아성에 도전할 수 있으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두 브랜드는 가두 어덜트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가두상권에서 크로커다일의 파워는 중가 여성복들이 줄지어 론칭하는 결과를 낳을 정도였다. 경쟁사인 세정은 올리비아로렌을 내놓았고, 이에 형지는 샤트렌과 올리비아하슬러로 힘을 보탰다.

 

독립문의 ‘피에이티’ 역시 오랜 시간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때 법정관리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무너지지 않고 어덜트 시장과 함께하고 있다. 

 

5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브랜드 보다는 다소 늦게 합류했지만 한성에프아이의 ‘올포유’는 15년 전 출사표를 내고 이들과의 경쟁에 뛰어들었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젊은 느낌으로 서서히 성장했다. 지난 2013년 론칭한 캘러웨이어패럴이 지난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세정과 형지는 내려오고 한성은 올라서면서 중간 지점에서 매출이 맞닿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3사를 어덜트 시장의 3강이라 부르기도 하고 있다.

 

어덜트 브랜드들의 추락

 

영원할 것 같았던 이들의 영광은 정점을 찍은 뒤 2010년에 들어서면서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브랜드가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고객들도 함께 나이를 먹었다. 신규 고객은 유입되지 않고 캐주얼, 골프, 아웃도어 등 뜨는 시장으로 빠져나갔다. 

 

고객들의 이탈이 시작되자 어덜트 브랜드들은 일제히 제품에 가장 먼저 손을 대기 시작했다. 신규 고객 창출을 위해 젊은 느낌의 옷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핏을 슬림하게 만들고 패턴은 더욱 다양하게 만들었다. 디테일도 복잡해지고 세련된 옷이 매장에 깔리기 시작했다. 젊어지려고 노력했고 신규 고객 창출을 위해 돈을 썼다.

 

여기서 문제! 옷을 젊게 만들었는데 고객들은 왜 어덜트캐주얼을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을까.

 

정답은 나이 든 사람이 입었을 때 젊어보이는 옷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아예 젊은이들이 입는 옷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핏은 슬림하고 옷은 이뻐 보이는데 50~60대 아저씨, 더 나아가서는 할아버지들이 입었을 때 어울리지 않았다. 핏은 슬림해서 배 나온 아저씨들은 불편했다. 

 

고객들은 “이제 내가 입을 옷이 없구나, 옷이 많이 바뀌었네”라며 매장을 다시 찾지 않았다. 고정 고객은 이탈했고 신규 고객은 늘지 않았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아저씨 아줌마들이 매장을 찾지 않게 되면서 밑 빠진 독의 물처럼 빠져나가는 고객들과 함께 매출도 서서히 빠져나갔다. 떠난 고객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 30~40대 고객들은 자신들이 젊었을 적 입었던 브랜드를 찾았다. 아버지 세대가 입던 브랜드가 젊게 바뀌었다고 해서 그 옷을 입지 않았다. 

 

사실 그들이 입고 싶을 정도의 디자인이 나오지도 않았다. 다시 돌아오지 않은 고객에게 달라진 제품을 보여줄 기회도 사라졌다.

 

어덜트캐주얼은 자신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한 사이, 매년 천천히 내리막을 걸었다. 

 

한 해만 기준으로 보면 매출이 10% 줄었을 때 “괜찮아 경기가 나아지면 내년에는 신장하겠지?”라며 넘기고, 그 다음 해도 그 다음 해도, 그러다 보니 조금씩 줄어들던 역신장 폭이 10년 이상 누적됐다. 

 

과거의 영광만을 생각하며 안주했던 업체들은 문득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늦었다. 결국 전성기 때 보다 매출이 반 토막 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업체들은 과감한 변신을 매 시즌마다 시도했다. 그 때마다 이질감을 느낀 고객들은 떠났고 그 시간만큼 나이가 들었다. 웰메이드, 형지, 한성, 독립문도 문제와 원인은 조금씩 다르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점주도 문제

 

변화를 시도하고 싶었지만 변화를 두려워하는 점주들도 어덜트 브랜드 진화의 걸림돌이었다.

 

브랜드가 나이가 들면서 고객들과 함께 점주들도 나이가 들었다. 나이 든 점주들은 변화를 거부했다. 본사가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제안하면 ‘귀찮게 그런 것을 뭐하러 하나. 하지 말자’고 대답하기 일쑤였다.

 

 한 어덜트캐주얼 본사 영업 담당자는 “점주들은 이런 변화 없이도 과거의 성공을 맛보았기 때문에 자신들의 경험이 옳다고 믿고 있다. 변화를 시도하려는 본사의 움직임은 그들에게는 불필요한 행동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결국 점주들의 올드한 마인드가 브랜드의 발목을 잡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옛날얘기는 그만하고 현실로 돌아와 보자. 호시절과 비교해 보면 리딩 브랜드들은 매출이 거의 반 토막 났다.

 

패션그룹형지의 여성 크로커다일은 전성기 시절 4천억원 대 브랜드였지만 올 해는 450개 매장에서 2천2백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후발 주자로 쭉쭉 신장해 2천억원 까지 올라 간 브랜드들도 2~3년 동안 더 이상 신장하지 못하고 있다. 

 

단일 브랜드로 5500억원 까지 올라갔던 인디안(현 웰메이드)는 올 해 3천 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 올포유와 피에이티도 2000억 원 안팎 수준이다.

 

골프웨어와의 경계가 모호해진 탓일까. 골프웨어도 아니고 캐주얼도 아니고 정체성을 찾지 못하면서 고객들은 낮게는 SPA로, 높게는 고급스런 골프웨어로 빠져나갔다. 가두 시장은 격전지가 되어 가고 있다. 

 

백화점 골프웨어들도 가두점으로 쏟아져 나왔다. 브랜드력 있는 막강한 브랜드들이 가두점으로 나오면서 이렇다할 경쟁력이 없었던 어덜트 브랜드들은 쭉쭉 밀려나갔다. 

 

1천억 대 브랜드가 수두룩했던 어덜트 시장에 이제 1천억 원이 넘는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웰메이드, 크로커다일레이디스, 올포유, 피에이티 4개 브랜드는 2천억원 대, 올리비아로렌은 꾸준히 외형을 유지하며 1천 억원 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1천억 원 대 였던 올리비아하슬러, 샤트렌 등 올 해 각각 700억 원 정도를 바라보고 있다.

 

한 어덜트캐주얼 업체 임원은 기자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답이 없는 질문이었다. 이제와 이런 고민은 다소 늦었다. 

 

하지만 늦었다고 해서 앞으로도 아무 생각 없이 주저앉는다면 브랜드 중단까지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패션그룹형지는 인적 쇄신 카드를 들었다. 삼성 출신 임원이 새로 영입해 상품을 다시 재정립하고 있다. 한성은 레노마골프, 앤드세이 등 신규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피에이티도 내년에 대대적인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타깃에 맞는 옷 만들어야

 

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아직 죽지 않았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갈 때 가더라도 아직 한 번의 기회는 남아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왕년에는 내가’라는 식의 브랜드 운영으로 다시 올라가기는 어렵다. 아저씨, 아줌마들의 옷을 만들되 더 세련되고 젊어 보이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 

 

떠나간 고객을 붙잡기 위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20대, 30대 고객이 입을 만한 옷이 아닌 50대, 60대 고객들이 입었을 때 멋있어 볼 만한 옷을 만들어야 한다. 

 

고객이 떠나는 데 걸린 시간이 10년이라면 떠난 고객을 다시 돌이키는 데 20년이 걸릴 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도 고객이 살아남았다는 가정 하 에서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지금 유통 트렌드는 단순히 옷을 팔아 매출을 올리는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 공간은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고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하고 옷을 파는 것은 그다음 일이다. 

 

과거 어덜트 매장들이 동네 아줌마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며 옷을 사지 않아도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서 거부감을 없앴고 자연히 매출도 올랐다. 

 

어덜트 브랜드들은 이 같은 공간의 역할을 잊지 말아야 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타깃 고객들에게 더욱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매장은 시장 옆에 있고 제품은 엉망인데 주말 드라마 제작 지원이나 해서는 다시 일어설 수 없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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