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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속 투자자 대명화학 권오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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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아람 기자 (lar@fpost.co.kr) | 작성일 2019년 06월 10일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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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웰패션, 케이브랜즈 사옥>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에 위치한 판교 디지털 센터.
여기에는 SM엔터테인먼트가 소유한 4층에 와디즈가 입주해 있는 것을 제외하곤 코웰패션, 케이브랜즈, 패션플러스, 모다이노칩, 낚시채널, 바이오앤시스템즈 등 모두 한 배를 타고 있는 기업들이 들어와 있다. 

이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직원들은 오너를 알아보지 못한다. 인사를 받는 일도 거의 없다. 복도에서 만나도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회사 내에서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회장이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직원들에게 밀침을 종종 당한다는 일화는 임원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10층에 위치한 집무실은 문패가 없어 모르는 사람은 찾기도 힘들다. 

심지어 자리에도 명패가 없어 그 자리가 누구의 자리인지 알 길이 없다. 집무실 안은 회의 탁자와 책상이 전부다. 타 회사 회장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비서도 없고 운전도 직접 한다. 비서가 없어도 자신의 스케줄을 철저히 관리한다. 최근에 10년 이상 탄 차를 바꿨을 정도로 소박하다.

코웰패션, 케이브랜즈, 모다이노칩 등 30여개 계열사에 1조 4천억 원의 매출을 보유한 은둔형 경영자 대명화학 권오일 회장의 이야기다.

본지는 권오일 회장의 취재에 앞서 미팅을 갖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진행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절대 밖으로 나서지 않는 그의 성격 때문이다.

패션업계에 권오일 회장의 손이 닿은 곳은 많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권 회장은 업계에서 ‘은둔형 경영자’로 불린다. 정확히 말하면 경영자이기 보다 투자자에 가깝다. 그의 신상 명세는 물론이거니와 그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아는 이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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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속 투자자? 은둔형 경영자? 
권 회장은 회계사 출신으로 2000년 대 중반 당시 창업투자회사 케이아이지(현 대명화학)을 인수한 이후 이를 발판 삼아 의류 업에 진출했다는 것이 이력의 전부다.

권오일 회장이 은둔형 경영자라 불리는 데는 언론에 노출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생활을 판교 집무실에서 보낸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좀처럼 밖에서 권 회장을 만나기는 어렵다는 것이 지인들의 설명이다. 회사의 모든 공식 석상에서 권 회장을 보기란 무척이나 힘들다. 모든 미팅 역시 집무실에서 진행된다. 출근 후 첫 업무는 책에서 시작된다. 책을 읽어 지식을 쌓는데 대부분의 일정을 할애한다. 최적의 투자를 위한 정보를 습득하는 일을 끊임없이 진행한다고 한다.

어떤 미팅도 오래 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시간을 쓰고 싶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계열사 대표의 보고 시간도 필요없이 길게 하지 않는다. 숫자는 서류로 보고하고 의미 있는 변동 사항만 보고한다. 직접 만나는 것보다 대부분의 내용은 전화로 한다.

‘패션업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옷을 만들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권 회장의 패션 관련 투자는 이뤄지고 있다.

권 회장은 왜 투자를 드러내지 않는가
권오일 회장이 앞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개인적인 성격 때문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이 같은 투자 방식이 알려지면 업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투자 사실이 알려지면 해당 브랜드의 상황에 따라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정보가 빠른 젊은 소비자들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의구심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또 일부 기업은 이 같은 권 회장의 방식을 무턱대고 따라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서다. 너도나도 무분별하게 투자를 하다보면 정작 투자를 받아야할 업체들은 못 받게 되고 패션을 하기보다 투자를 받아 편하게 사업을 하려는 업자들도 생겨날 것이라는 논리다. 

그래서 투자한 회사의 대표들에게도 조심스럽게 말이 새어나가지 않기를 부탁한다고 한다. 패션 업계가 권 회장을 잘 모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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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회장과 패션의 만남
코웰패션, 케이브랜즈, 모다이노칩
권 회장은 알짜매물을 선별할 줄 아는 사업가로 통한다.권 회장은 (현 대명화학)을 인수한 이후 2006년 필코전자, 2009년 모다이노칩, 2010년 모다아울렛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코웰패션은 지난 2015년 필코전자를 2015년에 인수하며 같은 해 코스닥에 상장되었다.

업계에서는 지난 2009년 권 회장이 코웰패션 이순섭 회장을 만나면서 패션의 인연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코웰패션은 투자자인 코웰주식회사가 손을 떼면서 다른 투자자를 찾던 중 권오일 회장과 인연을 맺고 대명은 코웰패션의 최대주주가 됐다.
현재 코웰패션의 지분은 대명화학 47.7%, 이순섭 회장은 21.45% 이다. 지난해 7% 가량 이순섭 회장에게 양도 했다.

대명의 투자에 힘입은 코웰은 현재 홈쇼핑 인너웨어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디다스, 리복, 푸마 언더웨어를 비롯해 신발, 의류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코웰은 영성필코전자유한공사, 씨에프에이, 씨에프코스메틱스, 씨에크리에이티브, 씨에프인터내셔널, 씨에프리테일, 씨에프에이치앤케이, 분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코웰패션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나 패션 사업을 시작할 좋은 아이템을 가진 업체를 대상으로 투자 제안을 공격적으로 진행했다.

항간에서는 “중소 패션 기업 중 코웰패션의 제안을 받지 않은 기업이 있을까”라는 말이 돌 정도 였다고 한다.

코웰패션으로 시작된 패션사업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회사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확장해 나갔다. 

중심에는 케이브랜즈가 있다. 케이브랜즈는 現 엄진현 대표가 ‘겟유즈드’를 인수하고 경영하던 중 대명화학 권오일 회장의 투자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사업 확장에 속도가 붙었다. 

흄, 닉스, 머스트비, 바닐라비 등을 인수하고 홈쇼핑 온라인 판매권을 확보한 브랜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범퍼, 케네스콜, 카이아크만 등 다수의 브랜드를 전개하며 현재 연간 1천5백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내년에는 상장도 준비 중이다. 

케이브랜즈는 모회사인 모다이노칩이 지분 79.9%를 보유하고 있다.

모다이노칩은 세라믹 소재를 기반으로 한 전자기기 부품의 제조와 판매를 주 사업으로 하는 전자 부문, 아웃렛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는 유통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종속 회사로는 전자부품 제조 및 임가공을 진행하는 중국 현지법인 연태 이노친 전자유한공사가 있다. 

또 지난 2016년 합병으로 피 합병법인이 보유한 씨에프네트웍스, 모다아울렛, 모다, 에코유통이 종속회사로 편입되었고 올해 초 모다아울렛과 모다를 흡수, 합병했다. 

케이브랜즈는 종전 씨에프네트웍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올 초 씨에프네트웍스가 케이브랜즈를 흡수합병 하고 회사명을 케이브랜즈로 변경했다.

이밖에도 에이치엠리테일, 베트남 현지법인인 INNOCHIPS VINA, 부동산개발회사 에코송산을  엔에스씨코리아를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최근에는 부림상사를 자회사 케이브랜즈로 편입했다. 

젊은 감성을 사랑한 투자
‘피스워커’에서 ‘오아이오아이’까지
현 시점에 권오일 회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 대형 기업의 M&A 이슈 때문은 아니다. 업계가 촉각을 세우는 이유는 다름 아닌 소규모 브랜드의 인수와 투자다.

과거 코웰패션, 케이브랜즈, 모다아울렛, 패션플러스 등에 최근 인수한 한국월드패션까지 상장사이거나 혹은 규모가 큰 기업체의 M&A가 주 관심의 대상이었다면, ‘인수합병 전문가’로 이름을 알린 권 회장의 지금 행보는 단연 스트리트 브랜드와 젊은 감성으로 요약된다.

업계 관계자는 “대명화학과 관련 계열사가 투자한 기업은 패션을 포함하면 200~300여 곳이 넘을 것이다. 이중 잘 알려지지 않은 패션 관련 인수나 지분 투자의 경우도 족히 10곳 이상”이라고 말했다. 

스트리트 캐주얼 ‘피스워커’를 전개하는 피더블유디 역시 권 회장의 손이 닿았다. 피더블유디의 박부택 대표는 케이브랜즈에 7년 이상 근무하다 권오일 회장의 눈에 띄면서 ‘피스워커’를 단독 전개하고 있다.

‘피스워커’ 뿐 아니라, 가먼트 레이블, 지난해 인수한 86로드, 어드바이저리(라이선스), 메종미네드, 페이탈리즘 등도 보유하고 있다.

대명화학이 직접 움직여 투자한 브랜드는 ‘LMC’ ‘키르시’  ‘오아이오아이’등이 있다.

여기에 최근 상종가를 올리고 있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에도 패션플러스의 지분 투자가 이루어져있고 코웰패션은 석정혜 대표가 운영하는 ‘분크’에 수십억 원을 투자하는 등 통 큰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젊은 감성의 브랜드들에 관심이 많다. 이 들 브랜드에 대한 투자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인수 혹은 투자의 법칙
“나는 투자자 이지 경영자가 아니다. 젊은 친구들은 패션을 하고 싶어서 한다.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기성세대보다 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젊은 사업가들과 소통하고 그들이 사업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조금 돕는 것 뿐”

권오일 회장이 지인들에게 했던 말이라고 한다. 물론 권 회장이 지분을 투자하거나 인수한 회사에는 일정한 룰이 존재한다. 

경영에 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원칙이다.

투자가 이루어지면 전적으로 기존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온전히 경영인에서 맡기고 권 회장은 큰 그림이나 조언만 한다. 

두 번째는 권 회장이 인수나 투자에 앞서 기업을 평가하는 원칙이다. 현 경영인의 마인드를 유심히 본다고 한다. 물론 기업의 재무제표나 회사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능력과 됨됨이, 사람 중심의 경영을 높이 산다.

한번 권 회장을 만난 사람들은 그의 인격을 높이 산다, 사람을 대하는 것에 진심으로 다가가기 때문이란다. ‘비즈니스는 차갑게, 사람을 대할 때는 뜨겁게’ 그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 이라고 한다.

왜 패션을 선택했을까
권오일 회장이 패션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권 회장은 그 이유에 대해 ‘패션업은 정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과거 권 회장은 IT 분야에 투자를 많이 했으나 시장의 변화에 따라 기업의 주식이 한순간에 휴지 조각으로 변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는 것.

IT 업체에 투자했다가 적지 않은 손해를 본 쓰라린 경험도 있다. 

즉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구도 속에 어제의 신기술이 오늘에는 필요치 않는 정보로 사라지는 것과 달리, 옷(패션)은 만들어 놓으면 계속 팔 수 있고 어떻게 파느냐를 고민하면 된다는 것이다.

패션업계의 온라인 시장 확대도 크게 관심을 갖는 분야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도 제품만 있으면 팔 수 있는 채널이 생겨났기 때문에 옷을 잘 만드는 사람에게 투자해 브랜드 사업이 잘 되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다. 

권 회장이 패션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고용창출이 가능한 산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IT나 바이오 등의 사업은 소수의 인력만으로도 비대한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필요한 인력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패션은 각 사업 규모에 따라 엄청난 인력을 고용할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다. 유통은 경우는 더 하다. 모다아울렛을 인수한 이유도 여기서 출발했다.

패션은 고용창출 산업
‘쾌적하고 좋은 환경에서 좋은 상품을 싼 가격으로 팔면 좋지 않을까’ 권 회장의 의도는 단순하게 시작됐다. 좋은 제품을 싸게 팔고 지역에서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점포를 운영하는 인력은 줄여 효율적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앞에 나서지 않는 권 회장은 모다아울렛을 2010년에 인수하고 박칠봉 대표에게 경영을 횟수로 8년 간 맡겼다. 박칠봉 대표는 8년간 모다아울렛 점포를 15개까지 늘렸다. 

박 대표가 물러나고 현재는 정태용 전무가 모다아울렛을 담당하고 있다.

패션플러스는 100% 수수료 베이스로 움직이고 있다. 재고는 물론 브랜드들의 신상품을 팔며 다양한 업체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투자된 계열사 브랜드들에게 입점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정직한 운영으로 거래액 기준 연간 3천억 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부동산 투자도 시작했다. 최근 권오일 회장은 데상트 R&D 센터가 위치한 부산 명지국제신도시 인근에 대규모의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곳에 신발 R&D 센터와 사무실, 상업시설 등 대규모 타운을 구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지 매입 역시 패션 관련 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회장은 패션 업계의 워렌 버핏
워낙 많은 브랜드와 기업을 인수하고 투자를 진행하다 보니 일각에서는 기업 사냥꾼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투자나 인수를 하는 과정에서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맞물려 뜻대로 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직전에 협상이 종료되는 것도 적지 않다. 

따라서 좋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견해도 분명 있다. 그럼에도 불구 업계에서는 권 회장은 타 투자회사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본다. 인수 방식 자체가 다르고 투자를 하는 목적이 명확하다. 물론 인수 후 도로 파는 형태도 아니다.

지금까지 투자한 패션 업체들의 경우 회사가 문을 닫거나 잘못된 케이스는 없었다. 상장하거나 혹은 성장했거나, 잘되거나 셋 중 하나다.

권 회장을 아는 지인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말한다. ‘돈을 위해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행보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조용히 투자하고 그들의 성공을 지켜보며 흐뭇해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상장기업이나 젊은이들이 만든 스몰 브랜드나 투자 수익을 따지지 않고 잘 되도록 돕는 그의 모습은 마치 세기의 투자자 워렌 버핏을 연상케 한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권오일 회장의 손이 어떤 나무에 물을 주게 될지, 어떤 열매를 맺게 될지 업계의 궁금증은 더욱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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