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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워싱으로 변질된 친환경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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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손아영 지앤이헬스케어 마케팅 팀장 (akffjq07@naver.com) | 작성일 2021년 10월 25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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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친한 동생이 생일선물로 스타벅스 텀블러를 준 적이 있다.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마음을 써주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환경이 고통 받고 있다고 하는데 작은 것이라도 실천해보겠다는 생각에 텀블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매일 씻는 것이 불편하기는 했으나 못할 짓은 아니었고 검은색 텀블러가 빈티지 에디션으로 보일 때까지 2년을 넘게 사용했다.

 

그런데 그 몇 년 사이 스타벅스의 한정판 마케팅은 점점 물이 올라 이벤트 날짜에 오픈런을 벌이거나 비싼 커피를 수십 잔 주문하고 그냥 버려버리는 일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스타벅스 기획상품은 리셀러들에 의해 되팔이가 만연할 정도로 인기 아이템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이번 50주년 스타벅스 이벤트도 예전과 같이 엄청난 호응을 불러일으켰지만 그 결과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달랐다. 지금껏 모두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그 문제’가 드디어 표면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리유저블컵의 한계

이번 이벤트처럼 작년 여름에도 스타벅스에서 ‘리유저블컵’을 증정했었다. 우리 회사 직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그 컵을 받기 위해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주문했었는데 그 때의 나는 사지 않았었다.

 

이유라고 한다면 그 컵이 그냥 PP(폴리프로필렌)였기 때문이다. 이름만 ‘리유저블’이지 그냥 플라스틱이라는 말이다. 더욱이 하필이면 그때 포장재재질구조를 등록하라는 국가의 지독한 명령을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포장재 재질에 대한 지식이 쓸데없이 많았던 터였다.

 

그런 필자도 올해는 그 컵을 가지고 말았다. 이유인즉슨 벤티 사이즈 아이스 컵이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물을 많이 먹기 때문에 ‘어머나, 이건 꼭 사야해’ 하면서 한정 음료까지 시켜가면서 그 컵을 손에 넣었다.

 

근데 작년에 참여를 하지 않았던 탓일까. 그 컵이 무한정까지는 아니더라도 권장 사용회수가 20번밖에 되지 않는 것을 처음 알았다. 차가운 것만 먹을 건데 한 달도 못 쓰다니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그렇게 호구처럼 당하고 나서 질리지도 않았는지 ‘문제의 50주년 컵’을 또 가지게 되었다. 이번에는 따뜻한 음료용 컵도 나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회사 출근길에 여유롭게 사이렌 오더를 했는데 이게 웬일. 대기인 수가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는데 스타벅스에 도착하니 주변 직장인들이 다 와서 정모라도 하는 듯했다.

 

그렇게 기다려서 컵을 받았는데 예쁘기는 예뻤다. 하지만 우습게도 얘도 그냥 PP인데다 아이스컵이랑 똑같게 20번만 쓰라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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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워싱’이라는 자충수

결국 이 컵 때문에 환경단체부터 일반 사용자까지 들고 일어났다. 이 행사가 마케팅 측면에서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있겠으나, 은근슬쩍 환경을 깔고 가려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을 이제 소비자들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이렇듯 환경은 전세계적으로 정말 중요하게 여겨져야 하는 것이 분명함에도 기업들은 친환경, 지속가능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교묘하게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

 

특히 가치소비에 민감한 MZ세대를 겨냥한 친환경 제품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실제 환경 보호를 위하는 제품인지 매출을 늘리기 위해 환경을 이용해먹는 것인지 의구심을 거둘 길이 없다.

 

이렇게 친환경을 내세우면서 사실 친환경이 아닌 ‘위장환경주의’ 활동을 ‘그린워싱(Green Washing)’이라고 한다. 물리적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은 계속 높아지는데 그에 정비례적으로 그린워싱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환경을 파괴해왔던 기업들이 갑자기 자신들이 환경을 제일 생각하는 것처럼 얼굴을 싹 바꾸고 환경을 위한 본인들의 활동을 앞다투어 광고하기에 혈안이다. 

 

그렇게 환경, 환경하면서 진행한 마케팅들 덕분에 오히려 소비자가 그린워싱을 알게 되었으니 완전히 나쁜 것은 아니었을지 도.

 

페트병에 색상도 넣지 않고, 인쇄도 하지 않고, 라벨도 뜯어내게 하지 않았다면, 인쇄된 플라스틱컵이 재활용 되지 않는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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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크랩’ 채널의‘우리가 헌옷수거함에 버린 옷들이 향하는 곳’이라는 영상>

 

심사숙고해야 할 친환경 마케팅

트렌드에 최고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패션 업계 역시 친환경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일반 패션업체뿐 아니라 명품 브랜드도 친환경 원료로 만든 신발이나 가방을 출시하여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신제품을 광고하면서 그 심각성이 끊임없이 대두되는 의류 폐기물 문제를 적시하는 업체를 본 적이 없다. 

 

신제품 대량생산으로 인한 의류 폐기물은 쏟아져 나오는데 이 제품을 구입하면 마치 환경을 위하는 것처럼 만드는 것 역시 ‘그린워싱’이다. 

 

이 문제를 잘 다루고 있는 유튜브 ‘크랩’ 채널의 ‘우리가 헌옷수거함에 버린 옷들이 향하는 곳’이라는 영상을 보기를 추천한다.

 

영상에 따르면 매시간 쏟아져 나오는 옷이 1천만 벌인데 그와 함께 매시간 3백만 벌의 옷들이 버려져 그 양이 일 년에 무려 ‘330억 벌’이나 된다고 한다. 

 

어느 샌가 옷이라는 것이 싼 값에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것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결코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5천 원도 안 되는 흰색 면 티셔츠 하나를 만드는데 ‘2700리터’의 물이 소모되는데, 이 양은 한 사람이 3년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의 물이라고 한다.

 

이렇게 소모된 의류산업의 폐수가 전체 산업용 폐수의 20%라고 하니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더불어 이렇게 만들어지는 옷이 유행 때문에 금방 버려지고, 팔리지 않은 재고품은 그대로 소각되면서 의류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세계 선박과 항공 산업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고 한다.

 

좋은 옷을 입는 것도, 친환경적인 옷을 입는 것도 좋겠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그렇지만 스타벅스는 스타벅스다

앞에서 스타벅스를 비판적으로 얘기한 부분이 있지만, 그동안의 행적들이 MD 판매의 연장선이든 어떻든 간에 스타벅스가 소비자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의 의식을 높여주었다는 것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환경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만 하고 있었지 직접 실천을 하지는 못했었는데 그런 시기에 종이빨대를 도입한 스타벅스의 결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물론 금방 흐물흐물해지고 종이맛이 나기는 하지만 환경에 대한 직접적인 참여를 소비자에게 제공한 기업이 얼마나 될까. 그렇게 절감된 플라스틱 빨대만 해도 연간 1억 8천만 개(126톤)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텀블러가 만들어내는 온실가스에 대해 알리지 않은 채 쓰지도 않는 텀블러를 계속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판매를 한 것은 옳은 방향은 아니었지만, 아예 아무 것도 안 하면서 소비자를 속이는 기업들에 비한다면 스타벅스는 양반이 아닌가.

 

기업이라면 소비자에게 ‘환경을 위하는 소비를 하고 있다’ ‘착한 물건을 샀다’는 느낌만 주는 것보다 폐기물 발생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 행동 없이 친환경 원료 사용만 강조한 신제품들을 계속 출시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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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ecomedia>

 

소비자 역시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에서 어떤 일을 한다고 해도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소비를 하는 개인 하나 하나의 변화일 것이다.

 

환경을 위하는 선한 의도를 가진 소비자들을 속이는 기업의 잘못이 물론 더 크겠지만, 그런 마케팅에 먹히지 않는 소비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다.

 

필자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든 생리대 샘플로 테스트를 해본 적이 있다. 화분 두 개와 흙을 사서 한 쪽에는 생리대 비닐 포장재만 넣고 한 쪽에는 생리대 전체를 넣은 뒤, 심은(?) 날짜까지 팻말로 적어서 정성스럽게 준비했다. 

 

매달 한 번씩 영상 촬영까지 해가며 화분에 물도 주면서 키워(?)왔는데 6개월이 지나고 1년이 훨씬 지나도 어느 것 하나 없어지거나 썩지를 않았다. 

 

6개월이면 없어져야 하는 비닐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정확한 조건이 맞춰져야 분해가 된다고 한다.

 

이 생분해 플라스틱이라는 것이 58도 정도의 고온 환경이 되어야 분해가 된다는데 결론적으로 찜질방에 둘 거 아닌 이상 우리 눈으로 그것들의 부패를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특별한 경험이 아닌 이상 보통은 말하는 게 진실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기에 눈에 보기 좋은 대로 무작정 휩쓸리기보다 정당한 비판성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래야 기업들도 너무 안일하게 ‘친환경 마케팅’을 저지르지 않지 않을까.

 

더불어 친환경 소비의 가장 중요한 정신이 ‘절제와 절약’이라고 하는데 어느새 우리는 너무 쉽게 사고 너무 쉽게 버리는데 익숙해진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제는 지름신의 노예가 되지 않고, 지혜롭게 소비할 수 있는, 한 번은 의심하고 한 번 더 고민하는 자세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경력사항

  • 現) 한나 마케팅컨텐츠팀 팀장
  • 現) 지앤이헬스케어 마케팅컨텐츠팀 팀장
  • 컨텐츠 기획, 영상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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