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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과 커뮤니케이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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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수정 매드해터 대표 (c@madhatter.co.kr) | 작성일 2021년 01월 22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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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은 바쁘고 힘들다. 출근과 함께 퇴근하고 싶다는 말들이 SNS에 가장 자주 올라오는 내용 중 하나라고 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일찍 퇴근할 수 있는 날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고, 그 기쁨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파하는데, 요 몇 년 전부터 생선인 조기가 힘써주고 있다. 

 

오늘도 조기 퇴근!

누구도 조기가 나오는 이미지들을 보며 ‘이게 뭐야?’라고 하지 않고 웃으며 받아들이고 전파한다. ‘이르다’는 뜻을 갖지만 ‘생선(조기)’으로 표현되는 이 말장난을 영어로는 ‘pun’이라고 하는데, 케임브릿지 사전을 찾아보면 ‘a humorous use of a word or phrase that has several meanings or that sounds like another word’로 정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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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EAR : 곰의 손으로 만들었다 (힘이 세서 잘 만들었다) - 맨손으로 만들었다

2) TACO-TALK : 타코를 먹자 - (타코에 대햬) 얘기해 보자 

 

즉 발음이 같고 뜻이 다른 단어나 문구, 의미가 여러 개인 단어나 문구를 이용해 유머스럽게 활용하는 것이 ‘pun’이다. 웃음을 유발하면서 긍정적인 감정을 조성하고,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준다. 이런 말장난은 문화 전반에서 즐기고 있는데, 이를 반증하듯 다양한 상품으로 제작되고 소비된다. 

 

말장난은 개인들이 재미로 하다가 유행이 되면서 기업이 받아들여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에 사용하기도 한다. pun은 원래 목적이 재미와 즐거움을 불러일으키는데 있기 때문에, 쉽고 가볍게 시도할 수 있는 마케팅 방법으로 쉽게 사용된다. 그런데 개인이 사용할 때는 괜찮았는데, 기업이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면 재미가 없어지거나,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기업 또는 브랜드라는 커뮤니케이션 주체의 특성 때문이다. 

 

받아들여지는 결과가 가볍고 즐겁다고 과정까지 가볍고 쉬워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 일어나는 일이다. 기업이 pun을 이용한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쉽고 친근하게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재미있으니까 나도 해 보면 괜찮겠지’라는 안이한 접근으로 사고를 치지 말고, ‘기획’이란 과정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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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pun

시리얼(serial) 킬러는 심각한 범죄자이다. 하지만 특정한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말할 때 ‘00킬러’라고 하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면서 아침식사로 먹는 시리얼(cereal)을 마구 먹어 대는 사람은 기업 입장에서 감사해야 할 헤비유저가 된다. 

 

하지만 킬러(killer)라는 단어는 위험한 구석이 있다. 살인범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저 단어를 본다면 충격을 받을 것이다. 위험한 상황을 겪었거나, 희생자가 주위에 있는 경우라면 트라우마를 일으킬 트리거(trigger) 이미지로 분류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래서 재미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지 않으면 기업이나 브랜드가 pun으로 대형 사고를 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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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슈퍼마켓 모리슨즈(Morrisons)는 옥외 광고를 통해 우리에겐 축구 클럽의 이름으로 익숙한 토트넘(토튼햄)의 끝 세 글자를 햄의 이미지로 바꿨다. ‘토튼-햄? 아!’하며 사람들은 미소를 짓게 된다. 바로 아래 가격과 배달에 대한 문구와 브랜드로 이어지는 메시지 플로우는 햄을 살 때 모리슨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 준다. 

 

온라인 마켓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슈퍼마켓 빅3 브랜드들의 혈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4위인 모리슨즈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리하게 빅3와의 전면 경쟁이 아니다. 브랜드의 본질적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자체 생산하는 식품들의 카테고리 명칭을 살짝 비틀어서 제품-브랜드 연상 강화를 하고, 초저가와 배송 전쟁에 비껴나 있지 않음을 슬쩍 찔러 준다. 

 

이 시리즈는 지금부터 7년 전에 진행됐는데 성공적인 pun 마케팅으로 인식되고 있다. 위 두 사례를 보면 왜 많은 기업들이 시도를 하는데, 어떤 경우는 소위 대박을 치고, 어떤 경우는 조용히 묻히고, 어떤 경우는 대형 사고가 돼서 대고객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하기도 하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갈 것이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pun 활용 원칙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에서 pun을 사용해 보고 싶다면 아래 4가지 주의 사항을 유념해야 한다. 

 

첫째,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은 아무리 재미있어도 목적이 있다. 만약 신제품이나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기업이라면 이름을 알리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어떻게 하더라도 이름만 알리면 된다는 생각에 화제성에만 집중한 캠페인을 하는 경우도 많다. 마케팅 자원이 충분하다면 시리즈로 캠페인을 만들어 일단 던지고, 정체를 알리며, 혜택을 소구하는 방식으로 가기도 한다. 그럴 경우 소비자에게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반응은 ‘웃기는데? 한번 알아볼까?’ 혹은 ‘사볼까?’ 라는 구매에 대한 긍정적 의향이다.

 

국순당의 막걸리 광고는 바나나 막걸리가 나왔음을 알리는 목적으로 기획된 광고인데 ‘바나나’와 ‘반하나’의 발음 유사성을 이용해 바나나가 들어간 막걸리라는 정보를 제공하고, 반할만큼 맛있다는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동시에 호기심을 유발한다. 제품 뒤쪽으로 약간 흐리게 삽입된 ‘맛있으면 바나나’라는 문구 역시 제품이 맛있음을 재차 어필한다. 이렇게 기업의 말장난은 자신이 내놓는 상품서비스의 장점과 차별점을 가지고 이뤄져야 한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하는 기법으로 pun을 선택한 것임을 끝까지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목적은 항상 본질과 결부돼야 한다. 

제품을 이야기하는 것이면 제품의 본질이나 강점이,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면 브랜드의 가치가 무엇인지 표현돼야 한다. 본질이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고, 목적도 불분명한 말장난은 그야말로 비싼 돈 들인 농담에 불과하다. 좋다고 말하는데 뭐가 좋다는 것인지 알지 못하면 커뮤니케이션은 실패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무엇에 대한 재미인지 모르면 커뮤니케이션 실패다. 위의 바나나 막걸리의 경우 제품의 차별 포인트인 바나나가 들어갔다는 사실을 확실히 전달한다.

 

셋째, 누구나 알고 있는 단어를 사용해라.

말장난의 묘미는 모두가 알고 있는 단어‧문구가 다른 효과를 내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므로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고 알고 있는 언어에 의외성을 주도록 배치해야 의도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언어에는 감정이 있고 역사성이 있으며 지적인 요소도 있다. 적절한 상황에서 다른 요소와 의외의 논리적 연결이 이뤄질 때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유니콘이 된 배달의 민족이 이에 해당하는 좋은 사례다. 브랜드 네임의 핵심인 ‘배달’을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돌직구 문구를 이용해 고객 스스로가 떠올리게 했다. 사람들은 특정한 정보를 받아들일 때 인지 비용이 발생된다. 아는 단어, 익숙한 정보일 경우 인지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즉각적 인지가 가능하지만 익숙한 단어이기 때문에 다른 정보에 묻힐 가능성도 크다. 그래서 그들은 pun을 사용해서 사람들이 듣고 잊어버릴 수 없도록 만들었다.

 

넷째, 누구도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재미를 만드는 과정이나 크리에이티브가 누군가를 소외시키거나, 비난, 격하시키지 않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개인에 대한 비하, 폄하, 공격, 스테레오 타입화를 하는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볼 수 있는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것은 그 어떤 명분 하에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소수자, 장애인, 사회취약계층이다. 과거에는 외모, 재산과 같은 외적인 소재로 웃음을 만드는 것이 당연하게 허용됐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도를 하다가는 큰일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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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가슴이 턱 막히는 사진을 인터넷에서 발견했다. 이 사진은 재미있는 제품명을 보여주는 사례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제품과 고객의 편익에 대해 아무 의미도 없이 ‘쌀’과 ‘살’이라는 단어의 유사성만으로 주목이라도 받아 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메시지가 이 쌀을 먹으면 그림의 인물처럼 젊고 예뻐진다는 것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문제가 너무 많다. 상품명이 가져야 할 필수 요소를 하나도 갖추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상품명과 이미지로 여성혐오를 하고 있다. 

 

최근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아니지만 대표적인 문제 사례가 코로나 관련된 단어다. 지난 1여 년간 코로나 시국이 이어지면서 자가격리,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했고, 운동 부족으로 인한 체중 증가를 경험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확진자와 비슷한 발음의 ‘확찐자’라고 칭하면서, 한동안 이 단어가 여기저기서 많이 쓰였다. 확진자라는 통보를 듣는 순간 환자는 사회와 고립되고, 비난을 받으며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되고, 가족들은 장례도 치를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다. 

 

개인적으로 안타깝다고 할 수 있지만 체중 증가의 자괴감을 표현하는데 환자와 가족의 아픔을 이용하는 것은 환자와 가족들, 의료계에 상처를 주는 무신경하고 무자비한 행위다. 아무리 재미가 있어도 사회 전반의 심각한 상황과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을 사람들이 있다면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다행히 자성의 목소리가 일며 확찐자는 더 이상 공공연하게 사용되지 않는다. 

 

꼼꼼하고 치밀한 기획 필수

위의 네 가지 주의 사항을 전부 검토해서 하려다 보면 고민할 것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말장난, 언어유희를 마케팅 도구로 사용할 때는 평소보다 더 꼼꼼하고 치밀한 기획이 필요하다. 기업의 마케팅,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이 어설프게 웃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객의 호감을 사고, 지갑을 열게 하거나, 열 마음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결국 구매와 재구매, 주위에 권유까지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서 활용 가치와 효과가 있는지 판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론 꼼꼼히 하나씩 짚어가며 리스크 헷징(Risk hedging)을 했는데도 히트를 못 치거나 주목을 못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대국민 사과문을 쓸 일만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경력사항

  • 現) (주)매드해터 대표
  • 前) 센트비 브랜드 담당
  • 前) 두산인프라코어 글로벌브랜드 담당
  • 前) 현대캐피탈 브랜드 전략 담당
  • 前) 삼성카드 브랜드 마케팅 담당
  • 前) CJ제일제당 브랜드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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