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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스크랩/박병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판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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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병은 파인드어스 이사 (bepark@find-us.co.kr) | 작성일 2021년 02월 22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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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pixabay>

 

 

연초부터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가격변동과 거래규모가 심상치 않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흥미로운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단순히 투자과열로 보기에는 심상치 않은 의미를 지닌 소식들이 짧은 시간 안에 많이 나오고 있다.

 

테슬라 같은 큰 기업이 비트코인을 2조 원 가까운 규모로 매입하며 자산으로 편입하고 있고, 케냐 중앙은행은 비트코인을 준비통화로 보유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미국 마이애미市는 납세와 공무원 급여 등에 비트코인 활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상황이고,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대형은행들도 비트코인 자산 편입 및 수탁업무 등을 시작하고 있다. 

 

당장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가격 등락이나 2017년 암호화폐 광풍의 데자뷰인지에 대한 논쟁일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를 둘러싼 정부나 대기업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 변화, 자산시장의 움직임, 암호화폐 제반기술인 블록체인의 발전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속한 산업이나 사업체에 줄 영향을 예측해보는 것이다. 

 

비트코인, 암호화폐, 디지털자산, 블록체인

나 혹은 우리 회사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실제로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도 상당히 존재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나 코로나19를 비롯한 과거 사례들에서 관찰할 수 있듯, ‘만약에’ 특정한 기술이나 사건이 세상을 바꾸기 시작하면 그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르고, 그에 미리 대비한 기업과 아닌 기업은 매우 다른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따라서 꼭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만약에’가 될 수 있는 기술들 및 이를 둘러싼 제도와 금융시장의 변화를 관찰하며 대비하는 것은, 비즈니스의 생존이나 발전에 중요한 요소이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자산·지불수단·산업인프라 관점에서 살펴보고, 패션과 리테일을 비롯한 각자의 사업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또는 무엇을 시도해볼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정부, 감독기관의 암호화폐 자산성 인정 및 규제 완화 움직임

2020년 7월, 미국 통화감독국(OCC)은 기존의 신탁인가를 받은 미국의 은행이라면 암호화폐 관련 수탁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은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많은 수의 미국인이 이미 암호화폐 등의 디지털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의 보관 및 운용 등의 역할을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2021년 2월, 케냐 중앙은행 총재는 케냐의 준비통화로서 비트코인을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케냐 법정통화인 실링은 달러대비 가치가 지난 10년간 50%, 1년 사이 10%가량 하락했는데, 이로 인한 국가부채와 환차손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던 것이 배경으로 보인다. 

 

달러나 금이 아니라 비트코인을 준비통화로 채택하는 중앙은행은 케냐가 처음으로, 자국 화폐의 교환가치가 불안정하거나 약세인 타 개발도상국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단순한 가격 상승을 기대한다기보다는, 중앙은행차원에서 비트코인을 미래에 다른 자산으로 교환할 수 있는 충분한 가치를 가진 ‘국가가 보유할 만한 자산’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시사점이 있다.

 

글로벌 상장기업들의 대규모 비트코인 매입

2020년 8월과 9월, 나스닥 상장사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2차례에 걸쳐 당시 보유 현금성 자산의 80% 수준인 4억2,500만 달러(약 4,700억 원)을 비트코인에 투자했음을 공시했다. 이어 2020년 12월에는 비트코인 매입 목적의 전환사채를 6억5000만달러 규모로 발행해 지속적으로 투자했고, 2021년 2월에는 같은 목적의 6억 달러 규모 전환사채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2021년 2월 중순 시세 기준으로 약 4조 원에 가까운 가치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이 기업은 직접적으로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지만, 비트코인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으로 인해 시가총액이 변화하고 있다(2020년 8월 이후 2021년 2월 중순 기점으로 비트코인 수익율은 약 200%, 본사의 주가는 약 100배 상승).

 

2021년 2월,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는 15억 달러(약 1조7천억 원)를 비트코인에 투자했으며, 테슬라 차량구입의 결제수단 중 하나로 비트코인을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워낙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온 테슬라임을 감안해도 시가총액 세계 10위 안에 드는 상장기업이 비트코인을 주요 자산으로 보유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볼 것이냐’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 사건으로 보이며 이러한 행보를 보일 기업들은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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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제도권 금융기관의 디지털자산 시장 진출

2021년 1월, 약 9,800조 원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비트코인을 ‘투자 적격 자산’으로 상향하고 비트코인 선물상품에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선물(先物, Futures)은 특정 자산을 미래의 날짜에 사고 팔 것을 약속하는 파생상품으로 원자재, 농산물, 에너지, 채권 등 주요 자산가격의 상승이나 하락 모두에 대한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블랙록의 비트코인 선물 투자 계획은 단순하게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가 아닌 주요한 자산군으로서의 편입이라는 점에서 중요성을 지닌다. 

 

2020년부터 한국 은행권에서도 본격적인 디지털자산 수탁·관리 선점을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는데, 국내법상 아직 은행이 직접 암호화폐 등의 디지털 자산을 다룰 수 없기 때문에 합작사설립이나 전략적 투자를 통해 디지털자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 블록체인 기술기업 해치랩스가 설립한 ‘한국디지털에셋(KODA)’에 투자했으며 신한은행은 암호화폐거래소 코빗, 블록체인 기술기업 블로코, 디지털자산 리서치기업 페어스퀘어랩이 설립한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국내에서도 머지않아 다양한 디지털자산(암호화폐, 부동산 수익증권, 게임 아이템 등)과 관련된 안전한 보관이나 활발한 거래 등을 도와주는 서비스들이 은행권과의 협력을 통해 다수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핀테크 기업, 신용카드사들의 암호화폐 결제수단 도입

2020년 11월, 약 3억5,000만 명 사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간편 결제 기업인 페이팔은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를 구매 및 판매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고, 2021년 내에 암호화폐를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수단으로 도입할 계획임을 공개했다.

 

2021년 1월, 비자카드는 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이미 160개가 넘는 여러 국가의 화폐를 지원하고 있으며, 디지털 화폐 또한 추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과 함께, 비트코인에 비해 가격변동성이 적은 법정화폐 연동 암호화폐(스테이블 코인)를 글로벌 전자상거래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2021년 2월, 마스터카드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암호화폐가 무엇인지에 대한 각자의 의견과 관계없이, 중요한 디지털자산이자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은 사실이다’라는 견해와 함께 연내에 마스터카드를 통한 암호화폐 직접 결제를 제공할 예정임을 공식화했다. 소비자들은 플라스틱 실물 신용카드 혹은 모바일 앱을 통해 리테일 결제 시 법정화폐나 암호화폐를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디지털자산, 블록체인을 우리 비즈니스에 적용한다면?

자산운용 관점에서 기업 경영진은 향후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나 관련 상품(펀드, ETF), 디지털자산(부동산 등 수익증권 유동화) 매입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시가의 급격한 상승을 기대하는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보다는, 다양한 디지털자산군들을 소규모로 매입해 자산시장의 변화 흐름을 관찰하면서 투자나 보유자산으로의 편입 여부를 판단해보는 것이 단기간에는 합리적일 수 있다. 

 

작년과 올해 관찰할 수 있듯이 상장주식이나 원자재, 외환 등 전통적 자산들의 가격 변동성도 결코 암호화폐에 비해 완만하지는 않다. 또한 테헤란로 고층빌딩을 통째로 매입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관심 지역들의 부동산 디지털자산(수익증권)을 소액씩 매입한 뒤 시세 변동이나 유동인구 분석 등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 거점 선정에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지불수단으로서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를 우리 브랜드 매장이나 자사몰 결제수단으로 추가하는 것도 좋은 실험이다. 기존의 법정통화에 비해 많은 거래가 암호화폐로 이루어지기는 어렵지만 얼리어답터 성향의 신규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디지털자산이나 블록체인을 활용한 신규 사업 아이디어를 얻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또한 패션 사업자간 거래 과정에 활용 시에는, 현금 사용으로 인한 거래 기록 누락이나 채권채무 관리의 어려움을 전자적 기록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미 패션과 리테일 분야에서도 블록체인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LVMH는 컨센시스(ConsenSys),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 ‘Aura’를 만들었는데,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럭셔리 제품의 초기 생산단계부터 최종 판매 밸류체인까지의 과정들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기록하고 추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즉, 최종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제품을 스캐닝하면, 전체 생산과 유통과정에서의 환경과 진품가능성을 확인해주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여러 비건 뷰티 브랜드들은 원재료 수급과 제품 유통에 걸쳐, 비동물성 원료 수급 과정과 친환경 포장재 생산 등 디테일한 추적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여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이다. 

 

또한 지속가능한 패션(Sustainable Fashion)을 돕는 블록체인 기업 Provenance는 제품의 QR코드 촬영 시 친환경 처리 원단, 근로자를 착취하지 않는 노동환경의 생산 공장, 에너지 절감이나 탄소발자국 발생 등의 세부사항을 단계별로 기록하고 소비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 다시 주목해야하는 이유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 디지털자산, 블록체인 기술을 둘러싼 최근의 흥미로운 소식들과 생각해볼 지점들을 정리해보았다. 앞서 언급한 주요 뉴스들은 모두 2020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불과 반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다. 2017년 투자광풍 때와는 다르게 국가, 지자체, 금융기관, 대기업 등이 암호화폐 및 디지털자산을 제도권 자산이나 결제수단으로 편입하려는 변화의 움직임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과 융합될 수 있는 다른 기술들도 많이 발전하면서 실제로 비즈니스에 적용 가능한 사례들도 나오고 있음을 체감하게 된다. 또한 소비자들도 일상에서 이미 간편결제(페이)를 많이 사용하고, 메타버스(가상현실, 게임 등)에서의 소비와 경제 활동을 경험하면서 암호화폐나 디지털자산에 많이 익숙해지고 있다.

 

어쩌면 공급자나 규제기관 역할을 하는 다양한 제도권 이해관계자들과, 투자하고 사용하게 될 개인들 모두 암호화폐와 디지털화폐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변곡점이 온 것은 아닐까? 물론 가격과 거래, 보관 등 다양한 관점에서 여전히 불안하고 불완전한 부분들이 존재하고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해소되지 않을 수도 있고, 비트코인도 별 영향 없이 금방 잊힐 지도 모른다. 

 

그런데, ‘만약에’ 비트코인이 주요 경제주체들이 필수 보유하는 자산이 된다면? ‘만약에’ 암호화폐가 국제 전자상거래의 주요 결제수단이 된다면? ‘만약에’ 우리 경쟁사가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임을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게 되고 소비자들이 열광한다면? 가능성은 알 수 없지만, 혹시 이러한 ‘만약에’ 벌어질 일들을 개인이나 기업이 상상하고 대비하지 않는다면, 코로나19 쇼크보다 더 크고 오래가는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아닐까?​

경력사항

  • 현) 파인드어스 CSO
  • 현) WeWork Labs global mentor
  • 현) Platum 스타트업 칼럼니스트
  • 전) NP Equity Partners 투자이사
  • 전) D.CAMP 투자매니저
  • 전) 카카오벤처스 관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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