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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세진 패션칼럼니스트 (macrostars@gmail.com) | 작성일 2020년 08월 10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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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 꼭 남에게 보여주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라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의 이동 제한, 야외 활동 제한, 언택트로 인해 패션은 꽤 좋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 활동의 제한 때문에 남을 만날 일도, 밖에 나갈 일도 줄어들면서 새 옷을 구입할 일도 줄어들었다. 또한 옷의 제작, 물류, 판매 등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만들어야 하는 양 자체가 줄었으니 그 전처럼 만들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패션 브랜드의 스케줄에도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 매년 신제품을 선보여온 중심자리였던 패션위크는 코로나의 위험 때문에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그와 연관된 수많은 산업들 역시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사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패션위크 대신 자사 스케줄에 맞춰 컬렉션을 선보이겠다는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 사태는 스케줄 변동과 대안 마련의 시간을 앞으로 당긴 셈이다. 그냥 모르는 척 한다고 일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변화에는 대안이 필요하다.

 

캣워크를 넘어선 영상 컬렉션의 등장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새롭고 멋진 옷을 입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리고 바이러스의 위험 속에서 방어하며 사는 방법에도 서서히 익숙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많은 브랜드들 역시 캣워크를 선보이지 못하는 대신에 각자의 방식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영상을 이용한 방식이다. 기존에도 룩북이나 컬렉션 사진 외에도 영화처럼 만든 시즌 컬렉션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영상을 이용한 방식이 브랜드의 콘셉트를 전달하는 중심이 되었다. 특히 몇 개의 시즌 컬렉션이 디지털 패션위크로 치러지면서 브랜드들은 단순히 캣워크를 넘어서 각자의 특징을 살린 영상을 선보였다.

 

디올의 경우 2020 FW 오트쿠튀르를 마치 고대 전설의 SF 영화 같은 느낌이 나는 영상으로 만들었다. 오트쿠튀르답게 비현실적인 환상을 표현했다. 거기에 홈페이지를 통해 제작 아틀리에의 모습 등을 함께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다. 

 

발렌티노의 오트쿠튀르 역시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선보였다. 디올처럼 줄거리가 있는 방식은 아니지만 어두운 배경 속에서 여러 조명을 받으며 서커스를 하며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환상적인 이미지를 전달했다.

 

오트쿠튀르가 패션의 웅장하고 압도적인 모습을 전달하고 있다면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은 프라다의 경우 멀티플 뷰를 활용해 2021 SS 컬렉션을 다양한 방향과 시점에서 볼 수 있도록 했고 이를 통해 수많은 해석이 생겨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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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구찌>

  

밀라노 디지털 패션위크의 마지막 날에 선보인 구찌의 경우엔 에필로그(Epilogue)라는 제목으로 여러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12시간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했다. 

 

최근 패션쇼인 ‘다시 없을 의례(An Unrepeatable Ritual)’에서 캣워크 뒤에서 옷을 만드는 사람들을 조명했던 구찌는 패션쇼장의 설치부터 시작해 새 컬렉션을 선보이는 데 이르기까지의 총 과정을 라이브로 보여줬다. 특히 새 컬렉션의 옷을 구찌의 여러 부문 디자이너들이 입고 나온 모습도 흥미로웠다.

이러한 영상 컬렉션은 모두 그저 캣워크 위에서 벌어지는 행사로는 소화하기 힘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따지고 보면 예전의 패션위크는 바이어와 미디어를 위한 폐쇄적인 행사였다. 초창기 패션위크 현장을 보면 모델이 번호표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주문상 편의를 위해서다. 일반인은 이런 업계 행사를 볼 필요도 없었고 사실 의도적으로 업계와 소비자 사이의 정보 불균형을 형성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했다.

 

하지만 패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패션 관련 채널에서 촬영해 방송하기도 하고, 패션 잡지나 독립 포토그래퍼들이 컬렉션 사진집 등을 내기도 했다. 이제는 거의 실시간으로 캣워크 위에 등장한 새 시즌 컬렉션을 사이트에서 볼 수 있고 몇 년 전부터는 많은 브랜드들이 실시간 인터넷 스트리밍 중계도 시작했다.

 

모든 것이 바뀐 지금, 브랜드도 변해야

이렇게 패션쇼의 목적이 바뀌고 보는 사람의 범위도 넓고 방대해졌음에도, 모델이 옷을 입고 캣워크 위를 걸어가는 패션쇼의 방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딱히 바뀔 계기가 없는 경로 의존성 때문이기도 하고, 무언가 바꾸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실험의 위험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따르는데 그런 모험을 할 이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 갑자기 새로운 관객층에 새로운 목표와 보다 적합한 변화된 무언가를 선보여야만 하는 상황이 와버린 것이다. 

 

이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아가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는 않다. 특히 6월에 열린 런던의 디지털 패션위크에 대한 세상의 반응은 영 시원치 않았고 크게 이슈가 되지 않기도 했다. 모든 패션 브랜드들이 개혁적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브랜드가 기대고 있는 소비자 층이 누구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중요하다. 

 

꽤 많은 브랜드들은 여전히 현장 런웨이를 더 선호하고 있기도 하다. 파리가 9월에 런웨이 쇼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아마도 이탈하는 브랜드를 막고 현장 런웨이 이벤트를 통해 뉴스가 만들어지기를 여전히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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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발렌티노>

 

그렇지만 현장 런웨이 이벤트가 지금 상황과는 맞지 않다는 것을 아마 해당 당사자들도 알고는 있을 것이다. 온라인 쇼핑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어떻게 보지도 않고 제품을 살 수 있느냐는 사람들은 있었다. 

 

그런 과거를 믿고 탄탄하게만 보이던 이전의 방식을 고수하다보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잊혀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수많은 패션 브랜드들의 파산 뉴스에 온라인 시장에 대한 대응을 잘 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등장하고 있다.

 

런던의 디지털 패션위크 강행 소식이 의미하는 것은 패션 피플들이 아직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이벤트를 더 선호한다는 내용이 아니다. 캣워크를 스포츠 중계하듯이 중계해 봤자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아직 새로운 형식에 맞는 행사의 방법이 나오지 않았고, 캣워크를 대신할 방법도 나오지 않았고, 그것을 홍보할 방법도 나오지 않았다. 

 

온라인 시대, 갈 길이 먼 패션

게임이나 음악  관련 업계는 현재의 위기를 잘 넘어가면서 대형 온라인 행사들도 많은 참여자들의 관심 속에서 잘 치러내고 있는 모습이지만, 패션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올해는 패션이 본격적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해로 기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지 온라인 매장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앞에서 본 새로운 컬렉션 형식뿐만 아니라 실제로 이미 많은 브랜드들이 신제품을 선보이고 자신의 이미지를 전달할 온라인 플랫폼을 론칭하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패션위크가 사라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시대, 브랜드들은 과연 어떤 방식을 들고 나와 밀레니엄 이후의 새로운 세대에게도 의미있게 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력사항

  • 패션칼럼니스트
  • 패션붑(fashionboop.com) 운영.
  • 現 한국일보 패션 칼럼니스트
  • 2018년 ‘레플리카’ 저서
  • 2016년 ‘패션 vs 패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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