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시대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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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명광 비루트웍스 대표 (mkcho7@gmail.com) 작성일 2022년 08월 15일 URL 복사본문
이런 진화단계는 분절적이지 않고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무엇이 고객의 구매여정에서 어느 단계에 치중되어 있느냐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현재는 고객들이 상품을 선택하기 보다는 수많은 경험을 모아서 구매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시장제공물의 형태가 진화할수록, 고객의 경험이 중요해질수록 공급자가 더 힘들어지는 이유는 경험경제의 진화에 따라 공급자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의 경제적 가치가 올라가게 되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적 울림을 더 크게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셉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의 진화단계를 설명한 피라미드를 보면 쉽게 설명이 가능하다.
밀가루라는 형태의 재화는 1달러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케이크 믹스로 상품화하면 2달러 정도로 1달러의 부가가치가 추가로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밀가루는 가정에서 직접 사는 일이 점점 드물고 부침가루나 튀김가루 등 밀가루의 상위 상품들이 주로 마트에 나와 있다.
케이크 믹스를 사온 부모가 케이크를 만들어 주는 것도 매우 의미가 있지만 효율이나 제조실력 등을 따진다면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 혹은 백화점 식품관에서 케이크를 사다가 생일파티를 해 주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상품에서 서비스로 진화하는 것인데, 매장에 진열을 하고 생일 초와 폭죽을 붙여주고 판매사원이 골라주는 케이크는 10달러로 경제적 가치가 훌쩍 커지는 것이다.
이후에 아이의 생일파티를 키즈카페에서 멋진 의상을 입히고 친구들을 초대해 치른다면 100달러 이상의 돈을 써야 하지만 아이와 부모의 기억에 즐거운 경험으로 남게 될 것이다.
트랜스포메이션의 단계는 생일을 위해 디즈니 여행을 준비하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BTS 공연을 보러 가는 등 매우 높은 경제적 가치를 담고 있다.
결국 경제적 가치와 함께 자연스럽게 감정적 울림 역시 매우 커졌음을 이해할 수 있다.
때문에 경험경제시대에 필요한 것이 경험과 함께 고객의 감정을 어떻게 정의하고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시장에서 고객경험을 이루는 것들
고객경험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된다. 하나는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포함한 물리적 가시적 활동이다.
보통 상품에서는 그 상품 자체의 기능과 성능, 그리고 브랜드 등이 해당하고 서비스에서는 MOT(Moment of Truth), 진실의 순간이라는 뜻으로 상품이나 서비스가 고객과 만나는 순간을 말한다.
이는 터치 포인트(Touch Point)나 콘택트 포인트(Contact Point)로도 불릴 수 있지만 마케팅에서는 대부분 MOT로 불린다.
서비스란 형태가 무형의 상품이어서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개념화 한 것이다.
두 번째는 물리적 가시적 활동을 고객이 경험하게 되었을 때 발생하는 감정들(Emotions Evoked)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는 필수적으로 감정을 수반하게 된다.
갖고 싶던 휴대폰을 갖게 되었을 때, 더 좋은 차로 바꾸게 되었을 때, 내 집을 사게 되었을 때 기대를 수반하고 그 기대가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어질 때 좋은 감정(Good Emotions)이 동시에 발생하게 된다. 이는 효용과 편익과는 다른 의미다.
효용과 편익이 발생해서 만족하는 상황이 될 수 있지만 즐겁다거나 황홀하다 또는 재밌다, 환상적이다 하는 감정들은 그 이상의 무엇이 소비자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경험을 이루기 때문에 고객경험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가시적 활동은 컨트롤 가능한 범주에 가깝지만 고객의 감정은 공급자가 관리한다는 말 자체로도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절히 정의하고 딜리버리 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정의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나 기업이 성공하고 지속가능성을 획득한다.
고객경험의 구조 자체가 어려운 형태이다 보니 “고객경험이 중요합니다”라고 외부에서 외치거나 조직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하더라도 분화된 업무에서 일하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고객경험의 특징
고객경험은 시장제공물에 대해서 소비자가 기억하는 과거의 전부를 의미한다. 그래서 현재의 구매의사결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즉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상품이나 서비스의 미래 가치 판단의 근거로 삼고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전달되는 고객경험을 비교 평가하고 이를 자신의 가치판단으로 업데이트를 한다.
그리고 고객경험은 내 경험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간접 경험도 매우 유의미하게 내 가치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경향 때문에 기업들은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공을 들인다. 이를 바이럴 마케팅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블로거나 인스타그래머, 유튜버 등등 온라인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대부분의 매체나 사람들을 활용하여 좋은 리뷰를 남기고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들의 평가가 공정하거나 객관적이지 않기 시작했다. 광고 협찬을 받고도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것처럼 꾸미거나 심지어 ‘내돈내산(내가 돈내고 내가 산 상품)’이라며 거짓도 서슴지 않았다.
바이럴의 공신력이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그래서 점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의 리뷰나 평가에 더 집중하게 되었고 기업은 일반적 인플루언서보다는 팬덤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찾아서 팬덤의 영향력에 기대기도 한다.
제일 좋은 간접 경험은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지인들의 경험이다. 이들은 소비자에게 물질적 이득을 목표로 경험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고객경험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기업의 주장에 동조할 수 있도록 정보와 경험을 진정성 있게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경험은 기록하지 않으면 변질되고 급격한 변화에 대응이 느리다는 점이다. 공급자에게나 소비자에게 가시적인 성격의 상품이나 서비스는 그 자체가 기록물이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그 안에 녹아들기 마련이다.
즉 기억하기 쉽다는 뜻이다. 하지만 비가시적 감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퇴색하고 심지어 기억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
그래서 고객경험의 설계와 유지를 위해서는 꾸준하게 기록하고 정의하고 고객의 소리를 보관하고 업데이트 하면서 다람쥐 쳇바퀴처럼 계속 돌려야 하는 것이다.
고객경험의 4가지 속성
고객경험의 정의도 중요하고 고객경험이란 것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객의 구매의사 결정과정을 따라가 보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경험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고객경험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이를 잘 바닥에 잘 깔아 구조화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 속성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연결성’이다. 앞서 경험의 속성은 단편적이거나 분절화 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이 말은 우리 고객의 경험설계를 위해 필요한 모든 접점을 찾아서 연결될 수 있도록 자원과 인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고객의 구매의사결정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구조를 깔때기에 비교해서 ‘퍼널(Funnel)이론’으로 설명했다.
허나 이는 파이프라인 비즈니스라 불리던 시절, 즉 공급자에서 소비자까지 상품이나 서비스가 라인으로 제공되는 시절에나 통용되는 이야기다.
지금은 어떤가? 구글이 ZMOT라 명명한 이유가 인지 단계에 이르게 하는 여정이 너무나 복잡해져서 퍼널이론처럼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거기다 구매 단계에 이르기까지 단선적이지 않고 얽히고설킨 벌집 혹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과거의 소비자 여정으로 설계해서는 이제 생존하기가 매우 어렵고 소비자 선택을 받기 어려워진 것이다.
고객에게 우리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존재하는 것 자체를 인지시키는 일만 해도 채널의 양과 성격 그를 접하는 소비자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설계해야 하니 ‘돈 벌어먹기 힘든 세상’이란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두 번째 속성은 ‘즉각성’이다. 소비자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지연시키지 않는다.
과거에는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공급자의 정보에만 의지해 의사결정을 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천군만마가 인터넷 상에 있기 때문에 사전에 많은 정보를 접하고 오프라인 매장까지 가기도 전에 많은 감정들이 발생한다.
모든 감정의 발화가 접점마다 즉각적으로 발생하여 쌓이고 커지는 것이 고객경험의 중요한 속성 중의 하나이다.
첫 번째 속성과 연결되는 것은 이렇게 많이 연결되어 있는 고객경험에 더해 감정들도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 정의 내리고 구조화시키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중요한 것은 그 즉각적으로 발생하는 감정들이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과 특성에 대한 기억으로 형성되어 다른 소비자들에게 넛지(Nudge)로 작용하는 바이럴로 발전, 고객경험 여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세 번째 속성은 ‘개별성’이다. 이는 개인화시대가 되어서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매우 독립적인 존재여서, 자신이 경험한 바가 똑같은 조건하에 있었더라도 다른 사람과 서로 다른 감정으로 그 경험을 느끼고 정의한다.
개별성이란 말은 주관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객관적 지표는 있을지라도 객관적 경험이란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자신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매우 객관적이라고 설명하겠지만 이런 객관적 설명은 자신만 경험하고 느낀 것이기 때문에 매우 주관적이다.
이를 기업이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객관화 하려면 이런 개별적 경험을 최대한 비슷한 형태로 모아서 객관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고객에게 보여주는 많은 데이터들 중에 별점을 만들어 평가를 하게 하거나 점수를 주게 하거나 리뷰를 다는 과정을 세분화 하는 등 이런 개별적 주장들을 객관화하는 작업을 잘 설계해야 고객의 개별 경험을 평균화 시키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다.
때문에 많은 플랫폼 기업이 개별 경험을 객관화 시켜 플랫폼 참여자들이 서로를 평가하고 이를 플랫폼 유지와 성장에 중요한 자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하나의 속성은 ‘상호 작용성’이다. 고객의 경험은 흐르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흡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터치 포인트에서 만나는 감정들은 공급자의 일원과 함께 발전시킨다.
예를 들면 어떤 고객이 상품 구매단계에서 최고의 경험을 했다하더라도, 상품에 문제가 생겨 AS센터를 이용하거나 교환, 반품하는 과정에서 최악의 경험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터치 포인트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전체 구매 플로우에서 상품이나 서비스가 90%를 차지하더라도, 10%의 다른 터치 포인트에서 느끼는 실망감은 만족도를 마이너스 단계까지 끌어 내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까닭이다.
앞서 언급한 속성들 이외에도 많은 속성들이 있는데 고객경험은 이런 속성들이 잘 이어서 잘 설계된 여정에서 좋은 경험이라는 정의로 수렴한다.
최근 비즈니스 현장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고객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인데 중요한 것은 어렵기도 하다.
과거 고객을 중심에 두고 비즈니스를 관리한다는 ‘고객중심경영’이라는 말이 한국에 도착했다. 이때는 CS(Customer Satisfaction)라는 용어로 고객경험을 관리했다.
이때도 용어적 정의는 달랐지만 좋은 경험을 주고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전달하는 기본적인 개념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CRM(Customer Relationship Ma nagement)도 고객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의미로 이를 잘 관리해야한다는 정의였고, CEM(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도 고객경험 관리가 중요하다고 개념적 정의가 발전해 왔다.
이런 개념들 속에 기본적으로 깔린 키워드는 ‘경험’이다. 어느 단어에 방점을 찍었느냐의 문제일 뿐이었다.
다양한 형태의 용어와 구조화로 고객중심경영이라는 말이 진화해 오고 있는데 기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본질이 변하지는 않았다.
다양한 단어와 그림으로 고객경험을 정의했는데 이런 장문의 글로도 정확하게 소비자의 마음속을 알기란 어렵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시장은 상품지향에서 시장지향으로 고객경험지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원인은 결국 시장의 변화이고 소비자의 성장과 성숙이다.
이에 맞게 공급자도 다른 시장참여자들도 변하지 않으면 점점 생존이 어려운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고객경험은 고객경험 부서가 만들어 내는 서비스가 아니다. 기업이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철학이고 업의 본질이다.
따라서 기업 구성원 모두가 적절한 구조 하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미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란 어렵지 않을까 싶다.
경력사항
- 현 (주)디트리스, (주)코네이스 CEO/
씨엘앤코 대표컨설턴트/ 한양대사이버대학원 마케팅MBA 겸임교수 - 전 신세계 백화점 CRM팀 과장
- 현대캐피탈 고객전략팀 과장
- 타이드스퀘어 상품팀 부장
- 삼성카드 브랜드팀 차장
- 인스테리어 CMO
- 저서 : <마케팅무작정따라하기>, <호모마케터스>,<21일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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