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보이는 손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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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명광 비루트웍스 대표 (mkcho7@gmail.com) 작성일 2020년 08월 10일 URL 복사본문
독과점, 양극화, 갑질, 팬덤 그리고 브랜드 경험
아침에 눈을 뜨는 곳은 메모리폼 베개가 놓여있고 하얀 침대커버가 씌워진 라텍스 침대다. 핸드폰에서 울리는 알람을 끄고 화장실에 들어가 칫솔을 들고 치약을 묻히고 이를 닦고 면도크림을 바르고 4날 면도기로 면도를 한다.
그리고 지성피부라 아침에도 클렌징 폼으로 세수를 하고 모발영양성분이 들어있는 샴푸로 머리를 감고 건조기에서 뽀송하게 마른 수건으로 머리와 얼굴을 닦는다.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고 왁스로 스타일링을 하고 시리얼과 우유로 대충 아침을 해결한다. 입었던 잠옷을 벗고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향수를 뿌리고 시계를 차고 신발을 신고 가방을 들고 출근길에 나선다.
아주 간략하게 출근 전 도시인들의 타임라인을 정리해 보았다. 여성이라면 이 사이에 화장하는 과정이 들어갈 거다. 가끔은 지하철에서도 하겠지만….
이런 도시인의 모습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백여 년 전이다. 증기기관이 만들어지고 공장이 세워지면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들이 대량 생산되고 이를 대량으로 소비하기 시작했다. 앞서 출근에 필요한 상품들 중에 어떤 상품을 얼마만큼 만들어 낼 것인가가 공급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결정사항인데 이는 수요가 얼마나 늘어나고 줄어드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좋은 상품이 시장에 나타나면 수요가 몰리게 되고 그만큼 가격은 올라가고,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가격은 다시 내려간다. 이렇게 생산과 수요가 절충하면서 가격은 안정된다고 했다. 학교 때 배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다. 이는 영국의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가 내세운 사상으로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조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담 스미스가 말한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거의 불가능한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한데 시장이 완전경쟁이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 말은 곧 이상적이고 이론적이라는 뜻이다.
코로나19 때문에 공적마스크가 유통되었다. 공적이란 말은 시장의 손이 적용되지 않아 국가에서 마스크 생산과 유통을 조절했다는 의미다. 수요가 폭발하자 마스크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고 그에 따라 생산도 늘었지만 수요를 따라가질 못했다. 과연 수요만 따라가지 못해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 사이에 사재기라는 인간의 욕심이 작용하였다.
“정의의 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모든 사람은 자신의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도록 완전한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아담 스미스는 이같은 자신의 말처럼 규제가 효율을 만드는 방해가 된다고도 했는데 그가 말한 시장은 천사들이 구성원이고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아마도 신의 손 정도가 아닐까? 현재의 시장은 신이 아니라 인간에 의해 특히 욕심을 본성으로 장착한 시장의 보이는 손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렇다면 특정 방법론을 통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그런 보이는 손들은 어떤 종류가 있을까? 부정적인 손부터 긍정적인 손까지 하나씩 짚어보자.
시장의 원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손: 독과점
시장에서 하나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제공한다는 말은 독점 사업자로서 비즈니스 전략이나 마케팅 전략을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독점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개인이나 하나의 단체가 다른 경쟁자를 배제하고 생산과 시장을 지배하여 이익을 독차지함’이라고 쓰여 있다. 경쟁이 없으니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없다. 사실 돈을 번다는 입장에서는 최고의 효율일 수 있으나 소비자 입장에선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기업이 독점을 하게 되면 시장의 원리가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격을 정하는 일은 독점 사업자가 하면 되고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수요를 줄이는 것도 쉽지 않다.
과점도 이와 비슷한데 소수의 사업자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면 담합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독점과 비슷한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현대의 시장에선 담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선 해마다 독과점 기업들을 찾아내 시장의 원리를 따르라 말하고 있다. 2019년 이슈 중의 하나였던 배달의 민족의 M&A가 문제가 된 것도 합병이 이뤄지면 시장의 90% 이상을 딜리버리 히어로가 차지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 글을 PC 환경에서 읽는다면 대부분 윈도우라는 운영체계를 사용할 것이다. 미국의 한 조사기관에 의하면 2019년 8월 현재 윈도우의 시장점유율은 87.5%다. 이 정도면 사실 독점이다. 모바일에서도 이런 기업이 있다. 바로 구글이다. 모바일에서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80%대로 알려져 있다. 전체 디지털 환경으로 놓고 보면 시장 점유율에서 이미 윈도우를 넘어섰다고 한다. 모바일과 PC가 상호 경쟁하는 환경이 그나마 다행이다.
독점이 합법적인 경우도 있다. 공공사업은 독점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효율만으로 이뤄지는 비즈니스와는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공공사업은 효율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시장의 원리를 거부하는 부정적 보이는 손 독과점은 민간사업에서나 공공사업에서나 단점이 많다.
특히 수요자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앞선 이야기는 공급독점이지만 군납과 같은 수요독점도 있고 공급자와 소비자가 하나뿐인 쌍방독점도 있다. 독점은 어떤 형태건 부작용이 더 크다.
마르지 않는 돈줄을 가진 손: 양극화
시장은 신자유주의가 휩쓸고 가면서 양극화 구조가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 이는 단지 빈부의 양극화로 그치지 않고 사회구조 자체가 양극화되면서 시장도 양극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양극화가 좋은 현상이 아닌 이유는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장의 구성원들이 양극화로 인해 빈부격차가 심해지면 시장의 활기는 자연스럽게 사라져간다. 중산층의 소비여력이 시장의 원리를 만드는 핵심 세력인데 이들이 사라져가면서 시장의 공급자들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중견중소기업들 역시 생존하기 힘들어졌다.
대기업들도 경기가 좋지 않아지면서 돈이 되는 사업으로만 손을 뻗게 되고 결국 자원을 많이 가진 이들이 이기는 경기를 치르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독과점과 양극화 현상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플랫폼 비즈니스도 독점화가 되어가고 있는 등 코로나 이후 산업군마다 큰 기업만 살아남게 되는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계속 이슈가 되는 부동산 문제도 가진 자나 안가진 자나 각자의 소리를 내는데 사실 가진 사람들에게는 반가울 일이다. 자산이 증가하는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자산이 증가하면 더욱 자산을 늘리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시장이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매우 복잡한 세계가 부동산이니 비즈니스로 국한시켜 보면 비즈니스는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을 많이 한다. 속도가 비즈니스의 생명이 되면서 자원이 풍부하지 않으면 사실 리스크를 안고 가기가 어려운데 리스크가 클수록 리턴도 큰 것이 시장이다. 그리고 자원이 풍부하면 그만큼 리스크 대비에 발빠른 대처가 가능하기도 하고 제품을 단시간 내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사업을 궤도에 쉽게 올리기도 한다. 시장에는 이미 보이는 손들이 너무도 많다. 아담 스미스가 21세기에 태어났다면 국부론을 쓸 수 있었을까?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보는 눈과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갑질의 자리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가장 저질의 손: 갑질
전래동화를 읽다 보면 갑질의 역사는 유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놀부가 흥부에게 하는 짓이 그랬고, 팥쥐와 계모가 콩쥐에게 대하는 태도도 갑질이었다. 심지어 호랑이마저도 남매의 어미에게 떡으로 갑질을 해댔으니 할 말이 없다.
시장의 구조변화나 환경의 영향으로 보이는 손들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환경 속에서 자원이나 권력을 통해 갑질을 하는 것은 시장의 원리를 거스르는 가장 저질의 보이는 손이다.
공정이라는 키워드가 더욱 중요해지면서 갑질이라는 단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사실 유구한 문화를 가진 갑질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보이는 손일수도 있다. 갑을 관계에서 대부분 갑이 의사결정권이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경비원에 대한 갑질 사건을 보고 있자면 아담 스미스가 다시 일어날 지경이다.
일정 수준의 유리한 고지에서 벌이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행위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으나 갑의 지위를 남용하는 것은 시장을 교란시키는 나쁜 짓이다.
최근에는 갑질을 통해 기업의 평판뿐만 아니라 실적과 지속가능성까지 위협받는 현상들이 나타나면서 개선의 여지가 보이기는 하지만 힘의 논리는 거의 자연의 섭리와 같아서 사라질 현상은 아니다.
더욱이 재하청의 문화가 점점 확대되는 분위기 속에서 양극화까지 더해지고 사업자들의 생존에 대한 불안이 겹쳐져 시장에선 보이지 않게 갑질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보는 눈과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갑질의 자리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원할 것 같은 관계를 만드는 손: 브랜드와 팬덤
시장의 보이는 손들이 다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없던 현상들이 나타나면서 시장을 움직이는 새롭고 긍정적인 보이는 손이 보이지 않았던 역할을 하고 있다.
브랜드는 사실 현대 시장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생산자의 식별이나 책임소재 혹은 소유 등을 나타내기 위해서 아주 오래 전부터 나타났지만 현대의 브랜드는 과거의 식별이나 책임의 문제 정도를 대표하지 않는다.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 신발일지라도 나이키라는 브랜드가 붙었을 때와 인지도가 없는 브랜드가 붙었을 때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최근의 브랜드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 그리고 자아정체성까지 대변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도 높아지고 이런 로열티는 팬덤이라는 현상까지 만들어낸다.
연예인만 팬덤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많이 경험하고 있다. BTS의 성장에 아미를 빼고 논할 수 없듯이 배달의 민족 팬클럽 배짱이나 할리 데이비슨의 호그(HOG, Harley Owners Group)가 이미 입증을 했다. 이제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브랜딩(Branding) 활동은 현대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보이는 손이 되었다.
브랜드는 비즈니스가 되었다고 봐야한다. 과거 비즈니스의 이름표나 마크정도의 역할에 머물렀던 형태의 브랜드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고 브랜드가 주는 신뢰도나 소비자와의 관계성, 사회적 가치 등 기본적인 상품이나 서비스의 속성에 더해 수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비즈니스 자체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보이는 손은 기업의 크기에 상관없이 노력과 정성으로도 만들어지고 있으니 그나마 시장에서 보이는 손 중에는 긍정적 역할은 하는 손이다.
오감으로 기억하는 손: 경험
한남동, 성수, 을지로, 홍대, 압구정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힙한 동네들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또 다른 공통점은 기업들이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하게 하려는 플래그십 스토어나 체험 공간을 만들거나 팝업 스토어를 만드는 것이다.
과거의 상품이나 서비스는 본질적 서비스에 집중을 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개인화되자 상품이나 서비스만으로는 소비자에게 더 이상 어필할 수 없게 됐다. 기능성과 효능, 품질은 기본이고 이제는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경험을 선물하는 시대가 됐다.
과거 선글라스는 여름에 주로 사용하는 소품으로 외산 브랜드들의 독무대였지만 이를 깨고 독자적인 영역을 넓히며 세계로 진출한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하나의 예가 되겠다.
매장마다 젠틀몬스터가 추구하는 철학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와 전시 그리고 직원들의 응대는 외산 브랜드들이 말하는 품질이나 기능이 전부가 아님을 증명하였다.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360도 경험이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를 만들고 친구나 본인의 다른 자아처럼 느끼게 하면서 소비자의 팬덤을 만들어 갔다. 아모레퍼시픽이 성수에 아모레 성수라는 체험공간을 만든 것도 같은 이치다.
앞서 브랜드와 팬덤에 대해서 이야기 했지만 팬덤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매우 긍정적이고 호감의 경험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기업이 경험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다. 경험은 시장을 흔드는 또 다른 긍정적인 보이는 손이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시장을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라. 그래야 모두가 이익을 얻는다”라고 했지만 현대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해결되지 않는 복잡하고 정의하기 어려워진 곳이 되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원칙론이 기본이지만 보이는 손들에 의해 시장의 왜곡되기도 하고 균형을 찾기도 한다.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이유는 인간이라는 손에 맡겨진 시장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코로나 이전에도 이미 시장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였지만 코로나 이후 시장은 세계 전체가 안개 속이다. 이런 시장 환경에서 기업이든 개인이든 생존하기 위해서 보이든 보이지 않든 어떤 수를 써야 하겠지만 시장의 붕괴를 초래하는 악수는 두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경력사항
- 현 (주)디트리스, (주)코네이스 CEO/
씨엘앤코 대표컨설턴트/ 한양대사이버대학원 마케팅MBA 겸임교수 - 전 신세계 백화점 CRM팀 과장
- 현대캐피탈 고객전략팀 과장
- 타이드스퀘어 상품팀 부장
- 삼성카드 브랜드팀 차장
- 인스테리어 CMO
- 저서 : <마케팅무작정따라하기>, <호모마케터스>,<21일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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