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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VM/이동숙

팔리지 않는 매장 만들기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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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동숙 한국VM연구회부회장 (mpersons@hanmail.net) | 작성일 2021년 08월 30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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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일본의 세일 풍경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도쿄 출장 때마다 방문했던 하라주쿠 쇼핑몰들은 늘 참신한 디자인과 독창적인 공간 전개를 선보였다. 하지만 세일기간이 되면 진풍경이 펼쳐졌다. 

 

데이터 스모그

그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쇼핑몰들은 돌변해 건물 전체가 거의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각종 포스터와 가격고지 안내판이 공간을 도배했다. 

 

직원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플래카드를 들고 춤까지 추는 풍경은 시끌벅적한 우리네 전통시장과 묘하게 닮았다. 이렇게 매년 일본 세일기간 풍경은 무척 흥미롭지만 결정장애를 일으켜 무엇을 사야 할지 당황하게 했다.

 

수많은 데이터 모두가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매일매일 쏟아지는 과잉정보들은 마치 답답한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스모그와 같은 영향을 준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셍크(David Shenk)는 저서 〈데이터 스모그〉에서 쓸데없는 정보가 마치 공해처럼 개인의 삶에 피해를 준다는 의미에서 정보 폭식 시대의 반작용을 우려했다. 

 

디지털 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수많은 정보들을 접하지만 정작 가치 있는 정보에 대해 선별하는 인식과 시간적 여유는 없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광고 문자와 이메일을 받고 있으며, TV 시청을 비롯해 SNS에서도 매일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간다.

 

이러한 데이터 스모그는 우리의 인식과 사고의 질을 떨어뜨려 정보피로증후군에 시달리게 한다. 그렇다면 데이터 스모그 현상은 온라인에서만 일어날까? 어쩌면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더 빈번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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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가 많으면 구매결정에 어렵게 만든다.photo 구글>

 

선택지가 많을수록 구매 포기

온라인은 가격을 비롯해 모든 것을 비교하는 공간으로써 클릭 속도만큼 빠른 구매결정을 유도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시스템인 온라인 이용이 급증하면서 소비자는 더욱 빠르게 쇼핑을 해결하기에 이르렀다. 코로나19 사태가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찾고 구매하며 소비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한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와 비대면 플랫폼의 활성화는 오프라인 소비를 크게 위축시켰음에도 오히려 비대면 시대를 맞아 오프라인 매장에 공들이며 파격적인 공간 전개로 소비자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들도 있다. 

 

이러한 기업의 행보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획득하게 하고 결국 브랜드 선호와 충성고객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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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돈키호테>

 

이렇게 시대적 배경과 소비자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최적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과거에 성공을 안겨줬던 익숙한 전략을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근시안적 브랜드도 많다. 옛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들은 시대 흐름과 소비자의 안목을 따라가지 못해 결국 뒤처지면서 외면받게 된다. 

 

잘 팔리는 매장의 비즈니스 전략

매출이 낮은 매장일수록 데이터 스모그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저해하는 복잡한 매장 레이아웃과 상품 전개, 넘쳐나는 정보들로 결정장애를 일으키는 환경 그리고 흥미롭지 않은 공간디자인 등이 매출이 저조한 매장들의 특징이다.

 

즉 소비자보다는 판매자 관점으로 매장을 운영해 소비 욕구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그렇다면 잘 팔리는 매장들은 어떤 특징들이 있을까.

 

1. 단순한 공간구성 


오프라인의 강점은 ‘바로 구매’이다. 제품을 선택하면 즉시 손에 넣을 수 있다. 반면 제품 비교구매나 상품설명이 온라인보다 부족하고 결정적으로 상품을 바로 가질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오프라인의 강점은 부각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매장환경과 시스템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매장 레이아웃(배치) 기술에 따라 고객이 상품을 쉽게 찾고 오랫동안 머물게 하여 더 많은 상품구매를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입구부터 빼곡한 상품진열과 각종 포스터를 전개하기보다는 고객이 들어가기 쉽고, 상품을 빠짐없이 한눈에 볼 수 있는 동선 확보 등 소비자 중심 레이아웃 기술이 중요하다. 

 

소비자는 매장에서 상품을 보물 찾듯이 헤매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이를테면 매장 콘셉트가 일본 돈키호테의 만물상처럼 정신없는 분위기를 표방하지 않는 이상 매장은 단순하고 쇼핑 과정이 편리할수록 소비자는 더욱더 오래 머물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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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정보에 집중할 수 있는 레이아웃과 상품전개>

 

2. 카테고리 휴리스틱


많은 정보에 둘러싸여 있는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공간에서만큼은 여유롭길 기대한다. 무수히 많은 상품들과 광고물에 휩싸인 공간이라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그 공간에서 나가고 싶어 한다. 

 

선택지가 많으면 의사 결정 과정에서 과거 경험이나 주관에 의존해 빠르게 판단해 구매를 결정하는데, 이처럼 직관적 판단에 의존하는 행동 법칙을 ‘휴리스틱(heuristic, 어림짐작)’이라 한다.

 

휴리스틱은 제안된 정보와 시간적 제약이 있을 때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현실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판단을 내리는 접근법이다.

 

이러한 휴리스틱 방식으로 제품을 카테고리별로 묶어 볼륨 전개를 하거나 주력상품과 연관상품을 연계해 구성하면 구매 의사 결정을 빠르게 돕는다. 여기에 효과적인 레이아웃 설계는 카테고리 휴리스틱 효과를 더욱 높인다.

 

3. 적절한 인스토어 프로모션


인스토어 프로모션(In-Store Promotion: ISP)이란 점포 내에서 각종 판매촉진을 통해 구매율을 높이는 제반 활동을 말한다. 가격 인하, 전단, 쿠폰, 신상품, 샘플링 등 최소의 촉진 비용으로 고객의 구매와 객단가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인스토어 프로모션을 잘 활용해 고객 스스로 정보를 판단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적재적소에 정보를 노출하면 충동구매로 연결된다. 하지만 지나친 ISP 표현은 오히려 고객의 선택과 구매 결정에 방해요소로 작용하므로 적정선을 지켜야 한다.

 

4. 독창적인 공간 디자인과 체험


매장은 물건을 두는 곳이 아니다. 상품만 가득 채워진 매장은 창고와 다를 바가 없다. 매장은 공간과 고객 그리고 체험요소가 조화를 이뤄야만 구매로 이어지고 브랜드를 인식할 수 있는 이미지로 작용한다. 

 

즉 공간을 둘러싼 환경은 소비자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공간 디자인은 새로운 영감과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제품과 이어진 체험 요소들은 브랜드를 인식하게 하여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호감도를 높인다.

 

 

5. 매장의 주인공은 상품이다


리테일 매장을 연극무대와 비교해보자. 배우를 상품이라 생각하고 화려한 무대장치들로 꾸며진 연극을 관람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아무리 무대장치 및 음향이 뛰어나도 주인공의 발 연기는 관객에게 감동을 전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공간 디자인과 비주얼 머천다이징이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상품이 고객 니즈(디자인, 품질, 가격 등)에 부합되지 않는다면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상품을 담는 공간 디자인은 분명 중요하지만 매장의 주인공은 역시 상품이다. 

 

다시 일본 세일풍경에 대해 이야기를 해본다. 그 기간에 쇼핑몰은, 고객 편의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오히려 구매하기 어려운 매장환경이 된다. 그런데도 현장은 마치 하나의 축제와 같았고 고객들은 직원들과 환호하면서 세일을 즐기고 있었다. 

 

세일이 끝나면 바로 기존의 세련되고 독창성을 내뿜는 매장으로 돌아간다. 즉 세일기간과 상시기간의 환경 조건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아마도 매장이 일 년 내내 세일처럼 혼란스러운 환경이라면 고객은 새로움과 흥미로움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많은 선택지는 ‘데이터 스모그’가 되어 피로감만 가중시켰을 것이다.

 

경력사항

  • 現) 한국VM연구회 부회장
  • 前) 롯데면세점, 동화면세점 VM 디렉터
  • 前) 에르메스 코리아 VM 디렉터
  • 前) 롯데백화점 VM 연출 실장
  • 구찌, 샤넬 VM 기획 연출
  • 롯데마트, LG유플러스 등 자문
  • 마이 워너비 스타일링 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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