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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VM/이동숙

왜 성수동에 집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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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동숙 한국VM연구회부회장 (mpersons@hanmail.net) | 작성일 2020년 11월 30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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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은 도시의 세련된 풍경을 마주하긴 어렵지만 낡고 거친 것을 그대로 품은 건축물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계음이 오히려 더딘 속도로 변해가는 동네 속으로 끌리게 한다. 점심시간 때나 주말에는 온통 사람들로 거리가 북적이고 긴 줄을 서야하는 맛집이나 상업시설 공간도 쉽게 볼 수 있지만, 평일 점심시간이 지나면 금세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해지는 동네가 성수동이다. 

 

골목골목을 거닐다 보면 도심 속 과거의 흔적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성수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수공업 근원지이며 최근 MZ세대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장소다. 오래된 건물과 공장들이 많은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젊은 크리에이터와 청년 기업가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까지 이 곳으로 집결하고 있다.

 

공용 업무 공간 헤이그라운드가 문을 연 이후 성수동에 소셜벤처밸리가 형성되면서 젊은 창업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국내외 브랜드들 역시 속속 성수동에 터를 잡으니 이제는 소비자가 먼저 찾는 장소가 되었다. 원래 성수동은 수제화 거리로 유명했을 뿐이지만 몇 년부터 낡은 공장이나 건물을 재생한 감성적 카페와 유명 맛집이 하나 둘씩 생겨나자 20~30대층 유입을 이끌었다. 이에 관련업계는 새로운 비즈니스 중심으로 떠오른 성수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왜 성수인가? 

성수동은 1960년대부터 수제화, 인쇄, 자동차 정비, 섬유산업 등 지역기반 산업이 발달한 대표적인 준공업지역으로, 현재까지 그 맥락이 이어오고 있다. 공장으로 가득한 성수동 일대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이후 서울숲이 조성되고 고급형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면서 부터다. 

 

폐공장을 활용한 갤러리, 카페, 복합문화시설 등과 함께 예술인들이 모여들고, 청년 크리에이터, 스타트업 등이 성수동에 집결하면서 문화구역으로 서서히 바뀌어갔다. 이렇듯 문화 중심지, 비즈니스 중심지가 된 성수의 키워드는 바로 공간재생이다.

 

서울시와 성동구는 오래된 건물을 지역의 건축 자산으로 보전 및 지원하기 위해 관련 사업에 힘을 실었다. 특히 붉은 벽돌 마을을 성수동을 상징하는 새로운 명소로 삼아 지나온 과거와 오늘날의 가치가 공존하도록 했다. 그 결과 성수 일대는 곳곳에서 붉은 벽돌 건축물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신축 건축물조차 외관 외피 디자인 일부를 붉은 벽돌을 활용할 만큼 ‘붉은 벽돌 건축물 보전 및 지원 사업’이 활발하다.

 

기본적으로 붉은 벽돌의 건물과 공장들을 훼손시키지 않고 새로운 용도에 맞게 되살려 성수동만의 로컬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그 대표적인 곳이 대림창고, 어니언, 그리고 성수연방이다. 이 세 곳은 기능이 상실돼 버려진 공장과 창고를 ‘날 것의 美’를 그대로 살려 공간재생시킴으로써 성수동을 젊은이들의 ‘힙한’ 장소로 떠오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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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창고>

 

성수동만의 콘텐츠

성수동은 대림창고 이후 개성 있는 공간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복합문화공간, 공유오피스, 카페 등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동안 성수는 강남과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기계음을 내는 준공업지역이자 유행과는 거리가 먼 낡은 곳이라는 인식으로 20~30대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MZ세대에겐 요즘 성수동은 을지로, 연남, 이태원에 이어 새로운 복고, 즉 뉴트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경험의 공간, 문화의 공간 등 다양성과 가변성을 가진 성수 고유의 색깔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과연 성수동이 브랜드들과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은 매력은 무엇일까?

 

뉴트로 영감과 경험 

MZ세대가 성수동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경험하지 못한 공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각형 중심의 아파트에서 자라고 좁은 교실과 사무실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젊은 세대들은 지역 자체의 숨겨진 모습과 개성이 드러나는 사람 또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성수동에서 그들만의 감성을 채운다. 

 

또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시각적 기록물을 남기고 싶어 하는 MZ세대에게 성수동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로컬의 특색이 살아있는 신세계가 되어 주었다. 특히 MZ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7080세대의 레트로한 감성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낡음을 재해석한 과거를 발견하고, 현대적인 요소로 과거를 재정립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하이트진로가 80년대 주점 재현한 ‘두꺼비집’ 팝업스토어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침대는 없지만 복고 느낌 물씬 풍기는 공구류 등 옛 감성을 즐기는 트렌드한 방법을 제시했다. 이들 브랜드는 디자인에 민감한 젊은 세대에게 아날로그 감성의 스토리텔링으로 브랜드 고유의 색깔을 보여줌으로써 7080세대는 물론 새로운 문화로 ‘힙’해지고 싶은 젊은 세대에게 뉴트로를 충분히 느끼고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성수동의 상징, 붉은 벽돌

뉴트로의 영감과 경험을 증폭시켜준 일등공신은 성수동의 붉은 벽돌로 지어진 공간들이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붉은 벽돌 건축물과 그 공간을 새롭게 재해석한 공간 디자인 콘셉트는 방문자에게 성수만의 감각을 발신한다. 

 

60년대 지어진 창고나 공장 등 유휴 공간이 2011년 이후 재해석되면서 붉은 벽돌 콘셉트 지역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성수동은 ‘푸른색’의 매장 인테리어를 강조해온 미국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마저도 성수동 붉은 건축물에 한국 1호점을 입점시킬 정도로 힙스터들의 성지가 됐다. 최근엔 복합문화공간 ‘성수낙낙’이 붉은 벽돌 건축물에 6개월간 팝업스토어 이케아 랩(IKEA Lab)을 입점시키는 등 성수동은 도심 속 지속가능성의 실험 공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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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낙낙 이케아 랩>

 

다양한 콘텐츠와 만남

코로나 상황에도 브랜드들은 어느 때보다 오프라인 공간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비대면, 온라인 가상공간에서 오는 심미적 외로움이 활발한 커뮤니케이션과 새로운 경험의 요구로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는 즉각 마케팅에 반영된다. 

 

브랜드는 코로나 상황일수록 소비자와의 친밀한 관계 유지를 위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과 커뮤니케이션을 연결하는 차별화된 오프라인 공간을 시도한다. 특히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를 겨냥한 공간이 속속 오픈하고 있다. 아모레성수, 공간와디즈, 루이스폴센 등을 비롯해 아더에러, 무신사, 젠틀몬스터 브랜드 역시 집결하고 있으며 성수동을 ‘패션 클러스터’로 탈바꿈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캐주얼 브랜드 아더에러가 지난 6월 성수동에 오픈한 ‘아더스페이스 2.0’는 스토어와 체험 전시공간 콘셉트로 경험의 공간, 사고 전환의 공간으로 인식돼 고객들로 항상 붐빈다. 아모레성수는 자동차 정비소를 새로운 뷰티 라운지로 탈바꿈하여 문화예술적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과 친밀한 소통과 관계를 이어간다. 이들 공간의 특징은 제품을 판매하려는 목적보다는 제품과 공간 그리고 브랜드의 가치를 담아 고객과 더 친밀한 접점을 만들기 위함이다. 온라인에서 전달하기 어려운 브랜드 가치를 오프라인을 통해 고객과 공유하려는 것이다.

 

MZ세대가 명동, 가로수길, 강남 등 전통적인 비즈니스 구역이자 트렌드 메카로 인식된 장소보다 성수동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품을 구매하기보다는 경험의 공간, 즐길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높은 공간 수요와 지역 특색을 기반으로 한 성수동은 개성이 강하고 젊은 세대에게 문화를 반영하는 로컬로서 타 지역과 구분된 그 지역만의 고유 자원과 차별화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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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 성수>

 

성수다움이 있다

성수동은 도시산업의 변화로 인해 주거기능이 강화됨에 따라 공업기능이 쇠퇴한 지역이다. 2000년대 이후 도시재생이 일어나면서 각종문화를 통한 재생이 자생적으로 시작되었다. 대림창고를 시작으로 성수 골목골목마다 지난날 공장이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붉은 벽돌로 지은 건축물, 다소 거칠고 날 것 이미지의 널찍한 공간, 그리고 그 공간에 새로운 경험 요소들을 담아내어 소비지가 스스로 브랜드를 먼저 찾게 하는 문화와 공간콘텐츠를 구현해냈다. 

 

성수동에 자리 잡은 많은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상품이나 공간을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대신 소비자가 먼저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도록, 젊은 감성의 ‘힙함’을 더했다. 소비자에게 좀 더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상상을 자극하는 아이디어를 줄 수 있는 공간으로 성수동만의 감성과 이야기를 풍성하게 담아내 성수다움을 지역과 공간에 녹아낸 것이다. 즉 지역의 특색을 살린 성수다움이야말로 브랜드가 성수동에 집결하는 이유다.​ 

경력사항

  • 現) 한국VM연구회 부회장
  • 前) 롯데면세점, 동화면세점 VM 디렉터
  • 前) 에르메스 코리아 VM 디렉터
  • 前) 롯데백화점 VM 연출 실장
  • 구찌, 샤넬 VM 기획 연출
  • 롯데마트, LG유플러스 등 자문
  • 마이 워너비 스타일링 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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