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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자루에서 나일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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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승재 트루헤이븐 대표 (truhaven.design@gmail.com) | 작성일 2020년 10월 12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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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전 세계 경제를 마비시킬 정도로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패션 업계 또한 많은 기사에서 보듯이 그 여파가 상당하지만 성장세를 보이는 일부 업종들도 있다. 성장이 충분히 예상되어온 배달 서비스를 비롯해 대중교통을 대신할 수 있는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즉, 자전거를 비롯한 개인용 운송수단 부문이 언택트 시대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패션 아이템 가운데도 상승세를 나타내는 업종이 있다. 바로 골프이다.

 

야외에서 적은 수의 사람들만이 움직이는 특성으로 감염의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아 다른 스포츠나 모임에 비해 선호되고 있으며, 해외 원정을 나갈 수가 없다보니 국내 시장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한 변화가 국내 골프 소비자들의 소비패턴까지도 바꿔 나가고 있는 요즘, 마침 골프 가방들을 디자인하면서 골프를 둘러싼 취향과 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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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토미스 아너’의 한 장면>

 

무겁고 긴 자루에 클럽을 담다

골프의 기원은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하키 비슷한 놀이가 스코틀랜드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게임으로 변형, 시작이 되었다고 한다. 그 척박한 땅과 풀만 가득한 언덕에서 다른 게임은 가능하지 않은 듯하다. 그저 막대기로 공을 치는 방식으로 당시 서민들의 주력 놀이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1860년에는 스코틀랜드 최고의 골퍼를 정하기 위해 8명의 골퍼를 초청하는 디 오픈 챔피언십(세계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이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승상금 같은 것은 없었고 우승상품으로 가죽 벨트가 증정됐다고 한다. 아아, 스코틀랜드여(이와 관련된 영화로 2016년도에 제작된 ‘Tommy’s Honour’라는 영화가 있다. 호흡이 느려 조금 지루할 수도 있지만 참 잘 만든 영화이다).

 

골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로 급속하게 퍼져 나가면서 인기를 끌게 되었고, 이는 지역 문화에 가까웠던 골프가 급속도로 발달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골프 클럽, 신발 및 가방을 비롯한 여러 장비에서 기술적인 발전이 두드러졌다.

 

20세기 초, 골프 클럽을 가지고 다니던 방식은 지극히 간단했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클럽을 로프로 묶어 가지고 다니던지, 천으로 만든 긴 자루에 넣어 메고 다녔다. 조금 사정이 좋은 귀족들은 가죽을 사용했지만, 여전히 기다란 자루를 지니고 다녀야 했다.

 

스코틀랜드의 혹독하고 거친 날씨에는 어떤 것이든 매우 불편했을 것이라고 짐작되지만 당시에는 몇 개 안 되는 클럽만을 들고 다녔기에 큰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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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골프백>

 

나일론의 등장과 골프가방의 변신

이후 골프 클럽과 골프공이 발전되고 장비가 확장되면서 스코어를 낮추는 방법이 생기기 시작하자 골프가방은 골퍼와 뗄 수 없는 필수 요소가 됐다. 

1900년대 초의 일반적인 골프가방은 단순한 원통형 구조로 바닥에 있는 둥근 금속 베이스가 가방의 기초 역할을 했다. 이런 구조는 가방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자체의 무게를 줄이는 설계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캐리어가 여전히 무거운 캔버스 또는 가죽 소재로 만들어졌고 일부 가방들에는 견고함을 높이기 위해 내부에 금속 프레임을 넣기도 해 여전히 무거웠다. 

 

그러다 1939년에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진다. 이때 미국골프협회(USGA)가 골프 경기에 사용할 수 있는 클럽의 수를 최대 14개로 정하게 되자 골프 가방을 만들던 제조업체들에게도 제품을 만들 때 필요한 지침이 생긴 것이다. 당시 골퍼들은 골프 가방을 직접 들고 움직였고 자신의 클럽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선호했다. 그러다 보니 위에서 언급한 무거운 소재의 가방들은 엄청난 짐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마침 같은 해에 듀폰사에서는 나일론을 개발해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골프가방 제조업체들은 나일론과 플라스틱을 사용한 경량의 가방들을 만들어냈다. 금속프레임 대신 플라스틱 프레임을, 무겁기만 했던 캔버스와 가죽 대신, 꿈의 섬유라고 불리던 나일론을 적용했다. 그 결과 외부 구조는 이전에 비해 절반의 무게를 실현했고, 무겁던 옛날의 캐리어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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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한 디자인의 AMCR 골프백>

 

골프가방의 둘러싼 이야기

1980년대에 들어서 최초로 가방을 세울 수 있는 스탠드가 내장된 새로운 형태의 골프가방이 만들어지면서 설계기술의 발전을 가져왔다. 가방이 수직으로 서 있지 않고 3점 형태로 서 있으니 가방 자체의 오염도 덜 하면서 골퍼들이 클럽과 다른 장비들을 쉽게 꺼낼 수 있어 현대까지 매우 선호되고 있다. 이 밖에도 외부에 여러 장비들을 담을 수 있는 포켓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가방의 윗부분을 덮는, 접고 열거나 떼어낼 수도 있는 후드를 부착하는 등 클럽을 보호하고 이동을 편하게 하는 요소들이 많이 추가되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국내에서 선호되는 가방 스타일과 미국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골프 문화는 늘 캐디가 따라붙어 짐을 운반해 주고 카트를 타고 이동을 하는 형태다보니 직립형 가방을 선호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개인이 직접 가방을 메고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스탠드형 가방에 배낭을 메는 것 같은 X자형 스트랩이 부착된 것을 많이 사용한다. 

 

이렇게 먼 길을 지나온 골프가방을 편리하고 모던하게 만드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지금의 디자인은 이후에 어떤 얘깃거리를 만들 수 있을까?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경력사항

  • 現) 트루헤이븐 대표 / 프리랜스 디자이너
  • 前) LF 버튼 스노우보드 디자인실장
  • 前) 프로스펙스 디자인실장
  • 前) MCM 디자이너
  • 前) 인터메조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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