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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世紀少年의 울트라리스크/이학림

또 다른 Space Age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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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학림 스트리트캐주얼 ‘FL… (haklim.lee77@gmail.com) | 작성일 2021년 01월 11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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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에 개봉한 영화 ‘제5원소’. 이 영화를 언급할 때마다 항상 떠오르는 장면 중 첫 번째는 장 폴 고티에가 디자인했던 밀라 요보비치의 ‘붕대 드레스’이고, 두 번째는 아직도 꿈에 나올까 무서운 푸르딩딩한 촉수를 가진 외계인의 오페라 공연 장면이다. 

 

이 영화는 무려 당시 가장 잘 나가던 감독 중 하나인 뤽 베송이 제작했으며, 아마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이 영화에는 꽤 기괴한 스타일의 개리 올드먼도 출연했다. 여기까지 알고 있는 사람들조차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겠지만 이 영화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238년 후인 2259년의 뉴욕이다.

 

1997년 즈음에 세상에서 가장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생각한 뉴욕은, 2259년 기점으로는 세워진 지 400년 쯤 되어있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전형적인 모습이었고, 건물들 사이를 스파이더맨이 아닌 자동차와 통통배들이 맥도널드의 초대형 전광판 사이로 날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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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5원소'의 한 장면>

 

최근 여러 이유로 이슈가 되고 있는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이 그리는 2077년의 모습 역시 제5원소의 배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방랑자(Nomad), 부랑아(Street Kid), 기업요원(Coporate) 중에 직업을 고를 수 있다. 방랑자를 선택하는 경우 게임의 중심이 되는 ‘나이트 시티’ 외곽을 떠돌면서 고철 처리장을 털고 연료 저장소를 습격하면서 생활하게 되고, 부랑아를 선택하면 길거리 갱단과 마약상, 창녀들과 어울리며 말 그대로 부랑아의 삶을 경험하게 된다. 

 

왠지 엘리트스럽고 그럴 듯 해 보이는 기업요원을 고를 경우라고 해도 세계 최대의 악덕 기업 내부의 권력 다툼으로 인해 회사에서 쫓겨나, 용병으로서 암살을 사주 받거나 기업 간의 테러나 납치 등 결국은 앞의 두 직업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 어두컴컴한 인생을 경험하는 것뿐이니, 이 게임을 만든 이들이 미래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는 굳이 더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이 외에도 1988년作인 ‘아키라’, 1992년作인 ‘공각기동대’ 등 근(近)미래를 그렸던 수많은 작품들이 묘사하는 ‘미래사회’는 온통 차갑고 잔인하며 인간이 기계화된 암울한 세상들뿐이다. 

 

우주시대와 ‘스페이스 디자인’

2020년 12월 29일, 이탈리아 출신의 프랑스 디자이너인 피에르 가르뎅이 향년 9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우리에게는 양말과 우산으로 (매우 잘) 알려진 이름이지만, 사실은 샤넬, 크리스챤 디올, 이브 생 로랑의 뒤를 이어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패션계에 큰 획을 그었던 패션 디자이너였다. 무엇보다도 피에르 가르뎅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은 1970년대부터 80년대에 이르는 ‘스페이스 디자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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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피에르가르뎅>

 

실제로 가르뎅은 1969년, 아폴로 우주선의 역사적인 달 착륙 이후부터 우주여행과 우주탐험 등 성큼 다가온 미래시대에서 영감을 얻어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시도했다. 1970년에는 직접 나사를 방문해서 닐 암스트롱이 입었던 실제 우주복을 입어보기도 했고, 나사에 우주복 디자인을 제안하기까지 했을 만큼 우주와 미래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 피에르 가르뎅 뿐 아니라 앙드레 꾸레쥬, 파코 라반 등 여러 패션 디자이너들이 미래 지향적인 패션을 선보였다. 재미있는 점은 이제 막 미래를 바라보기 시작하던 그 시기의 디자인들과 세계관은 앞서 언급한 암울하고 사람 냄새 나지 않는 삭막한 느낌이 아니라, 마치 꽃이 개화하는 듯한 밝고 명랑한, 새 시대를 잔뜩 기대하고 있는 듯한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이제 막 달나라에 우주선이 도착했으니 곧 문어같이 생긴 우주인과도 만날 것이고, 지구 밖에서 살아가게 될 신나는 미래만이 그려지던 시기였기 때문이리라.

 

포스트코로나와 ‘Space Age’

결국은 돌고 돌아 또 코로나 이야기이다. 여전히 코로나는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고, 매일 새로운 감염자 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동시에 백신이나 치료제의 소식이 매일같이 업데이트 되고 있다. 큰 변수가 없다면, 아마도 올해 언젠가 즈음에는 지긋지긋한 마스크를 벗기 시작하지 않을까. 

누군가가 말했듯 세상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것이다. 

 

바꿔 말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우리나라가, 전 세계가 각자의 입장에서 그려온 청사진이 어떤 것이었건 관계없이 그것들은 거기까지로 마무리하고, 모두가 거의 비슷한 선에서 다시 출발하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할 시기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고, 어느덧 눈에 띄게 가까워졌다는 사실이다. 

 

물론 어떤 영화들은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이 멸망했다거나 인류가 멸종한다거나 하는, 코로나와 비슷한 상황을 표현하기도 했었지만, 2020년에 보이지도 않는 시시한 바이러스 때문에 온 세상이 이렇게까지 뒤집히고 엉망이 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패션의 형식이 크게 바뀌었듯,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그만큼은 아닐지언정, 최근 겪어보지 못했던 큰 틀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한 달에 한 두 번씩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일상생활이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맛집 음식을 배달시켜놓고 방에서 보는 것이라고 여겨지기 시작했고, 2020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에게 학교생활이란 온라인수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올해까지는 이 형국이 지속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이쯤 되면 이제 언제 코로나가 끝날까보다는 도대체 이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 우리의 미래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세계의 미래는 어떤 그림이 될지, 어떤 색깔이 될지 너무 기대되지 않는가? 

이제 또 다른 ‘Space Age’가 찾아오고 있는 지도 모른다. ​ 

경력사항

  • 現 ) 스트리트캐주얼 ‘FLUX’ director
  • 前 ) 서울패션위크 Generation Next Seoul 참가
  • 前 ) 20th Century Forgotten Boy Band 디자이너
  • 前 ) 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 Men's wear B.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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