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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世紀少年의 울트라리스크/이학림

‘K-땡땡’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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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학림 스트리트캐주얼 ‘FL… (haklim.lee77@gmail.com) | 작성일 2020년 09월 14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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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타계한 칼 라거펠트는 어쩌면 ‘Karl’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 중 칼 막스 다음으로 유명한 인물일지 모르겠다. 

 

긴 백발과 검은 선글라스, 목까지 올라오는 높은 컬러(Collar)의 흰 드레스 셔츠에 블랙 수트와 장갑 차림으로 상징되는 특유의 아웃핏과 (적어도 현재까지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패션 브랜드인 샤넬을 38년간 이끌어온 수장이라는 점. 

 

그리고 샤넬이라는 이름에 늘 가려져 있기는 했지만 샤넬 못지않은 세계적인 럭셔리 하우스 펜디 역시 1967년 이후 무려 52년 동안 이끌었던 인물이라는 점만으로도 칼 라거펠트는 패션계에 전무후무한 이름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칼 라거펠트를 이야기할 때, 그가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독일인이라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1935년에 태어난 칼 라거펠트(TMI로, 라거펠트의 생일은 공교롭게도 필자가 글을 쓰고 있는 9월 10일이다)는, 대학시절 이후로는 일생을 거의 프랑스에서 보냈고 그의 모든 커리어는 파리에서 시작해 파리에서 끝났으며, 인생의 마지막 종착지는 함부르크가 아닌 파리 교외의 낭테르였지만, 그는 엄연히 프랑스인이 아닌 독일인 디자이너로 기록되어 있다. 

 

AC/DC

록 음악 역사에는 수많은 최고의 밴드들이 존재한다. 

비틀즈부터 레드 제플린, 롤링 스톤스, 딥 퍼플, 에어로스미스, 본 조비, 건스 앤 로우지즈, 메탈리카 등. 그리고 그런 수많은 위대한 밴드 리스트가 언급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하나 있다. AC/DC. 

 

형제인 말콤 영과 앵거스 영이 주축이 되어 1973년에 밴드가 결성되고 무려 47년이 지나는 동안, 밴드 멤버의 죽음이나 교체 등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이미 전성기가 지난 지는 한참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름대로 꾸준히 새 앨범도 발표하고(가장 최근 발표한 정규 앨범은 2014년이다) 투어도 열심히 하면서 그야말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역사적인 밴드 AC/DC는 엉뚱하게도 호주 출신의 밴드이다. 물론 호주라는 나라 자체가 영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고, 말콤과 앵거스 형제는 모두 호주가 아니라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서 태어난, 엄밀히 말하면 ‘스코틀랜드인’ 혹은 ‘영국인’이기는 하지만, AC/DC라는 명밴드가 결성된 곳은 호주의 시드니이고 밴드활동 역시 시드니를 기점으로 이뤄졌기에 AC/DC는 엄연히 호주의 록밴드인 셈이다. 

 

한류와 ‘K-○○’

‘한류’라는 표현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이다. 기억하기로는, 대만에서 당시 한국에서도 인기 많던 듀오 ‘클론’의 인기가 굉장하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한류’라는 다소 오글거리는 표현은 우리가 만든 표현이 아니다. 한국 음악과 드라마 등이 중화권에 조금씩 알려지던 시기에 대만에서 ‘여름에 한국 바람이 불어옴’이라는 의미의 ‘하일한류(夏日寒流)’라는 표현을, 중국에서는 ‘한국문화 마니아들’이라는 의미의 ‘일진한류(一陣韓流)’라는 표현을 쓰면서 한국에서 넘어온 일련의 문화들을 일컬어 ‘한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에 일본에서 ‘겨울연가’의 대히트와 함께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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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그 때까지만 해도 한국의 대중문화는 우리나 즐기는 것이지 어디에 자랑스럽게 보여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한국 대중문화 전체를 상징하는 어떤 표현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K-○○’라는 표현은 홍콩 등에서 작성되던 대중문화를 다룬 기사에서 ‘한류’라는 표현을 영문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등장했으니 그 역시도 90년대 말, 혹은 2000년대 초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앞에 K-를 붙이는 방식의 작명방식은 일종의 밈(Meme)이 된 것 같다. 

 

K-팝이나 K-푸드, K-뷰티 등으로는 모자라서 최근에 정치인들이 입에 달고 다니던 용어가 ‘K-방역’일 정도이니 도대체 공무원들의 네이밍 센스의 한계는 어디까지 것인가. 

 

혹시 우리 스스로도 너무 민망해서 자해용 유머로 사용하던(동시에 실제로 해외여행을 나가면 자기도 모르게 사용하게 된다는) ‘두유노 시리즈’의 아주 적절하고 세련된 버전을 찾았다는 느낌일까? 최근의 K로 시작되는 작명 센스는 절망적이다. 

 

K-땡땡은 이제 그만

우리가 패션을 이야기하고 칼 라거펠트를 언급할 때, 그의 국적을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AC/DC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도 그들의 음악을 ‘호주음악’이라는 카테고리에 포함시키지는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칼 라거펠트를 ‘독일인’으로 분류하는 것이, AC/DC를 ‘호주밴드’로 규정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역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패션 디자이너이고 록밴드일 뿐, 그들의 국적이나 성별은 그들의 업적과 무관한 테마에 불과하다. 물론 아무도 ‘한국’이란 이름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서 그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광고를 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바다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북한 사람이냐 남한 사람이냐는 질문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두유 노 불고기?”를 반복해야 했고, 그나마도 그게 뭐냐는 반문을 듣기 일쑤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이미 지난 시절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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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일러스트>

 

5년 전만 해도 여전히 “두유노 갱냄스타일?”이 유효했고, 북한 사람인지 남한 사람인지, 한국은 중국어를 쓰는지 일본어를 쓰는지에 대해서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해줘야 할 ‘무식한 노란머리’들이 대다수였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2020년 2월을 기점으로 세상이 바뀌었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방탄소년단의 신곡 ‘Dynamite’가 빌보드 싱글챠트에서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동시에 블랙 핑크의 신곡 ‘Ice cream’ 역시 빌보드 싱글 챠트에 13위로 진입했다. 

 

왜 ‘가왕’ 조용필, ‘문화 대통령’ 서태지도 감히 밟아보지 못한 미국 챠트 1위를 방탄소년단은 할 수 있었는지, 또 언니뻘인 2NE1도 해보지 못한 싱글챠트 진입을 블랙핑크는 이렇게 쉽게(?!) 할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그 때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문화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훨씬 많은 사람들이 예전과는 다른 가치를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글로벌이다

9월 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는 국제표준화기구인 ISO에 팬데믹 대응 국제 표준화를 추진하기 위한 작업반을 우리나라 주도로 신설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초에 ISO에 제안한 이른바 ‘워킹스루’ 방식도 국제투표를 거쳐 신규작업초안(NP)로 채택됐다. 

 

이미 한국의 방역대책은 ‘국제적 표준’이 되고 있는데, 아직도 우리네의 네이밍 센스는 그 범위를 ‘K-방역’처럼 작은 틀에 가두는 수준에 불과하다.  방탄소년단은 K-Pop 그룹이 아니다. 블랙핑크 역시 K-Pop그룹이 아니다. 같은 맥락으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K-Movie가 아니다. 그들은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이고 세계적인 명감독이다. 

 

이미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우리들을 더 이상 Korea라는 작은 틀로 규정하는 멍청한 짓을 보고 싶지 않다.​ 

경력사항

  • 現 ) 스트리트캐주얼 ‘FLUX’ director
  • 前 ) 서울패션위크 Generation Next Seoul 참가
  • 前 ) 20th Century Forgotten Boy Band 디자이너
  • 前 ) 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 Men's wear B.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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