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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世紀少年의 울트라리스크/이학림

당신의 한복은 가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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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학림 스트리트캐주얼 FLU… (haklim.lee77@gmail.com) | 작성일 2020년 07월 13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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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블랙핑크다. 

 

여성 그룹 블랙핑크는 지난 6월 26일, 신곡 How you like that을 선보이면서 컴백했고, 발표된 신곡은 32시간 만에 무려 1억 뷰를 달성하면서 전 세계 뮤직비디오 중 최단시간 1억  뷰를 기록했다. 

 

공개 7일째인 7월 3일에는 역시 최단기간 2억 뷰를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공개된 신곡은 국내 음원 챠트는 물론이고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64개국 아이튠즈 챠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는 사이에 엉뚱하게 불똥 튄 것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그녀들의 행동거지나 멤버들 사이에서의 불화가 아니라 무대의상인 ‘한복’이었다. 

 

‘K’로 시작하는 모든 문화의 끝판왕 ‘전통문화’

생각해보면 서태지와 아이들이 인기의 정점을 찍던 시절에도 ‘하여가’라는, 국악을 접목시킨 시도가 있었고 BTS 역시 큰 무대에서 국악이나 사물놀이 같은 전통문화를 끌어오는 노력을 했던 것으로 보아 한국인들의 마음 속 ‘전통문화’란 어쩌면 ‘K-’로 시작하는 모든 문화의 끝판왕 쯤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한복을 응용하고 재해석한 패션들은 곰곰이 생각해보면, 시도될 때마다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적이 단 한 번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가혹하게 평가받곤 했다. 

 

이번 블랙핑크의 무대의상이 지적받는 지점도 ‘기모노를 연상하게 하는 실루엣’과 ‘기생 옷 같은 천박함’이었고, 급기야 의상디자이너가 직접 하나 하나의 디테일을 설명하고 이 옷들이 왜 기모노가 아니라 한복인지에 대해서 구구절절 해명까지 했지만 대중들을 적절히 이해시키지는 못한 것 같다. 

 

물론 누군가의 눈에는 그 의상들이 왜색이 짙은 기모노 형태로 보였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의 눈에는 천박한 기생 옷이 떠올랐을 수도 있다.

다만 이 지점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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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물론 일본과 불편해질 대로 불편해진 요즘 시기에 컴백 무대에서 기모노를 굳이 입겠다는 멍청한 생각을 하는 한국인이 있을 리도 만무한데다, 아무리 봐도 기모노 같아 보이는 구석이 단 한 군데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일본의 ‘일’자만 들어도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어떤 분들을 위해서 백 번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기모노 같아 보인다기 보다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속 여성 캐릭터들 중에 이와 비슷한 옷을 입은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그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입고 있던 것들은 기모노라고 부를 수는 있을까? 예를 들면, 가장 널리 알려진 일본 캐릭터 중 하나인 ‘킹 오브 파이터즈’의 시라누이 마이나 ‘철권’의 카즈미 미시마가 입고 있는 의상을 과연 기모노라고 부를 수 있을까? 만약 이것들도 기모노라면, 블랙핑크의 의상 역시 한복이 아닐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이것들이 기모노가 아니라면, 블랙핑크 의상 역시 기모노 같은 옷이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때문에 그것들은 한복으로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계승과 발전 사이, 시도는 많아야 하고 틀은 깨야한다

블랙핑크의 의상이 ‘한복이냐, 기모노이냐’라는 지루한 공방은 마치 시라누이 마이가 걸치고 있는 가슴이 다 드러난 의상이 기모노이냐 산타 할아버지의 코스튬이냐를 따지는 것만큼이나 지루할 뿐이다. 

 

결과적으로 그 의상은 무대 위에서 굉장히 훌륭하게 작용했고, 그녀들의 의상 자체가 해외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되고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본 외국인들이 ‘갓’을 비롯한 한국의 오랜 모자들에 대해 관심을 가졌듯이.  

 

한복을 재해석하는 디자인이 등장할 때마다 ‘천박하다’, ‘기생 옷 같다’ 혹은 ‘한복 고유의 아름다움을 무시했다’ 같은 틀에 박힌 표현이 수 십 년째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한 번 생각해 볼 지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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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권의 미시마카즈미.>

 

물론 전통문화라는 관점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 내려오는 유산의 본질과 정통성을 함부로 무너뜨리지 않고 보존하고 계승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다만, 전통을 있는 그대로의 형태로 다음 세대로 계승하는 작업과는 별개로 그 테두리를 벗어나 새로운 시대의 기준을 적용시키는 작업 또한 중요하다. 전자를 ‘계승’이라 한다면, 후자는 ‘발전’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사실 현재 한국문화의 대다수는 수 백 년간 이어져 내려온 것들이 아니라 수많은 방식으로 파생되고 발전한 것들이다. 감히 김밥에 참치를 넣고 치즈를 집어넣어 먹는 변태적인 실험자가 있었기에 김밥 역사에 혁명이 있을 수 있었고, 쫄깃하게 씹어 먹는 것이 전부였던 피자의 가장자리 부분인 도우가 지루하다고 생각한 미치광이가 있었기에 그 안에 치즈나 고구마를 넣어 2배 맛있는 피자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처럼 전통 문화로서의 한복은 그것대로 사라지지 않도록 꾸준히 지켜나가되, ‘대중문화’로서의 한복, 2020년에 걸맞는 형식으로서의 한복 역시 필요하다. 그리고 세상에 잘 알려진 한국문화 대부분이 그렇듯이, 그런 새로운 시도는 많으면 많을수록, 틀은 깨면 깰수록 더욱 발전되고 다양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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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오브파이터즈의 시라누이마이.>

 

기모노 같아 보이는 한복이면 어떻고 치파오 같아 보이는 한복이면 어떤가. 등 부분의 두 갈래 장식이 특징인 로베 아 라 프랑세즈(ROBE À LA FRANÇAISE)를 한복과 뒤섞거나 장 폴 고티에가 디자인했던 마돈나의 코르셋과 한복을 뒤섞으면 또 어떤가. 

 

지금의 한국 대중음악이 그래왔고 영화가 그래왔듯이, 지지고 볶고 뒤섞이는 과정에서 항상 새로운 것이 등장하고 새로운 비전이 제시되곤 한다. 

 

만약 당신이 아직도 전통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따분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다면 알아야할 것이 있다. 

 

당신이 일 년에 겨우 한두 번 입고 있을 그 한복은 전통적으로 한복을 만들던 비단이나 무명으로 만든 것이아니라 1950대에 영국의 I.C.I(Imperial Chemical Industry)사에 의해 만들어진 ‘폴리에스터’라는 싸구려 합성섬유로 범벅된 것들이 대부분 이라는 것을. ​ 

경력사항

  • 現 ) 스트리트캐주얼 ‘FLUX’ director
  • 前 ) 서울패션위크 Generation Next Seoul 참가
  • 前 ) 20th Century Forgotten Boy Band 디자이너
  • 前 ) Parsons the New School For Design, Men's wear B.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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