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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와 백화점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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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인호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 (inokim0@gmail.com) | 작성일 2021년 03월 08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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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pixabay>

 

‘3대 명품 없는 더현대 서울…파격 통할까?’ 어느 신문의 헤드라인이다. 비슷한 표현도 보인다. ‘에·루·샤’ 없는 여의도 ‘더현대’…삼성·LG 가전매장이 ‘매출왕’  

 

여기에서 에·루·샤는 당연히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을 지칭한다. 더 파격적인 표현도 있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이 없으면 백화점이 아니다.’ 언제부터 누군가에 의해 이런 정의가 사용됐는지 모르지만, 참 불편한 표현이다. 언론에서 쉽게 이런 표현을 쓰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렇게 추론해본다.  

 

2000년 이후, 국내 백화점은 명품을 강화한다. 그때까지 명품은 압구정 갤러리아의 독특한 포지셔닝이었다. 그런데 세계적인 마켓의 흐름이 여타 백화점도 명품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었기 때문에 시류에 편승했던 것이다.

 

고품격 전략의 4가지 요인 

2000년에 한 달 동안, 미국 ‘니만마커스’의 럭셔리 전략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달라스, 뉴욕, 하와이를 돌았다. 니만마커스 점장을 비롯해 바이어, 영업사원 그리고, 니만마커스를 담당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까지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럭셔리 전략의 실체를 파악하고, 현대백화점에 접목했다. 이른바 현대백화점의 고품격 전략은 이때 시작됐다. 

 

당시 명품 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마켓의 흐름이 변화한 것은 다음의 4가지 요인 때문이다. 먼저, 명품 브랜드의 협상력(Bargai ning Power) 강화이다. 당시 LVMH 아르노 회장은 럭셔리 제국을 만들어서 상품의 공급 강화를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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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pixabay>

 

경쟁적으로 다양한 메종을 M&A해서 초대형 명품 그룹을 탄생시켰다(LVMH, 리치몬드, 구찌). 그러다 보니 ▲마진 협상 시 유리한 입장(Bargaining power)이 되었고, ▲ Sub (Second) 브랜드와 같은 보유 브랜드를 끼워 팔기(Package deal)하고 ▲MD 구성, 디스플레이 등 매장 운영의 모든 면에서 중앙 통제력이 강화되고, 효율이 중시됐다. 

 

두 번째는 명품 브랜드의 리테일러(Ret ailer)화이다. 초대형 명품 브랜드는 공장 직영화를 통해 생산 공정을 통제하면서 수직적 통합(디자인→제조→유통)을 이루었다. 

 

명품이 유통 채널을 통제하는 것은 브랜드의 고급스러움과 희소성을 유지하는데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그래서 당시에 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프랜차이즈, 도매, 제3자(third party)를 통한 유통을 대폭 줄이고 직영점을 확대하여 직접 유통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럭셔리 브랜드’에서 ‘럭셔리 리테일러(Luxury retailer)’로 전환했다. 동시에 ‘루이비통 코리아’나 샤넬 코리아, 구찌 코리아, 버버리 코리아 등 리테일 전문회사가 출범했다. 국내에서도 이때부터 브랜드의 라이선스, 도매 비중을 낮추는 대신 직영점 출점을 확대했다. 

 

직영점은 수익 확대는 물론, 점포 이미지 통일, MD 구성 및 직원 고용 통제에 용이한 수단이었다. 아울러 고객과 직접 접촉이 강화되면서 고객 정보를 피드백해서 상품에 반영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

 

세 번째는 보석과 시계 같은 하드 럭셔리의 성장이다. 당시 불가리, 까르띠에 등 선두 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보석 시장이 성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세계 보석 시장은 국가별로 세분화되어 있고, 브랜딩이 되어 있지 않아서 명품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면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블루오션 시장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시계 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던 터였다. 세계적으로 ‘Multi-watch ownership’ 트렌드가 확산되고, ‘Mechanical’ 시계의 부활로 명품 시계 시장이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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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은 당시에 대형 브랜드가 시계, 보석 분야의 명품 브랜드를 M&A한 상황이다. 특히, LVMH의 태그 호이어(TAG Heuer) 인수는 제조공장의 확보 차원에서 이루어졌는데, 명품 시계가 양산된다는 의미에서 연금술로 비유된 사례이다. 

 

이렇게 양산된 시계를 판매할 수 있는 판매처를 대폭 늘리는 것이 2000년대 명품 브랜드의 전략 전환이었던 것이다.  특히, LVMH의 태그 호이어 인수는 제조공장의 확보 차원에서 네 번째는 아시아 시장에 대한 명품 브랜드의 정책 변화이다. 

 

당시 명품 브랜드는 일본, 홍콩,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매년 두 자리 신장을 기록하면서 매력적인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 보니 국내 백화점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교섭하고 입점을 했다. 

 

백화점 입장에서 최초에는 이들 브랜드가 입점한 것이 차별적 요소로 작용을 했지만, 시간의 경과와 함께 여타 백화점에 확대 출점하면서 브랜드 차별성은 감소했다. 그나마 메종의 권위와 희소성을 강조하는 에르메스, 샤넬 브랜드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들 브랜드를 유치한 백화점은 당연히 입점 차별화를 주장할 수 있었다. 


수요, 공급 밸런스 유지야말로 백화점 품격의 기본

이러한 의도가 홍보 수단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이 없으면 백화점이 아니다’라고 언론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2000년 이후, 명품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인해 명품 수요자가 늘어난 것도 한 몫 한다. 당시 명품은 과시, 동경, 모방의 단계를 벗어나 일상화 초기 단계로 진입했다. 

 

그러다 보니 백화점에서 명품 매출이 매우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명품 차별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백화점=명품’의 공식이 고착화된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더현대 서울의 앞선 기사는 이 점포의 품격에도 불구하고, 3대 명품을 입점 시키지 못했다는 비아냥 같아서 불편했던 것이다. 

 

브랜드의 입장에서, 특정 상권에 점포를 중복시키는 것은 비효율이다. 그리고 브랜드 운영 콘셉트에 더 적합한 백화점에 입점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명품 브랜드의 입점 여부가 백화점의 권위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그 배후에 깔려있는 입점 협상의 성격에 따라 오히려 백화점의 품격이 떨어질 수도 있다. 

 

백화점과 명품 브랜드의 수요, 공급 밸런스 유지야말로 백화점 품격의 기본이다. 그래서 상권과 콘셉트 유지가 중요한 것이다. 명품을 풀라인으로 갖춘 신세계 타임스퀘어와 경쟁하기 위해 후발로 들어선 더현대의 상업시설 콘셉트는 존중 받아야하고, 그를 유지하는 운영 능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

경력사항

  • 現) 성균관대학교 소비자가족학과 겸임교수
  • 現) 비즈니스인사이트그룹 부회장
  • 現) 대한상공회의소 유통산업위원회 위원
  • 現)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원 패션연구과정 초빙교수
  • 前) ㈜코엑스 자문위원 (코엑스몰리뉴얼 프로젝트)
  • 前) 산업자원부 유통산업 마스터플랜 수립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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