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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백화점과 개그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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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형욱 前 하나투어SM면세점… (fpost@fpost.co.kr) | 작성일 2020년 07월 27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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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것은 사라진다.

 

개그콘서트가 망한 이유와 백화점이 망하는 이유는 변화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미국백화점협회에서 한국 백화점을 벤치마킹하러 나왔다. 미국 백화점은 날로 힘들어 가는 데, 어떻게 한국 백화점은 나날이 성장가도를 밟는지 한국을 배워야 한다는 간절함이 미국백화점협회 소속의 경영진에게는 시급한 과제였다. 20년 전 이야기다. 

 

개그콘서트 서수민 PD가 각종 세미나에 나와 개콘의 성공 비결을 경영과 비교하면서 인재를 사용하는 용병술 및 리더십, 그리고 목표부여, 동기부여 등으로 설명할 때만 해도 개콘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코미디계를 짊어지고 나갈 최고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약 10년 전 이야기다.

 

한국에서 백화점도 망하고 있고, 개콘도 망했다. 영원할 것 같은 화려한 백화점도, 영원할 것 같은 인기프로 개콘도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늘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는 안이함이 더 이상의 성장을 멈추게 한 것이다.

 

한국백화점이나, 개그콘서트나 특별한 경쟁력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가장 강력한 채널의 덕을 본 것뿐이다. 백화점이 서울시내 중 가장 인구밀집도와 소비가 높은 비싼 자리에 매장을 열었던 것과, 개그콘서트가 KBS라는 가장 강력하고 안정적인 방송망의 일요일 식사 후 황금시간대를 장악했다는 것이 둘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세월은 흐르고 흘러, 채널은 수도 없이 많아졌다. 영원할 것 같은 독점권은 어느새 수많은 온라인 개인업자와 유튜브의 개인방송에게 빼앗겼다. 추억팔이로 겨우 연명하던 개콘이 먼저 문을 내렸고, 한국 백화점도 이미 많은 수의 매장이 문을 닫고 있으며 머지않아 더 많은 문을 내릴 것이다. 

 

변하지 않는 바이어와 개그맨

대형 백화점 바이어들은 패션에 대해서 전문가인줄 알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숱한 잡일로 인해, 자기가 관리하는 상품의 성격을 제대로 아는 바이어가 별로 없다. 관리하고 있는 브랜드만 100개가 넘기 때문에, 그 브랜드들이 생산하는 제품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기가 어렵다. 

 

해당 브랜드의 인기상품이 왜 인기가 있는지 모른 채, 그저 잘나가는 상품의 입고 요청만 하고 있기에, 상품전문가라고 감히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한 자리에서 3년만 지나면 업체와 뭔가 좋지 않은 부정적 관계로 엮일 것이라는 우려로, 계속해서 순환보직으로 상품군을 변경시키거나, 관리직으로 돌리고 있어 전문실력이 쌓일 시간이 없다.

 

게다가 바이어들이 각종 회의 자료에 매출분석자료, 매장효율성 분석, 할인상품협상, 신규브랜드 입점 등의 업무를 수행하다보면, 정작 본인의 상품에 대해서 공부할 여력이 없다. 늘 큰소리만 치면, 브랜드에서 스스로 분석한 가장 인기 있는 상품과 사이즈, 색상을 대형 백화점 매장에 척척 넣어줬으니, 굳이 상품에 대해서 알 필요도 없었다. 그러니 고객의 니즈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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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일요일 저녁 딱히 볼 개그프로그램이 개그콘서트 뿐이기에 다른 것을 볼 수 없이, 혀를 끌끌 차면서도 개그콘서트를 보노라면, 아내의 잔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비판할 거면 보지 말고 다른 거 봐요.” 하지만 다른 경쟁 채널이 별로 없으니, 할 수 없이 보는 것이다. 그런데도 개콘 PD는 현재 시청률이 높으니 안이하게 하던 것을 계속하고 있었다.

 

개그콘서트 프로그램을 몇 년 만에 우연히 봤다가 타임머신을 탄줄 알았다. 10년 전과 똑같은 개그를 하고 있었다. 보는 내내 곧 망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 마지막 방송을 했다. 정말 망했다. 

 

공부하지 않고, 과거 것만 베낀 개그맨이나 PD, 공부하지 않고 과거 선배들이 하듯 브랜드에게 큰소리만 치던 바이어나 임원. 똑같이 무능하기에 개콘이 망하고 백화점이 망하는 것이다. 

 

실력 없는 갑질은 곧 도태

한국 백화점은 실제 직매입비중이 전체의 5%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대부분 브랜드들의 비용으로 매장 인테리어를 꾸미고, 브랜드 비용으로 판매사원을 집어넣는다. 백화점은 그저 판매액에서 마진만을 거둬들일 뿐 어떤 재고부담도 지지 않았기에, 한국 백화점은 부동산업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으면서도 갑질로 꾸준한 지속 성장이 가능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운영방법을 바꿔야 했음에도 과거의 영광에 취해 변화하지 못했다.

 

개그콘서트가 잘 되던 때, 개그맨 공채를 뽑아댐으로써 전국에서 웃긴 사람들만 모으면 됐다. 공부할 필요가 없었다. 웃긴 사람은 매년 들어왔고, 그들이 웃기면, 이제 별로 웃기지 않은 선배는 내보내면 되는 것이었다. KBS 방송국 PD가 굳이 노력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백화점이나 방송국이나, 잘하는 사람을 데려다가 쓰면 되는 것이지, 스스로 잘할 필요는 별로 없었다. 둘 다 실력이 동반되지 않은 갑질에 빠져 망하는 길을 사이좋게 걸었던 것이다. 

 

백화점의 바잉파워는 당초 말이 안 되는 용어다. 바잉을 하지 않는데 바잉파워가 있을 수 없다. 그냥 시중에서 잘나가는 검증된 브랜드를 입점 시키고, 장사 잘못하면 내보내고, 맘에 안 들면 자리 변경 시키는 것이 백화점 매입부의 역할이었다. 

 

방송국의 PD도 프로듀싱이라는 것이 말이 안 되었다. 웃긴 사람만 계속해서 데려오면 되는 것이지, 프로그램을 개발하려 하지 않았다. 웃기지 않으면 바꾸면 되는 것이기에 그렇게 웃긴 사람만 찾는 것이 PD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웃긴 사람만 찾는 것이 아닌, 정말 프로듀싱을 하면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만드는 PD가 나타났다. 나영석으로 시작돼 김태호로 연결되던 그런 PD들은 기존 방식과 다른 방식을 찾아냈다. 직접 카메라 안으로 들어오는가 하면, 고객을 찾아가는 변형된 방식의 운영으로 죽어가던 한국 코메디는 개그의 이름에서 예능의 이름으로 갈아타게 됐다.

 

유통에도 화려한 상들리에에 보이드를 자랑하던 입지중심의 경쟁이 아닌 상품에 대한 개인의 작은 목소리와 품질, 상품평을 위시로 한 신종 온라인 채널과 개인 채널들이 나타났다. 그런 듣보잡 채널이 어느 시점 갑자기 고객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 기존 채널을 넘어선 엄청난 성장을 하며 시장을 선도하는 파워를 가지게 됐다.

 

세월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도태된다. 남을 따라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새로운 것을 찾지 않으면 망한다.

고인 물은 썩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썩은 물은 버려져야 한다.​ 

경력사항

  • 前 하나투어 SM면세점 온라인기획부서장
  • 前) 갤러리아면세점 인터넷점장
  • 前) 갤러리아백화점 전략실 e-커머스팀장
  • 前) 신세계몰 EC사업부 EC기획총괄
  • 前) 롯데백화점 유통정보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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