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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재구성 트렌드는 가고 시즌리스와 편안함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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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아름 패션칼럼니스트 (areum.s.kim@gmail.com) | 작성일 2020년 08월 11일 URL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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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코로나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록다운으로 집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모든 것이 정지된 것 같았다. 마스크와 화장지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웠던 혼돈의 시기가 지나자, 집안에서 일과 학업 등 일상적인 일들을 부분적으로나마 서서히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재택’이라는 이름이 앞에 붙은 새로운 일상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일상임에 틀림없다. 당시에는 이런 일상의 변화가 일시적인 것이라 생각했다. 몇 달 후면 팬데믹이 사그라들고 다시 학교로, 직장으로 갈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전세계적인 코로나 2차 확산으로 매일 최고 확진자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에 이르자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길로 접어든 것 같은 느낌이다. 어쩌면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가속화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결국은 다다르게 될 새로운 세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니?” 

지난 달 디지털로 진행된 2021 S/S 컬렉션을 보면서 이런 생각은 더욱 확실해졌다. 오랫동안 패션 트렌드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일을 해왔던 필자에게 이번 컬렉션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대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니?” 서장훈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하던 이 유행어가 이렇게 찰떡같이 들어맞을 줄이야. 패션위크는 더 이상 존재 의미를 찾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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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2021 S/S 남성 컬렉션의 콘셉트와 그래픽 디자인을 담은 단편 영화/ 출처: 루이비통> 

 

전통적인 패션계는 코로나 이전부터 시스템적으로 많은 문제들을 끌어안고 있었다. 쇼를 위한 쇼인 패션위크, 쇼와 실제 구매시기의 차이, 과잉 생산과 재고 등 산재하고 있는 문제들로 언젠가는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위태로운 곡예를 하고 있었다.

 

패션계 안팎으로 패션위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과 문제인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패션위크가 단순히 쇼만을 위한 행사는 아니다. 패션위크를 통해서 전세계 패션인들의 교류가 이루어지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파생되며 브랜드는 패션쇼를 비롯해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가 보여주고자 하는 이미지를 다각도로 구현한다. 

 

이러한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1년에 4번, 그것도 한 해 전에 이루어지는 패션위크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시즌단위로 옷을 구매하지 않는다. 지금 바로 입을 수 있는 옷, 그리고 계속해서 입을 수 있는 옷을 원한다. 

 

내년 봄‧여름에나 입을 수 있는 옷을 지금 보여준들 그렇게나 오래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이미 많은 브랜드가 드롭(rop) 방식으로 신상품을 출시하고 있고 온디맨드(on demand) 방식을 채택하는 DTC(Direct To Customer) 브랜드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또한 루이비통의 버질 아블로는 “쇼를 더 이상 컬렉션 시즌에 맞춰 진행하지 않겠다”라며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시즌리스(seasonless) 쇼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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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c84cbec0544f38c315e34ef4be69e02_1597152689_445.jpg <Work From Home 스타일/ 출처: wfhfits 인스타그램>

 

 

편안함이 주는 가치에 주목하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들은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게 된다. 편안한 옷이 주는 달콤함을 알게 된 것이다. 이 편안함은 사실 옷이 궁극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임에도 이제껏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혹은 사회적 통념 때문에 쉽게 인정하기 힘들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십상이었다.

 

사람들이 집에 머물기 시작했을 때 옷에 대해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집에서 편하게 입을 만한 제대로 된 옷이 없다는 것이었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늘어났는데, 집에서 입을만한 옷은 없으니 당연히 라운지웨어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인스타그램에는 너나할 것 없이 스웨트 팬츠를 입고 

 

‘WFH(work from home)’ 해시태그를 단 피드를 올렸다. 사람들은 스타일리시한 스웨트 팬츠를 찾기에 열을 올렸고 ‘루앤그레이(Lou & Grey)’ ‘리포메이션(Reformation)’  ‘엔타이어월드(Entireworld)’ 등의 브랜드가 큰 수혜를 입었다. 

 

코로나 시대가 지나고 모든 사람들이 스웨트 팬츠만 입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패션을 대하는 소비자의 자세가 달라졌음은 분명하다. 편안함이라는 근본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직접 경험을 통해 인지했기 때문에 이런 가치가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쉽게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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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ireworld 스웨트 팬츠 / 출처: nytimes.com>

 

“옷장에 걸어두기만 할 옷은 관심 없다”

밴드 오브 아웃사이더스로 유명했던 스캇 스턴버그가 2015년 레이블을 접고 다시 2018년 ‘엔타이어월드’로 돌아왔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편안함과 시즌리스였다. 

 

최근 뉴욕타임스와 진행한 인터뷰를 보면 그가 밴드 오브 아웃사이더스를 전개하면서 경험했던 패션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백화점과 멀티브랜드 리테일은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익스클루시브 디자인을 요구하고,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필요이상으로 많은 오더를 하며, 판매가 안 되면 브랜드에 재고를 떠넘기는 악순환이 계속된 것이다. 

 

캐시미어 스웨터 하나를 만들어도 백화점, 편집숍 각각의 콘셉트에 맞춰 익스클루시브 디자인으로 변경하다보면 정작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인지 바이어를 위한 디자인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니 말이다. 

 

게다가 패션쇼를 하지 않으면 그마저도 바잉이 안되기 때문에 기형적으로라도 볼륨을 키우고 패션쇼에 비용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결국 스캇 스턴버그는 브랜드의 초고속 성장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2015년 밴드 오브 아웃사이더스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러한 쓰라린 경험을 통해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훨씬 더 명확해졌다. 

 

엔타이어월드는 다양한 컬러의 스웨트 셔츠와 스웨트 팬츠, 베이직 티셔츠, 언더웨어, 양말이 주력 아이템이다. 시즌도 없고 화려한 패션쇼도 별다른 판매처도 없다. 엔타이어월드 사이트나 인스타그램 광고를 통해서만 판매되지만 제품이 올라오자마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밴드오브 아웃사이더스가 출시된 후 2년 동안의 수익보다 현재까지 엔타이어월드의 수익이 더 높다고 한다. 

 

디자이너 타쿤(Thakoon)도 런웨이와 백화점 중심으로 전개되던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벗어나 작년 9월부터 DTC 브랜드로 거듭났다. 타쿤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제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모든 시즌에 착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훨씬 더 저렴하고 세탁할 수도 있다.” 

 

그는 또한 “10년 전이면 한두 번 밖에 못 입더라도 디자이너 브랜드의 스테이트먼트 피스를 사는 것이 성공한 여자들의 꿈이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누구도 옷장에 걸어두기만 할 옷을 사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시즌과 장소에 상관없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 그것이 현재 타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얼마 전 가수 화사가 발표한 신곡 ‘마리아’의 뮤직 비디오를 보았다. 헐렁한 회색 스웨트 팬츠에 누디한 탱크톱을 매치한 스타일링이 눈길을 끌었다. 격렬한 춤동작을 소화해야 하는 가수에게 이보다 더 좋은 스타일링이 있을까? 속바지를 입지 않으면 안될 만큼 짧은 스커트에 꽉 끼는 크롭톱을 입는 천편일률적인 걸그룹의 무대의상보다 그녀의 스웨트 팬츠가 훨씬 더 힙하고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다시 한 번 옷이 갖는 근본적인 가치와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시기가 아닌가 한다. 

 

경력사항

  • 現) USA 패션칼럼니스트
  • 前) University of Missouri 패션디자인과 강사
  • 前) Stephens College 패션디자인과 강사
  • 前) LG패션 리서치&컨설팅팀 남성복팀장
  • 前) PFIN 남성복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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