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마감을 하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마감을 하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채연 기자 (mong@fpost.co.kr) | 작성일 2021년 07월 12일 프린트
카카오톡 URL 복사

본문

     f0b9be532e4b541563d6b175c1997b59_1566742555_5963.jpg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The Unbearable Light ness of Being), 프란츠 카프카와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체코 출신 대문호(大文豪) 밀란 쿤데라가 1984년 발표한 장편소설입니다. 

 

원작은 주인공 4명이 이데올로기와 냉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보여주는 각기 다른 사랑과 삶의 방식을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를 성찰하는 철학적 담론을 담고 있지요. 

 

감히 원작과 같은 깊이에 다다를 수는 없고, 최근에 마주했던 어떤 가벼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콕 집자면, 20년 가까이 정말 꾸준하게도 볼 수 있는, ‘의전(儀典)’으로 포장된 관행에 대한 것입니다. 

 

예전부터 정부와 지자체는 패션시장과 특정 상권 활성화, 기업 혹은 역량은 있으나 자원이 부족한 개인 등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프리뷰인대구, 서울패션위크 등과 같이 10년 이상 지속된 사업도 있고, 코로나 사태 이후 소비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업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한 판촉 이벤트들도 있지요. 

 

이 모든 장단기 지원 사업의 기획 의도와 목적이 우리 패션산업과 업계를 위한 것이라는 점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대개의 사후 자료는 그 좋은 의도와 노력을 한줌 가벼움으로 희석합니다. 

 

한 예를 들어보죠. 지난달 24일부터 정부 주도 ‘대한민국 동행세일’이 시작됐고, 동시에 백화점 3사의 여름세일과 맞물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코리아패션마켓’ 행사도 일주일 간 열렸습니다.

 

행사 종료 다음날, “코리아패션마켓 시즌3, 51억 원 매출 달성! 패션업계 내수시장 돌파구로 자리매김”이라는 타이틀의 자료가 배포되었습니다. 내용 중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패션업계의 재고 소진과 현금 유동성 확보에 실질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부분을 들여다봤습니다. 

 

241개 브랜드가 일주일 동안 전국 14개 백화점과 네이버, 무신사, 더블유컨셉에서 51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한 브랜드 당 행사 기간 일평균 3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겁니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단일 플랫폼에서 낸 매출일 수도 있지만 백화점 10개 매장을 운영하는 브랜드라면 재고소진과 현금 유동성 확보에 실질적 기여를 했다고 평가할까요? 

 

성과 자료에 첨부한 사진은 산업부 차관과 행사를 주관한 단체장이 개막식 이후 매장을 방문한 모습인데, 공교롭게도 이 단체장이 운영하는 브랜드 행사장입니다. 

 

사실 백신접종으로 소비심리가 회복되었다고 해도, 작년 5월에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고 6월에 본격적으로 소비되었기 때문에 올해 6월은 전년 대비 고신장을 기대하기 힘들었습니다.  

 

기왕지사 업계의 기운을 돋워주는 행사라고 해도 이런 자찬(自讚)은 치적 증명 외에 어떤 기능이 있을까요. 창업지원처럼 애초에 투자 대비 효율이 비례하지 않는 사업도 있고, 공적인 돈이 투입되었으므로 실적을 증명하라는 감사기구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음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결산이 이런 식이면 그 이상의 논의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듭니다. 잘하고 있다는데, 굳이 개선의 필요와 이유를 찾지 않게 되는 겁니다. 

 

정책사업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공무원, 기관 혹은 단체의 실무자 절대다수가 진심으로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같은 사안을 보다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홍보하는 노력도 좋습니다. 다만 수치를 뭉뚱그려 일반적 결과를 성공으로 포장하는 민망한 일은 그만둘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FSP 연재

POST
STAND
(주)다음앤큐큐

인터뷰

패션포스트 매거진

64호 64호 구독신청 목차 지난호보기

접속자집계

오늘
2,741
어제
3,722
최대
14,381
전체
1,985,444

㈜패션포스트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로 59-11 엠비즈타워 713호
TEL 02-2135-1881    FAX 02-855-5511    대표 이채연    사업자등록번호 866-87-01036    등록번호 서울 다50547
COPYRIGHT © 2019 FASHION POST ALL RIGHTS RESERVED.